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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삼계탕보다 촉촉하고 깊은 맛, 『규합총서』 속 닭 요리

중앙일보

입력

전통음식에는 우리 조상들이 쌓아 온 경험과 지혜가 담겨 있다. 이러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문헌이 『식료찬요』『수운잡방』『규합총서』등 고조리서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이 조상들의 조리법을 재현한 고조리서 8권을 책으로 엮은 것도 이 때문이다.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예부터 전해져 내려온 전통음식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유튜브에 고조리서에 나온 음식을 소개하는 채널 ‘윤숙자의 손맛’도 운영한다. 이 중에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전통 음식과 이를 활용한 요리를 엄선해 쿠킹에 소개한다.

윤숙자의 고조리서에서 찾은 우리 맛 ④ 칠향계와 닭안심선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건강한 닭요리, 칠향계와 닭안심선 상차림 모습.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건강한 닭요리, 칠향계와 닭안심선 상차림 모습.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다이어트 음식이라면 으레 닭고기를 떠올립니다. 닭은 보양 음식이기도 하지만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아요. 그런 면에서 고조리서 속 닭 요리를 살펴볼까요. 다가오는 여름을 대비해 다이어트 한다면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건강한 닭요리가 제격이겠죠.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 소개된 ‘칠향계’와 응용요리로 닭 안심을 쪄서 만드는 ‘닭안심선’ 두 가지를 소개할게요.

칠향계는 일곱 가지 향채가 들어가 붙여진 이름으로, 파·생강·도라지·천초·식초·간장·참기름을 사용해요. 가만 보면 칠향계는 삼계탕과 만든 모양새가 똑 닮았어요. 하지만 삶느냐, 중탕으로 만드느냐의 차이가 있죠. 삼계탕은 닭을 물에 넣어 푹 삶아서 만들어서 살이 퍽퍽한데, 칠향계는 중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깊은 맛이 나고 살이 촉촉해요.『규합총서』는 정말 맛있는 닭요리 방법이라고 소개했어요.

칠향계는 일곱 가지 향채를 넣어 만든 요리로 닭의 촉촉하고 쫀득한 식감이 돋보인다.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칠향계는 일곱 가지 향채를 넣어 만든 요리로 닭의 촉촉하고 쫀득한 식감이 돋보인다.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먼저 닭 손질부터 해볼게요. 기름기가 많은 꽁지와 날개 끝부분은 떼어 주세요. 뱃속의 내장과 기름도 제거해 준비합니다. 닭의 잡내를 잡으려면 끓는 물에 데쳐 주세요. 주의할 점은 잠깐 끓는 물에 넣었다 빼는 게 아니라 닭을 넣은 다음 물이 한번 우르르 끓어오른 다음 꺼내는 게 포인트예요. 이렇게 하면 불순물과 잡내를 잡을 수 있거든요. 여기에 더해 우리 조상들은 냄새를 잡기 위해 식초를 사용했어요. 칠향계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도라지는 껍질을 벗겨서 삶아주세요. 도라지는 소금에 문질러 씻으면 쓴맛이 날아가요. 생강은 편으로 썰고, 대파는 10㎝ 길이로 썰어서 준비해주세요. 준비된 일곱 재료를 한꺼번에 닭 뱃속에 넣고 빠지지 않게 다리를 실로 묶어주세요. 그다음 중탕 그릇에 남겨 둔 도라지, 생강, 파를 깔고 그 위에 닭을 올려주세요. 흘러내린 양념은 닭 위에 끼얹어 주세요. 중탕 그릇은 기름종이로 싸매고 접시를 하나 올려서 덮어주세요. 중탕 그릇이 들어갈 만한 더 큰 냄비를 준비해 안에 삼발이를 넣고 닭고기가 든 중탕 그릇을 올려 2시간 정도 중탕으로 끓여주세요. 중탕으로 익히면 수분과 향이 닭 안으로 서서히 스미면서 익어요. 그래서 촉촉하고 식감이 쫀득쫀득하죠.

'닭안심선'은 안심에 칼로리가 낮은 두부를 섞어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든다.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닭안심선'은 안심에 칼로리가 낮은 두부를 섞어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든다.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응용요리로는 메추리알을 품은 닭안심선을 해볼게요. 다이어트할 때 닭가슴살을 많이 먹는데 퍽퍽하고 질릴 수 있어요. 그럴 때는 부드러운 안심을 사용해보세요. 닭안심선은 칼로리가 낮은 두부를 섞어 영양은 높이고, 맛은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든 요리에요. 다진 닭 안심과 두부, 양념을 넣고 치댄 다음 젖은 면보에 펴 놓은 후 메추리알을 가운데 올려서 김밥을 말 듯 돌돌 말아주세요. 닭안심선은 딱 10분만 찜통에 익혀주세요. 너무 익으면 단단해져 ‘선’요리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없어져요. 찌는 요리법을 ‘선’이라고 하는데 두부선, 오이선, 가지선 등이 있어요. 부드러워 소화도 잘되고 맛도 좋은 조리 방법이랍니다.



Today’s Recipe 윤숙자의 칠향계와 닭안심선

칠향계와 닭안심선.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칠향계와 닭안심선.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닭안심선을 만들 때 젖은 면 보자기가 없다면 쿠킹포일을 이용하세요. 이때 쿠킹포일에 기름을 발라야지 반죽이 들러붙지 않고 예쁘게 말 수 있어요. 먹을 때는 겨자장을 곁들여 먹기도 하지만, 집에 있는 오리엔탈 드레싱과 같은 샐러드드레싱을 곁들여도 좋아요.”

[칠향계]
재료 준비  
닭 한 마리(800g), 도라지 두 뿌리, 대파 80g, 생강 30g, 천초 1큰술, 청장 3큰술, 참기름 2큰술, 식초 2큰술

칠향계에 들어가는 재료.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칠향계에 들어가는 재료.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만드는 법
1. 닭은 배를 가르지 않고 내장과 기름을 떼어낸다.
2. 손질한 닭을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데친다.
3. 도라지는 껍질을 벗겨 깨끗하게 씻어 삶아낸다.
4. 생강은 편으로 썰고, 대파는 10cm 길이로 썬다.
5. 닭의 배 속에 도라지, 생강, 파, 천초, 청장, 참기름, 식초를 넣고 다리를 묶어준다.
6. 중탕 그릇에 남은 도라지와 파를 바닥에 깔고 닭을 올린 다음 기름종이로 위를 싸매고 접시를 올려준 뒤 끓는 솥에 그릇째 넣어 중탕으로 2시간 익힌다.

[닭안심선]
재료 준비  
닭안심 150g, 두부 150g, 메추리알 10개, 풋고추 1개, 홍고추 1/2개, 양념(소금 1작은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추가루 약간), 연겨자 소스(간장 2큰술, 잣가루 1큰술, 식초 1큰술, 연겨자 1/2큰술, 설탕‧꿀 1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닭안심선에 들어가는 재료.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닭안심선에 들어가는 재료.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만드는 법
1. 닭고기와 물기를 뺀 두부는 곱게 다져 양념을 넣고 치댄다.
2. 홍고추, 풋고추는 씨를 빼고 곱게 다져놓는다.
3. ①의 양념한 닭 안심에 다져놓은 청‧홍고추를 넣고 고루 섞는다.
4. 면포에 ③을 넓게 펴서 올린 후 삶은 메추리알을 넣고, 김밥 말 듯이 말아서 김 오른 찜통에 10분 정도 찐다.
5. 식으면 적당한 크길 썰어 보기 좋게 담고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연겨자 소스와 함께 낸다.

윤숙자 소장, 정리=강미숙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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