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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민항기 1㎞ 남쪽서 쐈다…발사장소에 전문가들 의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장소가 평양 순안공항의 남쪽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객기를 비롯해 민간 공항시설이 밀집한 곳으로 북한이 이곳에서 미사일을 쏘기는 처음이다.

 지난 2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지점(위 네모)과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아래 원)을 촬영한 위성사진. 도로를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평양 순안공항이 나온다. VOA 화면 캡처

지난 2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지점(위 네모)과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아래 원)을 촬영한 위성사진. 도로를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평양 순안공항이 나온다. VOA 화면 캡처

3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 자료를 기존 민간 위성사진과 비교 분석한 결과 순안공항 남쪽 활주로와 더 남쪽에 있는 미사일 기지(신리 미사일 지원시설) 사이의 중간 도로가 ICBM 발사 장소로 평가됐다. 앞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 이튿날인 지난 25일 “신형 ICBM인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며 관련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방송은 이번 ICBM 발사 장소가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에서 직선거리로는 약 800m, 도로 상으로는 약 1.2㎞ 떨어진 곳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서 이동식 발사 차량(TEL)에 실린 ICBM이 보관된 시설로 지목된다. 해당 영상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설을 둘러본 뒤 함께 ICBM 발사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튿날인 지난 25일 공개한 영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이 보관된 시설에서 이동식 발사 차량(TEL)에 실린 '화성-17형'과 함께 밖으로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튿날인 지난 25일 공개한 영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이 보관된 시설에서 이동식 발사 차량(TEL)에 실린 '화성-17형'과 함께 밖으로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2020년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에 대해 “중ㆍ장거리 미사일 제작과 조립, 점검을 위한 시설”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사실상 미사일 기지로 활용되는 게 확인된 셈이다.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 남쪽에 있는 작은 산 아래에선 터널 입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TEL에 실은 미사일을 터널에 숨겼다가 유사시 발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이 공항 남쪽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유를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 북한은 민간 시설이 많은 남쪽이 아닌 공항 북쪽 지역에서만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성사진으로 살펴본 결과 이번 미사일 발사 지점은 민항기용 활주로에서 1㎞, 공항 터미널에서 1.5㎞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발사 장소에서 1.2㎞ 거리엔 고려항공 여객기 5~6대가 계류 중이었다.

평양 순안공항과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1.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 2. 지난 24일 미사일 발사 지점, 3.민간용 순안공항, 4.군용 북부 활주로. VOA 화면 캡처

평양 순안공항과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1.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 2. 지난 24일 미사일 발사 지점, 3.민간용 순안공항, 4.군용 북부 활주로. VOA 화면 캡처

이와 관련, 조셉 버뮤데즈 CSIS 선임연구원은 “항공기가 상공에 떠 있지 않고 주변에 민간인이 없는 시간을 맞췄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미국)는 그렇게 하지 않는 만큼 이는 일반적이진 않다”고 방송에 말했다.

데이비드 슈멀러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발사 장소에 대해 “좋은 생각이 아니다”며 “과거 화성-14형 발사 사례에서 보듯 미사일 시설 인근에서 발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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