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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야놀자 주식 거래? 이 회사 덕…'서울거래 비상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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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서울거래 비상장’은 가입자 10만 명을 보유한 ‘비상장 주식 거래 중개 플랫폼’입니다. 2020년 12월 서비스 오픈 후 채 2년이 안 됐지만, 누적 투자액 100억 원을 달성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서울거래 비상장’은 어떻게 보수적인 자본시장에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을까요?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PSX(Pangyo Startup Exchange, 판교 스타트업 익스체인지)의 김세영 대표에게 직접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김 대표는 은행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P2P 금융 스타트업 ‘8퍼센트’를 거쳤습니다. 스톡옵션을 받은 스타트업 직원들이 일반 주식처럼 거래를 못하는 점에 착안해, 새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여의도부터 동대문까지, 레거시 이노베이션” 1화 중 일부입니다.

서울 마포구 폴인에서 회사 이야기를 전하는 김세영 PSX 대표. ⓒ최지훈

서울 마포구 폴인에서 회사 이야기를 전하는 김세영 PSX 대표. ⓒ최지훈

투자도 안 받은 스타트업, 어떻게 '레거시 증권사' 손잡았나

저희 회사는 다른 분들이 봐주시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일단 기술은 이미 충분히 있었어요. 다만 자본 시장이 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전환을 하는 정도가 낮았죠.

저는 이전 스타트업 8퍼센트에서 일할 때 '스톡옵션'*이라는 것에 주목했는데요. 저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직원들에게 있어 가장 큰 혜택은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스톡 옵션(Stock Option) :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자기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

그런데 시장을 지켜보니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겁니다. 왜 그럴까 했더니 '비상장 주식 거래'에 맹점이 보였어요. 개발자 출신인 다른 대표와 함께 공동으로 창업을 준비할 2018~2019년도에도 비상장 주식을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곳이 없었던 거예요.

거래 상대방을 찾기도 어려웠고, 거래한다 해도 개인정보를 서로 공개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가격을 협의해야 했어요. 거래를 중개하는 딜러를 신뢰하기 어려워서, 사기를 당하는 일도 벌어졌죠. 심지어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VC(벤처캐피털)도 인감과 간인을 찍고 계약서를 쓰고 있었어요.

이런 부분들이 디지털 계좌로 연결해 거래하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어요.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안전한 거래를 만들기 위해 먼저 증권 계좌를 터줄 협력사를 구했습니다. 이때 많은 분이 보수적인 레거시 기업을 뚫으려면 힘들었겠다고 말씀하시는데요. 놀랍게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시점에 저는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앱 '블라인드'에 방금 설명한 이야기와 함께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올렸었는데요.

어느 날 신한금융투자의 관련 담당자분이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증권사 협업을 담당하는 분이었는데, 새로운 시도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어요. 바로 미팅을 했고, 그날 증권 계좌 연결 승인을 바로 받았어요. 심지어 이 회사가 투자를 받기도 전이었습니다.

이때 느낀 건 물론 레거시 기업에 보수적인 구조가 있겠지만, 그곳에서도 개방적인 사고를 갖고 혁신을 추구하는 분들이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그렇게 저희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서비스를 띄우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비상장 주식보다는 판교라는 이름을 회사명에 넣은 것처럼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췄어요.

기준 없는 '금전 거래', 원칙 어떻게 만들었을까

우선 저희 서비스는 앱에서 비상장 기업을 검색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만약에 없다면 사용자가 기업 등록을 신청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 저희 서비스의 검토를 거쳐 등록됩니다.

찾는 기업이 있다면, 해당 종목 페이지에서 '팝니다'와 '삽니다'로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매물도 확인할 수 있고, 최근 기준가 6개월의 변동 내역 등도 볼 수 있어요. 시장 거래 내역과 지표를 볼 수 있는 거죠. 이런 정보를 참고해 판매 매물이 사고 싶은 가격과 수량으로 있다면, 그 매물을 클릭해 거기서 거래 협의 및 합의를 진행합니다.

'서울거래 비상장' 앱 내 종목 매수 예시. ⓒPSX

'서울거래 비상장' 앱 내 종목 매수 예시. ⓒPSX

합의되면 바로 거래 체결 페이지로 넘어가 거래 당사자들의 주식 보유 여부와 현금 보유 여부 확인해 동시에 교환합니다. 이때 증권 계좌가 활용되기에 거래의 안전성은 보장되죠. 그다음 구매한 주식을 확인할 수 있고, 시가 기준의 자산도 볼 수 있어요.

만약 보유한 종목이 성공적으로 상장했다면, 그 당일 증권사가 계좌의 주식을 비상장에서 상장으로 알아서 바꿔줍니다. 사실상 서비스에 들어와서부터는 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과 거의 유사하죠.

결국 문제의 핵심은 비상장 주식 시장이 그동안 투자자 보호 없이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시장이었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기술을 통해 이를 생각보다 쉽게 바꿀 수 있었던 거고요.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정받을 때도 저희는 금융당국에 이렇게 사건·사고가 많은 시장을 기술을 통해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투자자 보호나 구조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신청서를 몇 차례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거쳐 큰 어려움 없이 혁신금융 지정을 받았어요.

