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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상장 당일 시총 8조…韓엔터계에 떨어진 '다이너마이트' [K팝 세계화 리포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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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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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가 2020년 10월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국내 엔터 기업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3대 기획사라는 오랜 구도가 10년 만에 깨진 것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규모도 시장의 관심도 그리고 그 이후의 행보까지도 하이브의 상장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떨어진 ‘다이너마이트’였다.

하이브 상장 당일 3사 시총 제쳐  

케이팝 엔터사 시가총액.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케이팝 엔터사 시가총액.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하이브는 2020년 10월 15일 한국 증시에 입성했다. 첫날 시가총액이 8조원을 돌파하면서 SM엔터테인먼트(7500억원), JYP 엔터테인먼트(1조2000억원), YG 엔터테인먼트 (8000억원)의 합산 시총을 훌쩍 넘겼다.

하이브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최초의 엔터기업이기도 하다. SM, JYP, YG는 모두 코스닥 상장사다. 코스피는 코스닥 보다 규모나 매출액 면에서 보다 까다로운 상장 기준을 요구하는데 이를 가뿐히 통과했다. 하이브 상장 당시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빅히트가 코스피시장에 상장함으로써 엔터주의 위상이 크게 격상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전 대형 3사(SM·YG·JYP)의 상장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초기 엔터 산업에 대한 편견, 스캔들 하나에도 흔들리는 사업 구조에 대한 불신 등으로 주식시장의 눈높이를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 증시 역사상 최초의 ‘엔터주’는 SM이다. 비교적 이른 시기인 2000년 4월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룹 H.O.T, SES, 신화 등 1세대 아이돌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은 성과였다. 당시 SM의 공모가는 1만2000원, 상장 당일 시가총액은 402억원에 달했다.

JYP, YG가 증시에 입성한 건 그로부터 10년 뒤였다. 소녀시대, 빅뱅, 원더걸스 등이 동시 활동하던 K팝의 황금기였다. 하지만 상장 과정은 험난했다. YG는 한 차례 재수 끝에야 상장할 수 있었다. 그룹 빅뱅의 군 입대 이후 매출의 불확실성이 당시 주된 탈락 이유로 꼽혔다. JYP는 아예 우회 상장을 택했다. 당시 국내에서 잘 나가던 원더걸스가 미국 진출에 실패하면서 3년 간 매출 적자를 기록해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엔터사 최대 미션 '아이돌 공백' 메워라  

스타가 바로 콘텐트고, 수익 그 자체인 엔터주의 특성상 소속 연예인들의 흥망성쇠가 회사의 존망과 직결된다. 엔터사 대표 스타들이 빛나는 순간에도 시장은 다음 주자 혹은 그들의 공백에 대한 답을 요구했다. 엔터사가 기업 공개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려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빠르게 조달해 스타의 공백기 동안에도 이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JYP나 YG는 상장 이후 음식료 사업이나 드라마 제작 사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SM은 최근까지 광고(SK플래닛, FNC 애드컬쳐)와 메니지먼트(키이스트) 사를 끊임없이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반면 공모 당시부터 하이브는 ‘엔터사’가 아닌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였다. 상장 이후에도 플랫폼 기업을 향한 광폭 행보로 주가를 끌어 올렸다.

하이브 확장 공격적 행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하이브 확장 공격적 행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상장 이듬해인 지난해 1월 먼저 네이버 ‘V앱’으로 불리는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인수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위버스 플랫폼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바로 이어 세계 최대 음악·음반 유통사인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했다. 여기에 사명은 '빅히트'에서 '하이브'로 바꾼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닌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져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 팝스타의 소속사 이타카 홀딩스 인수까지 해낸다. 이 모든 게 상장 이후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현재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30일 종가 기준 12조7989억원(주가 30만 9500원)으로 10조를 훌쩍 넘어섰다.

이환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플랫폼’기업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가져가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며 “다른 엔터사들도 상장 이후 조달된 자금으로 공격적인 M&A에 나섰지만, 하이브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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