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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빌드업…벤투호 숙제는 ‘플랜B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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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9일 열린 UAE와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 장면. 한국은 볼 점유율 77%, 16차례 코너킥 기회에서 득점하지 못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29일 열린 UAE와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 장면. 한국은 볼 점유율 77%, 16차례 코너킥 기회에서 득점하지 못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가 ‘중동의 복병’ 아랍에미리트(UAE)에 일격을 당했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이 신봉하는 ‘빌드업(build-up·패스워크 위주로 볼 점유율을 높이는 경기 방식 )’ 축구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승부였다. 오는 11월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빈 ‘황소’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기량을 확인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29위 한국은 29일 밤 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69위)와의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후반 8분 상대 공격수 하립 압달라에 골을 내준 끝에 0-1로 졌다. 마지막 경기에서 첫 패배를 당한 한국은 7승2무1패(승점 23점)로 최종예선을 마쳤다. 같은 날 레바논을 2-0으로 꺾은 이란(승점 25점·8승1무1패)에 A조 선두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나흘 전 ‘숙적’ 이란을 2-0으로 완파하며 11년 간 이어진 맞대결 무승(7경기 3무4패)의 늪에서 벗어났지만, UAE전 패배로 빛이 바랬다.

황희찬

황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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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UAE와 축구 A매치에서 진 건 2006년 1월 이후 16년 만이다. UAE를 상대로 최근 6연승 행진도 마감했다.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은 데다, 본선 조 추첨을 앞두고 포트3(본선 참가국 중 16~23위) 진입도 완료해 긴장감과 목표 의식이 함께 떨어진 게 독이 됐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은 벤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느슨한 마음가짐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는 “한국은 UAE만큼의 야망과 열정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모두가 (패배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력과 태도까지도 실망스러웠다”고 꼬집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팀 성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팀 성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에이스 손흥민(30·토트넘)을 포함, 한국 선수들의 발걸음이 전반적으로 무거운 가운데 UAE전에서 그나마 제 기량을 발휘한 건 공격수 황희찬이었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저돌적인 돌파와 과감한 슈팅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43분 상대 페널티 아크 외곽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등 위협적인 장면도 여러 차례 연출해냈다. 상대 거친 태클의 표적으로 자주 그라운드에 나뒹굴었지만,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볼을 공격 지역으로 운반했다.

황희찬은 “(UAE전 패배는) 우리 선수들이 원하던 결과는 아니지만, 한 경기를 진 걸로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큰 틀이 무너지진 않는다”면서 “2차예선부터 최종예선까지 모든 일정을 단 1패로 마무리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UAE전 경기 기록

UAE전 경기 기록

UAE가 시도한 전방 압박에 고전한 건 본선 도전을 앞둔 우리 대표팀에 적신호다. 볼 점유율 77%에 무려 16차례의 코너킥 기회를 얻고도 한 골도 넣지 못한 건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다. 상대팀 축구 스타일에 민감하게 반응해 번번이 ‘맞춤 전술’을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경기 흐름이 뜻한 대로 풀리지 않을 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빌드업 위주의 플랜A가 통하지 않을 때, 손흥민이 상대 집중 견제에 묶일 때, 믿었던 수비진이 흔들릴 때 흐름을 바꿀 해법이 필요하다.

벤투 감독은 다음 달 2일 본선 조 추첨식을 앞두고 카타르 도하로 건너갔다. 조 추첨 현장에서 한국과 한 조에 묶일 상대 팀의 면면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대회 기간 한국대표팀이 머물 베이스캠프도 둘러볼 예정이다.

카타르월드컵 대륙별 본선 진출국

카타르월드컵 대륙별 본선 진출국

오는 6월과 9월에 치를 A매치 평가전의 과제는 본선 경쟁력 제고다. UAE전처럼 경기가 안 풀릴 때, 또는 불의의 일격을 당해 먼저 실점했을 때 미리 준비한 플랜 B를 변속 기어로 삼아 전체적인 흐름을 바꿔야 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월드컵 본선에선 한 차원 높은 압박 능력과 골 결정력을 지닌 나라들과 만난다”면서 “남은 기간 빌드업 축구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한편, 전술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경기 상황과 상대의 특징에 맞춰 대처 가능한 팀을 만드는 건 우리의 장점을 버리는 게 아니라 장점의 가짓수를 늘리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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