다음의 일은 '운영'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기(허위 매물 등)를 막고 모니터링해야 하는 일이 있었죠. 일단은 앞서 소개한 증권 계좌 통한 거래로 사기 위험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여기에 저희가 자체적으로 정한 정책들을 강하게 적용했어요.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① 허위매물을 없앱니다. 처음부터 사용자가 매매 계좌에 주식과 대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게시글을 올릴 수 있게 했습니다. 게시글을 올린 뒤에도 사용자가 계좌의 대금과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지도 7번 이상 확인해 허위 매물을 정리하고 있고요.

② 거래 거절을 지속하는 게시물의 경우, 의사가 없는 허위 매물로 여기고 자동으로 내립니다. 이 덕분에 저희는 가격 역전 현상이 없습니다. 타 서비스의 경우 일부 세력의 움직임으로 인해 실제 매도 게시물이 10만원에 형성돼도, 매수 게시물을 15만원에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격을 부양시키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거죠.

③ 작전이나 시세 조종 행위로 의심되는 거래를 검수해 기준가 적용에서 배제합니다. 저희는 시장 전체를 감시하는 모듈을 적용해 거래를 전수 조사합니다. 그래서 기준가 대비 30% 이상 벗어나는 거래를 자동 감지, 이상 거래 여부를 판단하고 필터링합니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저희는 거래 종목을 200개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어요.

④ 돈을 다루는 것이기에 위와 같은 문제를 적발하면 사용자에게 페널티도 부과합니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서 일주일 이용 제한 등을 적용하죠. 사용자들이 투자자로서 계속 보호받고 있고, 거래가 안전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⑤ 반대로 플랫폼에 등록될 기업의 요건도 강화했습니다. 기업이 상장할 때 다양한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처럼, 설립 1년이 지난 존속법인으로 자본금 30억원 이상 또는 외부감사보고서 작성 대상, VC 또는 해외 투자 유치 기업만 등록할 수 있게 합니다.

또 등록 당시에는 요건이 충족됐다 하더라도 다음 재무제표에서 불충족이 되면 이런 기업은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합니다. 종목 노출도 제한하죠. 재무 외에 외부 감사의견 거절, 전액 자본잠식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것 등의 부분도 챙깁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강한 기준을 설정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진입 장벽이 높아 전문가의 영역으로 불리던 비상장 주식 시장을 저희가 서비스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끔 개방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레거시 시장 못잖게 보수적인 메시지나 액션을 하는 것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사업자로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죠.

의외로 전문 투자자 영역에서 투자자 보호 조건이 약한 편인데요. 이 시장을 누구에게나 개방한 것이기에 투자자 보호 기준을 더 세심히 만들어가야 한다고 봐요.

수수료 0%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

일반 투자자에게도 플랫폼을 개방할 때의 초심은 기존 플랫폼이 가진 배송비·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저희는 '수수료 0%'를 내걸고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이런 질문도 받습니다.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냐고요.

저희는 단순 중개가 아닌 부가가치를 내는 서비스에 과금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물론 상황에 따라 협력하는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결정을 하면 수수료 0% 정책도 바뀔 수는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어떤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현재 진행하는 구주(舊株) 유통뿐 아니라 신주(新株) 투자를 지원하고자 엔젤투자클럽 플랫폼을 최근 론칭했습니다. 스타트업의 모든 생애 주기의 투자를 지원하고 싶다는 꿈을 실천하는 과정이죠.

구주 유통의 영역에선 2021년 말 법인 계좌 서비스도 오픈했는데요. 이에 기관이 보유한 매물도 서울거래 비상장에 풀릴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저희가 2021년 홍콩의 한 자금을 국내 스타트업에 연결한 적이 있는데요. 이를 토대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자금이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비상장으로 시작했지만, 스타트업의 전 생애주기 투자 과정을 돕는 일을 하려 합니다.

김세영 PSX 대표는 “비상장으로 시작해 스타트업의 전 생애주기 투자 과정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훈

김세영 PSX 대표는 “비상장으로 시작해 스타트업의 전 생애주기 투자 과정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훈

보수적인 자본시장에 DT를 입히며 깨달은 것

이렇게 제가 경험한 자본시장에서의 디지털 전환 시도기를 전해봤습니다. 우선 제가 경험한 자본 시장은 보수적인 만큼, 기회가 많은 시장입니다. 다만 시점이나 필요성을 잘 잡아야 하죠. (후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여의도부터 동대문까지, 레거시 이노베이션” 1화중 일부입니다.

더 많은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이 대세라지만, 여전히 변하기 어려운 산업군이 있습니다. 흔히 '레거시(Legacy)'라고 불리는, 역사가 오래된 분야입니다. 서울 여의도의 증권시장, 마장동 축산시장, 동대문의 패션시장 등이 대표적입니다. 쌓인 유산이 많은 만큼, 디지털로 바꾸는 데 어려움도 많은 곳들이죠. 이런 레거시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을 폴인이 만났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레거시 산업에 ‘DT 혁신’을 일으킬 수 있었는지 들어봤습니다.

▶ 지금 ‘폴인’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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