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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팔 기회 준다’ 양도세 중과 1년간 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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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시행 시기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5월부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1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4월부터 1년간 배제하는 조치를 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 과제 중 첫 번째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도한 세부담 완화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로 국민에게 이미 약속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도 가능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견제를 받지 않고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다. 새 정부는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 당장 부동산 시장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 등의 정책을 원점에서부터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고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양도세 중과 제도를 시행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중과세율까지 더해 최고 75%의 양도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세율이 최고 82.5%에 이른다.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다주택자도 중과세율이 아닌 최고 45%의 기본세율을 적용해 세부담을 낮춘다는 의미다.

“종부세 회피 매물 나올 것”vs“집값 상승 기대감에 버틸 것”

최상목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왼쪽)가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윤석열 당선인 주재 경제분과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 중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왼쪽)가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윤석열 당선인 주재 경제분과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 중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최 간사는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함에 따라 다주택자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응하는 조치를 우선 하려는 것”이라며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과도한 다주택자가 보유세 과세 기준인 6월 1일 이전에 주택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을 4월 중 조속히 발표하고, 발표일 다음 날 양도분부터 적용되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현 정부에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을 개정해 출범일인 5월 10일 다음 날 양도분부터 1년간 배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를 현 정부가 받아들일 경우 4월부터 시행되는 것이고, 현 정부가 거부한다면 새 정부 출범 직후인 5월 11일부터 시행한다는 얘기다.

인수위가 중과 배제를 현 정부에 요청한 것은 올해 보유세 기산일인 6월 1일 이전에 매도 시간을 늘려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보유세 부담이 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주택 매물이 나올 것을 기대해서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이날 인수위의 요청에 대해 “지금부터 수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실제로 정부가 10년 이상 장기 보유 주택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한시 유예했던 2019년 12·16대책 발표 직후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서울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이 7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효과가 상당 부분 반감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높은 양도세 부담을 지는 대신 증여를 택하는 다주택자가 적지 않고,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배제할 경우 1년 뒤 다시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병철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6월 이전에 일부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거래 절벽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새 정부가 여러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는 데다 추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 다주택자들이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매물 출회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는 부동산 전문가도 많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차 시장 상황을 고려해도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전세 물건이 나오는데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앞으로 4년간 매도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이 매도를 유도하기에 적기”라고 평가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실제로 지난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기 직전 5월 거래량이 많았던 것을 보면 일부 매물이 시장에 출하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또 다주택자가 서울·수도권 등 외곽지역 보유 주택을 매도하고, 강남 등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수요가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합수 교수는 “강남 재건축 등 요지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여전히 증여 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일부 외곽 지역 주택 매각을 먼저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 경제분과의 업무보고를 받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 윤 당선인은 “LTV 등으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숨통을 틔워 주어야 한다”며 “국민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추고, 과도한 세금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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