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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군, 민간인 성폭행"… 러 "우크라군이 포로 학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달이 넘어가면서 인권 유린 범죄가 잇달아 보고됐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성폭행하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포로를 학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 여성 "러군 2명이 남편 죽이고 성폭행" 

우크라이나의 한 모녀가 지난 28일 하르키우의 아파트 지하 대피소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을 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한 모녀가 지난 28일 하르키우의 아파트 지하 대피소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을 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군인과 관련된 수많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백악관도 우려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리나 베네디코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키이우 지역에서 민간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러시아 군인을 기소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러시아군을 성폭행 혐의로 기소한 건 처음이다. 이후 러시아군의 성폭행 사건이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나탈리아(가명)'라고 알려진 피해 여성은 지난 28일 더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나탈리아(33)는 남편, 네살 아들과 함께 수도 키이우 동쪽 브로바리의 숲에 살고 있었다. 지난 9일 러시아군이 브로바리에 진입했고, 그는 민간인 표식으로 문 앞에 하얀 천을 걸어놨다.

러시아군이 처음 집에 찾아왔을 땐 그들은 "훈련인 줄 알고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 안에서 '위장복'이 발견되자 그들은 돌변해 차를 부수고 난동을 부렸다. 다행히 첫날은 그렇게 넘어갔지만, 두 번째 찾아왔을 때 사건이 일어났다. 두 명의 러시아 군인은 남편을 총으로 쐈으며, 나탈리아를 강간했다. 성폭행은 이후 세 차례나 이어졌다. 나탈리아는 그들이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아들을 데리고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다. 성폭행한 러시아군 중 한 명은 이름의 '미하일 로마노프', 나탈리아는 SNS를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탈리아는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군의 성범죄를 부인하는 것을 보고 인터뷰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직접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리아 메젠체바 우크라이나 하원의원은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성범죄를 당한 더 많은 희생자가 있다"며 "이는 전쟁 범죄이자 국제인도법 위반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군의 성범죄에 대해) 전혀 믿지 않는다. 거짓말"이라고 했다.

러시아군 성범죄는 지난 4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처음 언급했다. 그는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시에서 여성들을 성폭행한 여러 사례가 있다"고 했다.
이후 현지인들 인터뷰로 러시아군 성폭행이 알려졌다. 키이우 지역 이르핀에선 러시아군이 지하실에 숨어 있는 여성들을 찾아내 성폭행했으며, 헤르손에선 러시아군이 10대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

우크라군, 러 포로 다리에 총 쏴 쓰러뜨려 

지난 2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포로를 학대하고 있다는 의혹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JSteyr 트위터 캡처

지난 2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포로를 학대하고 있다는 의혹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JSteyr 트위터 캡처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포로를 학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29일 "러시아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상에서 자국 병사들에 대한 학대 문제를 제기했고, 우크라이나 주재 유엔 인권감시단의 마틸다 보그너 단장이 조사 중"고 보도했다.

지난 27일 SNS에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 포로 다리에 총을 쏴 쓰러뜨리는 영상이 올라왔다.
BBC는 해당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하르키우주 남동쪽 말라야 로한의 목장에서 26일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상에는 포로들이 러시아어로 심문받고 있는데, 언어 전문가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부 지역 우크라이나인의 억양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단, BBC는 "(가해자가) 우크라이나군이 아닐 수 있다. 동부 지역에 있는 친러시아 반군일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파란색 완장을 하고 있지만, 연대 배지가 잘 보이지 않아 식별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사령관은 “러시아가 우리 군 신뢰를 떨어뜨리려고 해당 영상을 만들어 공유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영상에 담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계엄령에 따라 엄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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