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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연봉 2억 시대…봉급쟁이 ‘부의 지도’가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민국 봉급쟁이들의 ‘소득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앙일보가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주요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했더니 게임·엔터테인먼트·증권 분야 종사자의 지난해 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전자·정유·은행 업계 근무자들이 ‘고소득자의 상징’처럼 불렸으나 불과 2~3년 새 변화가 생긴 것이다. 화끈한 성과급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덕분에 이 같은 지각 변동이 가능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달라진 ‘보수(연봉)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① 고액 소득자 상징은 ‘스톡옵션’

지난해 ‘연봉킹’은 김종흔 데브시스터즈 공동대표였다. 이 회사는 ‘쿠키런’ 시리즈의 흥행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563억원을 거뒀다. 김 대표가 지난해 받은 보수는 488억8100만원이다. 주식스톡옵션 행사 차익으로만 474억6400만원을 받았다. 하루 1억3000만원꼴로 보수를 받은 셈이다.

쿠키런 킹덤의 캐릭터들. [중앙포토]

쿠키런 킹덤의 캐릭터들. [중앙포토]

지난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184억원)에 이어 게임업계에서 2년 연속으로 연봉킹이 탄생했다. 김효섭 전 크래프톤 대표 역시 스톡옵션 차익 198억9000만원을 포함해 218억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연봉킹은 하이브 소속 프로듀서가 차지했다. 방탄소년단(BTS)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작곡가 ‘피독(강효원)’은 지난해 스톡옵션을 포함해 400억7700만원을 받았다. 증권가에서도 ‘오너 회장’ 못지않은 보수를 받는 직원이 나왔다. 강정구 삼성증권 영업지점장은 상여 67억6300만원을 포함해 68억55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장석훈 대표이사 연봉(23억1200만원)의 세 배가량 된다.

② 사장보다 ‘스타 임직원’이 대우받기도

직원이 CEO보다 높은 연봉을 많이 받는 사례도 속출했다. 지난해 카카오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신정환 부사장(CTO)으로 128억7400만원을 받았다. 급여 3억1700만원에 상여금 2억500만원, 스톡옵션 121억680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10억400만원)이나 조수용 공동대표(46억7000만원)의 보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크래프톤 역시 지난해 일반 직원인 한상근(57억3300만원)·정수영(57억2200만원)·권정현(54억4700만원)씨 등이 50억원대 보수를 받아 김창한 대표(20억6500만원)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다. 크래프톤 측은 “게임업 자체가 사람의 경쟁력이 중요한 분야다 보니 성과에 대해 확실한 보상을 챙겨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직원 인센티브로만 300억원을 책정했다.

③ “그래도 오너는 여전히 오너”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회사의 최고 연봉자가 오너경영인일 경우 평균 보수(25억7100만원)는 전문경영인(15억4400만원) 대비 1.7배 높았다.

역대 ‘연봉킹’.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역대 ‘연봉킹’.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주요 그룹 오너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그룹 지주회사인 CJ㈜에서 90억7300만원을, CJ제일제당과 CJ ENM에서 각각 83억9200만원, 43억9600만원을 받아 총 218억6100만원이었다.

재계 4대 그룹 회장 중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에서 88억4000만원을 받아 1위로 집계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87억7600만원을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호텔롯데·롯데케미칼·롯데쇼핑 등 8곳에서 182억5970만원의 보수를 받아 주요 오너경영인 중 가장 많은 계열사에서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7년 만에 경영에 복귀해 84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④ “억대 연봉 잊어라. 고액 기준은 ‘2억’”

이제 봉급쟁이 고임금의 기준은 ‘2억원’으로 상향될 조짐이다. 임원이 아닌 평사원도 평균 2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는 시대여서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CJ㈜ 직원 32명은 지난해 평균 1억9990만원(기간제 사원 제외)의 보수를 받았다. 이어 메리츠증권이 1억8010만원, 카카오 1억7180만원, 삼성증권 1억6530만원 순이었다. 조사 대상 500곳의 기업 중 정규직 연봉이 1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63곳에 달했다.

주요 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만 임원은 많이 받고, 직원은 적게 받는 ‘상후하박(上厚下薄·윗사람에게 후하고 아랫사람에게 박함)’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CEO와 직원 평균 급여 격차가 가장 큰 곳은 SKC였다. 이어 CJ제일제당, 한국앤컴퍼니 순이었다.

⑤ 이재용 5년째 무보수…무배당도 확산

오너나 전문경영인들 스스로 자신의 보수를 깎는 경우도 생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7년부터 5년째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에서 40억9000만원을 받았다. 전년에 SK㈜와 SK하이닉스에서 각각 33억원, 30억원을 수령한 것과 비교해 22억원가량 줄었다.

직장인 연봉 이미지 사진. [사진 셔터스톡]

직장인 연봉 이미지 사진. [사진 셔터스톡]

남매 간 분쟁으로 구설에 올랐던 아워홈은 지난 23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주주 무배당’ 안건을 가결했다. 구지은 대표 남매들이 98%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배당 소득을 포기한 것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취임을 앞두고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 보상 체계의 문제점은 연봉을 산정하는 과정이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하다는 점”이라며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해 보상위원회가 경영진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연봉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일반 국민의 박탈감을 막으면서 경영진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연봉의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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