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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하다 지푸라기로 탱크 감췄다, 러軍 절박한 위장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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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지푸라기를 이용해 탱크를 은폐하고 있다. [트위터 출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지푸라기를 이용해 탱크를 은폐하고 있다. [트위터 출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전차를 은폐하는 데 지푸라기와 나뭇가지, 대형 양탄자 등을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추적·공격을 피하기 위해 이같이 '아마추어적인' 위장술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러시아군이 다소 허술한 눈속임을 하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며, 한 교전 영상 속 러시아군은 소나무 잔가지로 상단과 측면을 위장한 탱크 옆에서 총격을 벌였다고 전했다. 또 길가에 줄지어 서있는 장갑차 수송부대는 농가에서 구할 수 있는 건초로 위장했으며, 정차된 탱크 일부에선 대형 양탄자와 같은 무거운 천으로 가려진 모습이 목격됐다.

서방의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위장이 열 감지 추적 장치를 장악한 우크라이나군의 재블린 미사일 공격을 피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한 미 육군 장교 출신 마이크 제이슨은 WP에 "주변 지형을 고려한 위장술을 펼치면 적군이 멀리서 쌍안경이나 열화상 카메라로 탐지해도 전차와 민간인 차량 구분을 어렵게 한다"며 "모양을 왜곡하고 열 감지 신호를 반감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론과 위성사진, 적외선 탐지 기술이 발달한 현대 전쟁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마이크 제이슨은 말했다. 미군의 경우 초경량 위장망으로 전차 전체를 덮어 적군의 탐지 기능을 회피한다.

제이슨은 "(러시아군이) 절박해 보인다. 나뭇가지가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위장술을 펼칠 기초적인 능력이 없거나 애초에 제대로 된 장비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가 러시아의 '전술 실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 2018년에 이미 최신식 위장 무기를 선보인 바 있지만, 이번에는 활용하지 않고 군사적 손해를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롭 리 외교정책연구소(FPRI) 연구원은 WP에 "우크라이나에서 질 낮은 위장술을 펼치고 있는 것은 군 상부의 지휘 능력이 부족하거나 당초 단기전을 예측한 러시아 측의 오판 탓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군은 보안 되지 않은 통신망을 사용해 우크라이나군에 군사 기밀정보를 유출당하기도 했다.

이날 WP는 "전선에 배치된 러시아군 15만명은 군수물자를 공급받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 등 핵심 거점을 장악하지 못해 보급품 수송을 위한 철도 물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현지 도로는 겨우내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서 진흙탕으로 변하는 바람에 대형 차량 통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WP에 따르면 러시아군 한 명당 하루 평균 식량, 연료, 탄약, 의약품 등 보급품 440파운드(약 200㎏)를 소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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