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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찍는 공장?…"재능만 보지 않는다" 집단 뭉친 K팝 원천기술 [K팝 세계화 리포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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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를 만들어 낸 프로듀서 피독(Pdogg). BTS 멤버들은 "피독이 BTS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사진은 2017년 서울 논현동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한 모습. 김경록 기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를 만들어 낸 프로듀서 피독(Pdogg). BTS 멤버들은 "피독이 BTS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사진은 2017년 서울 논현동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한 모습. 김경록 기자

급여 3800만원, 상여 1억1100만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수익 399억2800만원.
 막대한 수입의 주인공은 하이브의 대표 프로듀서 피독(본명 강효원ㆍ39)이다. 하이브가 지난 22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400억77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피독은 고등학생이었던 김남준(BTS RM)을 만나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에게 소개했고, 힙합 음악 지망생들을 K팝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으로 바꾸는 과정을 함께한 인물이다. 2020년 방송된 ‘불후의 명곡’ 피독 편에 출연한 BTS의 리더 RM은 “피독은 선생님이자 동료이자 가족 같은 사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음악 매니지먼트 시스템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미·일 음악 매니지먼트 시스템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난 30년 동안 K팝 산업은 잠재력은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10대 인재를 찾아 스타로 키워내는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한국은 세계 음악시장의 주변부인 데다 내수 시장은 작고 경쟁은 거셌다. 1990년대 시작된 음악 산업화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비용은 아끼는 방법을 찾는 여정이었다.
 시작은 이수만이 창업한 SM엔터테인먼트였다. 세월이 흘러 SM이 벤치마킹한 일본 아이돌 육성 시스템과 다른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의 기획사는 가수를 찍어내는 ‘공장’이라는 비판 속에서 독특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완성했다.

K팝 혁신 키워드 셋.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K팝 혁신 키워드 셋.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대중음악평론가 김영대는 “음악 재능이 있는 사람을 발굴해 스타로 만드는 게 서구형 시스템이라면, 한국에선 당장 봐선 알 수 없는 사람을 뽑고 현재 실력이 바닥이라도 나머지는 가르칠 수 있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BTS의 성공 뒤엔 수많은 조력자가 존재한다. BTS가 한국어 노래로 빌보드 핫100차트 1위를 달성한 곡이 '라이프 고즈 온'이다. 작사·작곡자를 보면 피독과 BTS 멤버 RM·슈가·제이홉의 이름이 보인다. 아울러 루스(Ruuth), 크리스 제임스(Chris James), 안토니나 알마토(Antonina Armato) 같은 외국인 작곡가도 참여했다.

K팝 앨범 제작 과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K팝 앨범 제작 과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런 집단 창작 시스템도 리스크 줄이기의 일환이다. SM은 2009년부터 정기적으로 ‘송라이팅’ 캠프를 열어왔다. 캠프에선 국내외 작곡가와 내부 직원이 공동 작업을 한다.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등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A&R(Artist and Repertoire)팀이 이 과정을 조율하고 관리한다.
 JYP엔터테인먼트 등에서 A&R 업무를 해온 윤선미 작가는 “정해진 콘셉트의 곡 싸비(후렴)를 여러 작곡가, 작곡팀에 의뢰하고 이를 데뷔할 멤버들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내부 작곡팀, 댄스팀 등이 다시 다듬는다”며 “이 모든 과정을 조율하는 A&R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과 12~13일 총 3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 장면. [사진 빅히트뮤직]

지난 10일과 12~13일 총 3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 장면. [사진 빅히트뮤직]

 BTS의 경우 전원 한국인이지만 외국인이 포함된 K팝 그룹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K팝 그룹의 특징이라 할 화려한 안무도 여러 팀에 의뢰해 가장 적합한 것을 선정한다. K팝 아이돌을 원하는 다국적 연습생과 국내외 작곡가, 안무가 등 가용 자원을 동원해 스타를 만들어내는 밸류 체인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김영대 평론가는 “적어도 아이돌을 만드는 ‘원천 기술’의 우위는 분명하다”며 “이젠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이 아이돌 제작 방식을 아웃소싱하려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SM과 JYP 등 대형 기획사들은 미국 업체와 손잡고 현지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브는 미국 자회사를 통한 오디션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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