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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에 20년 간첩 신분 드러났다?…中 뒤집은 스타 앵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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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레이 전 CGTN 앵커 [사진=CGTN]

청레이 전 CGTN 앵커 [사진=CGTN]

중국 태생의 호주 국적 앵커 청레이(成蕾·47)가 31일 베이징 제2중급법원에서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지난 2020년 8월 중순 ‘해외 불법 국가기밀 제공죄’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된 지 1년 7개월 만이다.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8일 “중국 사법 기관이 법률에 따라 사안을 처리했으며 합법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했다”고 밝혔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26일 “중국 정부에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인도주의적인 절차에 부합하는 재판을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청레이 전 CGTN 앵커 [청레이 페이스북]

청레이 전 CGTN 앵커 [청레이 페이스북]

중국은 청레이가 지난 20여년간 중국중앙TV(CC-TV)에 잠복해 ‘간첩’으로 활동하며 호주와 미국을 위해 중요한 정보를 훔쳤다고 주장한다. 앞서 호주 당국은 청레이 체포 당시 “정부의 프라이버시 의무에 따라 추가 설명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中 “20년간 호주·미국 위해 정보 훔쳐” #2002년 CCTV 입사후 CNBC·CGTN 활약 #2020년 2월 페북에 “우한 취재 로비” #재판 결과 따라 중·호 관계 격랑 우려

청레이는 1975년 중국 후난(湖南)성 웨양(岳陽)의 일반 농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10살이던 1985년 부모를 따라 호주 멜버른으로 이민을 떠났다. 호주 명문인 퀸즐랜드 대학을 졸업한 뒤 2000년 호주 물류회사에 취업한 그는 중국 파견 근무의 기회를 얻었다.

2002년 CC-TV 경제 채널 영문 앵커 응시에 합격한 그는 유려한 영어 솜씨를 뽐내며 대표 앵커로 활약했다. 이후 미국 CNBC로 자리를 옮겨 싱가포르를 거쳐 상하이 특파원으로 부임한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보도로 뉴욕 언론 페스티벌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사이 빌 게이츠, 마윈(馬雲) 등 유명인 인터뷰로 맹활약을 하다 2012년 CC-TV의 영어방송 채널인 CGTN의 앵커로 돌아왔다.

중국판 카카오스토리 격인 웨이신(微信)의 아이디 ‘응안투시(鷹眼透視)’는 지난해 6월 청레이가 CC-TV와 CNBC, CGTN을 오가며 은밀하게 간첩 활동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직무상 편의를 이용해 정보를 훔치는 등 ‘철저한 반역자’로 전락했으며 2020년 한 인터뷰에서 말 실수로 간첩 신분을 드러냈다고 지적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그해 8월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2월 ‘기밀 유출’ 혐의로 청레이를 정식 체포했다.

호주 국적의 유명 앵커가 체포되자 호주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이후 중국과 호주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청레이 체포 직후인 2020년 9월 호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 조사를 세계보건기구(WHO) 측에 촉구한 게 갈등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청레이가 코로나19 발발 직후 SNS에 남긴 기록들이 새삼 조명 받았다. “취재를 위해 우한(武漢)에 보내달라고 상사에게 로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라거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여전히 많은 의심이 있다”는 내용 등이다. 코로나19 ‘내부 고발자’인 우한 중신 병원 응급실 주임 아이펀(艾芬)을 언급하기도 했다.

홍콩 명보는 27일 “이번 재판으로 이미 바닥 상태인 중국과 호주 관계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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