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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걸려서" "그래도 맞는게 안전"…예약률 1%, 5~11세 접종 첫날

중앙일보

입력

"안 아프고 괜찮았어요. 이제 하와이에 갈 수 있어서 좋아요."

초등학교 5학년 이결(2010년 9월생) 군은 31일 오전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아버지, 동생과 함께 서울 강서구에 있는 미즈메디병원을 찾았다. 2010년생이지만 생일이 지나지 않은 이 군은 이날부터 시작된 5~11세 어린이 백신 접종 대상자다. 아버지 이한보람 씨는 "일 때문에 작년, 재작년 미국에 머물렀는데 (아이 또래) 친구들도 이미 다 맞았다고 해서 크게 두려움은 없었다"면서 "이전부터 접종하기로 이미 결정을 해서 가장 먼저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5~11세 어린이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에서 의사가 접종 전 예진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5~11세 어린이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에서 의사가 접종 전 예진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문진 전 간호사 안내에 따라 이 군은 체중과 키를 측정하고 체온을 쟀다. 접종 전 문진에서 기저질환 여부를 묻는 의사의 질문에 이 군은 "없다"고 대답했다. 옆에 있던 아버지 이 씨는 "건선이 있고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 약물치료도 받고 있다며" 상세히 설명했다. 문진을 한 김민균 미즈메디병원 소아청소년과 주임과장은 아버지에 접종 후 원내에서 15~30분 정도 쇼크가 없는지 확인할 것을 요청했다. 접종 후 2~3일 정도 관찰하고, 일주일 정도는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진료실 밖 접종을 기다리는 이 군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아버지 이 씨는 "독감 주사 많이 맞아봤다"며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간호사는 접종 후 이상 반응 등 주의 사항을 아이들과 부모에게 안내했다. 이후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 생년월일을 물어본 뒤, "화이자 백신을 오른쪽 팔에 접종하겠다"며 손 소독 후 주사를 놓았다. 그제서야 이 군은 아프지 않다며 미소를 보였다. "아빠가 백신을 맞고 팔이 부었어서 조금 걱정됐다"던 이 군은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가고 싶다고 했던 하와이를 갈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만 5~11세 소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에서 간호사가 어린이에게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만 5~11세 소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에서 간호사가 어린이에게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1.5% 사전예약률…접종 대상 48%가 "코로나 앓은 적 있어"

이날부터 시작한 5~11세 어린이 백신 접종 사전예약률은 1.5%로, 1%대다. 31일 기준 접종 가능한 5~11세 어린이 314만7942명 중 4만7761명이 접종 사전 예약을 마쳤다. 앞서 추진단이 실시한 학부모 인식 조사에서는 부모 10명 중 3~4명꼴로 자녀 접종 의향을 보였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한참 더 낮은 사전 예약률을 나타냈다. 권근용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전날 "(사전)예약률이 낮은 것은 권고 대상을 일반 5~11세 연령자가 아닌 고위험군, 기저질환과 면역 저하요인을 가진 소아로 한정했기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최근의 오미크론 변이 확산도 접종 수요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기준 5~11세 누적 확진자는 152만888명으로 접종 대상의 약 48%다. 접종 대상 어린이 2명중 1명은 코로나19를 앓았다는 얘기다. 방역 당국은 이미 코로나를 앓았던 일반 어린이에게는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 1차 접종 전에 확진됐다면 접종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되고, 1차 접종 후에 확진이 됐다면 2차 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코로나를 앓았더라도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면역 형성과 중증·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접종을 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관련 기사) [Q&A]"코로나 앓았는데 백신 맞아야?"…5~11세 접종 어떻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5293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31일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31일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성인도 아픈데 어떻게 아이에게 맞추겠냐"…망설이는 부모들

접종 여부를 두고 학부모들이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상 반응 우려 때문이다. 6살 딸을 둔 서 모(34) 씨는 지난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자녀 백신 접종 안내 문자를 받았지만, 접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 씨는 "어른들이 맞아도 팔이 아프고 열이 오른다. 저 역시 백신을 맞고 이런 부작용을 경험했는데, 그걸 어떻게 아이를 맞추겠냐"면서 "독감 등 다른 예방 접종은 다 맞췄지만 이번에는 못 맞출 것 같다"고 말했다. 5살 아들을 둔 이 모(37) 씨도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성장기인 아이들한테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고, 백신 자체도 오랜 기간 검증된 것이 아니라서 일단 시간을 갖고 좀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소아 확진자 비중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소아 확진자의 비중은 전체 연령의 10~13%대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31일 0시 기준 5∼11세 인구 10만명당 누적 발생률은 4만7820명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장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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