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에 잠든 '고발장' 뭐길래…"尹 '적폐수사' 본진 될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2.03.30 05:00

수원지검과 그 산하 지청에 산재한 현 여권 관련 고발 사건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부분 관할 지역을 이유로 배당됐고, 현재 친여(親與)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기관장으로 포진하면서 길게는 1년이 넘도록 캐비닛에 잠들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안양지청은 지난 28일 대선 기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운동 관련 단체 대화방에 참여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로 고발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에 나섰다. 서울동부지검이 3년 전 고발장이 접수된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강제 수사에 나선 것과 맞물려 그간 묵혀온 현 여권 관련 사건들에 대해 수사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2017년 9월 1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박범계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둘은 문재인 정부 3, 4기 법무부 장관을 맡았다. 박종근 기자

2017년 9월 1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박범계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둘은 문재인 정부 3, 4기 법무부 장관을 맡았다. 박종근 기자

수원지검 및 산하 지청에 여권 연루 사건 쌓여

현재 안양지청 형사1부(부장 김선문)에는 박범계 장관 사건 외에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관련 고발 사건이 계류 중이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2020년 11월 30일 당시 추미애 장관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는 한편, 대검에 수사를 의뢰한 행위가 위법한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하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등 압수수색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법무부 심재철 검찰국장(현 서울남부지검장), 박은정 감찰담당관(현 성남지청장) 등도 함께 고발했다. 이 사건은 당초 서울서부지검에 배당됐지만, 같은 해 12월 피고발인의 근무지(법무부)가 과천에 있는 점을 고려해 관할 지청인 안양지청에 이송했다. 이후 약 1년 3개월 동안 이 사건 수사는 이뤄진 게 없다.

안양지청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고발 사건 수사에 주력한 탓에 ‘윤수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정치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고발장도 쌓여 있다. 공수처 자신도 사과한 ▶언론인·정치인 포함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통신영장 청구와 통신자료 조회 관련 사찰 의혹(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등)은 물론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 논란 해명 보도자료 허위 작성 의혹(허위공문서작성 등)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관련 수원지검 수사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허위 작성 의혹(허위공문서작성 등) ▶여운국 차장의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부적절한 정치인 접촉 의혹(청탁금지법 위반 등) 등이 형사3부(부장 오기찬)에 배당돼 있다.

같은 수원지검 산하 지청인 성남지청에는 지난달 박하영 전 차장검사 사표 파동 끝에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FC 후원금 강요 의혹 사건이 남아있다. 현재 경찰이 보완수사 중이지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른 최종 기소 여부는 성남지청이 판단하게 된다. 직속 상급기관인 수원지검에도 민감한 사건이 쌓여있긴 마찬가지다. 이 상임고문이 2018~2020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재판을 받을 당시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은 공공수사부(부장 김종현)가, 성남FC 사건에 대한 보강 수사를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은 형사6부(부장 김병문)가 쥐고 있다.

수원지검과 그 관할 지청인 안양·성남지청 등엔 현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이 쌓여 있다. 각 기관의 기관장은 현재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포진해 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14일 수원고·지검 청사의 모습. 뉴스1

수원지검과 그 관할 지청인 안양·성남지청 등엔 현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이 쌓여 있다. 각 기관의 기관장은 현재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포진해 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14일 수원고·지검 청사의 모습. 뉴스1

“수원지검, ‘적폐 수사’ 본진 될 수도”

현재 수원지검은 신성식 검사장, 안양지청은 형진휘 지청장, 성남지청은 박은정 지청장 등 모두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지휘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박범계 장관이 역대 최대 규모로 단행한 인사에 따라 해당 보직으로 전보됐다. 이재명 상임고문의 중앙대 법대 후배이기도 한 신 검사장은 2020년 채널A 사건 녹취록을 KBS에 허위제보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형 지청장은 이성윤 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4차장검사로 보좌했다. 박 지청장은 윤석열 당선인 감찰·징계 과정에서 상관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에 대한 보고를 건너뛰고, 당시 감찰담당관실 소속 검사에게 ‘윤 당선인의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고서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던 인물로 지목돼 있다.

이와 관련, 한 검찰 간부는 “현 정권에 민감한 사건을 뭉개기 위해 ‘우리 편’을 꽂았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뇌관이 된 곳이 수원지검과 안양·성남지청”이라며 “향후 검찰 인사에서 안양·성남지청장 등이 수사통으로 교체될 경우 윤 당선인이 공언한 ‘적폐 수사’의 본진이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라 수원지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도 “수원지검이 각 지청을 직접 지휘하면서 수사를 벌이면 웬만한 특별수사본부를 뛰어넘는 수사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 전 정권 수사에 나설 경우 그 시작점은 수원 관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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