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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정부도 '국방부 이전' 검토…"안보 문제 삼더니 아이러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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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도 서울 용산의 국방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비밀리에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여러 문제를 고려해 도중 접었다고 한다.

 남산에서 내려다 본 용산 국방부 청사. 김현동 기자

남산에서 내려다 본 용산 국방부 청사. 김현동 기자

29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2017년 말 청와대와 국방부 일각에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이전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후보지로는 현재 수도방위사령부가 있는 남태령이 꼽혔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익명의 소식통은 “한국과 미국의 합의에 따라 용산의 주한미군 기지가 나가더라도 한ㆍ미 연합사령부와 미군 숙소인 드래곤힐 호텔은 남아있고, 주한 미국대사관이 새로 들어오게 됐다”며 “용산 기지 터를 전부 용산공원으로 만들지 못하고 미 대사관과 미군 시설이 알박기처럼 자리 잡은 데 대한 불만이 청와대 내부에서 강했다”고 말했다.

연합사(메인포스트)와 드래곤힐 호텔(사우스포스트)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과 녹사평역 사이의 이태원로를 두고 남북으로 마주 보고 있다. 용산 미군 기지가 나간 뒤 용산공원을 조성하면 한가운데 미군 시설이 버티게 되는 셈이다.

서울 용산공원 장교숙소 5단지 전시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용산일대 미군기지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

서울 용산공원 장교숙소 5단지 전시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용산일대 미군기지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

이 소식통은 “미국과의 합의 사항을 바꾸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국방부ㆍ합참을 빼낸 뒤 남은 부지를 당장 용산 공원으로 편입하자는 차선책이 제안됐다”고 덧붙였다. 국방부ㆍ합참이 용산에서 벗어나면 연합사도 잔류할 명분이 약해지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 등이 남태령 수방사를 찾아 현지답사를 벌였다. 그러나 국방부의 남태령 이전 계획은 곧 동력을 잃었다. 수방사 영내가 국방부ㆍ합참을 모두 수용할 정도로 넉넉하지 않고, 두 시설의 이사ㆍ건설 관련 비용이 많이 든다는 추계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대안이 떠올랐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연합사를 용산 미군 기지에서 국방부 영내로 이동하자고 제안했고, 미국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다. 빈센트 브룩스 당시 연합사령관은 2018년 1월 “연합사 본부가 국방부 구역 안에 함께 있으면 한ㆍ미 동맹의 군사역량을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한미 연합사령부와 드래곤힐 호텔, 구글어스

이태원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한미 연합사령부와 드래곤힐 호텔, 구글어스

드래곤힐 호텔도 대체지를 찾는 것으로 한ㆍ미가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연합사의 국방부 영내 이동은 브룩스 사령관의 후임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연합사령관이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당시 ”연합사의 미군 참모들이 평택의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된다. 이런 근무 여건에서 우수한 참모를 미국에서 데려올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한다.

한ㆍ미는 대신 새 연합사 건물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안에 짓기로 하고, 올해 하반기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드래곤힐 호텔 이전 협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 차량. 뉴스1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 차량. 뉴스1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안보 공백을 문제 삼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반대한 청와대가 국방부 이전을 추진한 사실은 아이러니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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