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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이수만 이겼다…SM 사상 첫 배당, 독립감사 선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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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달 31일 KT 제40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구현모 KT 대표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금 사건’과 관련 주주에 공식 사과했다. [사진 KT]

지난달 31일 KT 제40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구현모 KT 대표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금 사건’과 관련 주주에 공식 사과했다. [사진 KT]

31일 오전 9시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그룹 본사 대회의실에 큰 박스 3개가 도착했다. 상자 안에는 이날 열리는 주주총회를 위한 위임장 1000여장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의결권을 가진 주식(약 2316만4000주) 중 60%가 넘는 약 1400만주가 위임장으로 이날 주총에 참석했다. 70여 명의 주주는 직접 참석했다. 소액주주의 이런 높은 관심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SM은 창사 이래 첫 배당을 하기로 한 데다 주주 측이 제안한 후보가 감사로 선임됐다.

주총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주주 측 감사를 선임하거나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결정하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날 열린 SM 주총에는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SM과 주주제안에 나선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의 표 대결이 예상되면서다. 주총 전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SM은 소속 가수의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얼라인 측은 SM의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외부 주주가 추천한 독립적인 감사 선임이 필요하다는 주주제안에 나섰다. 특히 최대주주인 이수만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용역 계약이 부당한 일거리 몰아주기라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들이 화력을 몰아준 덕에 이날 주총에서 얼라인 측의 제안대로 곽준호 KCF테크놀로지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감사로 선임됐다. 창사 이후 첫 배당도 하기로 했다. 이날 SM 주가는 전날보다 2.51% 오른 8만1600원에 장을 마쳤다.

주총에서 ‘개인주주의 힘’도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식을 소유한 개인은 1374만명이다. 2020년(910만명)보다 464만명(51%)이 늘었다.

올해 주주충회 주요 행동주의 펀드 성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해 주주충회 주요 행동주의 펀드 성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소액주주를 모을 수 있었던 ‘비밀병기’도 있다. 전자 서명으로 서면 위임을 받을 수 있는 앱(비사이드)이 주무기다. 현행법상 기업이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액주주의 표를 모으려면 오프라인 주총에 참석하거나, 일일이 서면위임을 받아야 한다.

제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첫 도입된 ‘3%룰’이 대표적이다. 주총에서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ESG 열풍 속 기관들이 앞다퉈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도 게임체인저였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업이 잘 운영되는지 소통·감시하는 기관투자자들의 행동지침을 말한다. 실제 SM과 얼라인의 표 대결에서도 100여개의 기관 중 90%의 기관이 얼라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성과를 낸 건 얼라인 만이 아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사조오양과 토비스, 상상인 등 총 세 곳에 주주행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사조오양은 주주 측 감사를 선임했고, 토비스는 보유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으며, 상상인은 첫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안다자산운용의 목표가 된 SK케미칼은 약 587억원의 배당액을 확정했으며, 약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계획을 발표했다. 아세아와 아세아시멘트 등은 주총에 앞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았다.

소액주주를 달래기 위해 ‘파격 공약’을 내건 곳도 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 28일 주주총회에서 주가가 2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며 책임경영을 약속했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도 지난 25일 주주들의 제안에 따라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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