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백슬라 넘본다, 하루 만에 8% 급등…빅테크 주가 띄우는 법

중앙일보

입력 2022.03.30 00:04

업데이트 2022.03.3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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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쪼개고 사고 태우고.’ 주식 분할(쪼개고)을 하거나 자사주를 소각(태우고)하고,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주가 부양책에 빅테크 주가가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식 분할을 발표하며 ‘천백슬라(주가 1100달러+테슬라)’를 넘보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28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8.03% 급등해 1091.84를 기록했다.  주식 분할 계획을 밝힌 영향이다. 테슬라가 주식분할에 나서는 건 2020년 8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기존 1주를 5주로 분할했다. 분할 시기나 비율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테슬라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테슬라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식 분할은 기존 주식을 쪼개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이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지만 분할 비율만큼 시장 거래가격이 낮아진다. 기존의 빅테크 주식 분할 사례를 보면 주가 부양 효과는 확실했다. 비싼 주가로 투자를 망설이던 신규 투자자 유입 효과가 있어서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

순다 피차이 구글 CEO

아마존과 구글은 올해 테슬라보다 앞서 주식 분할을 발표하며 주가 부양 효과를 누렸다. 지난 9일(현지시간) 아마존이 장 마감 이후 주식을 20대 1로 분할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 주가는 5.41% 올랐다. 구글은 지난 2월 1일 20대 1로 주식 분할을 발표했고, 다음날 주가는 7.52% 급등했다.

알파벳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알파벳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분할이 이뤄진 뒤에도 주가는 올랐다. 2020년 주식을 분할했던 애플과 테슬라 주가는 분할 이후 첫 거래일에도 각각 3.39%, 12.6% 상승했다.

주식 분할보다 더 효과적인 주식 부양책은 자사주 매입이다.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가가 올라간다. 해당 기업의 발행 주식 수 등을 토대로 평가하는 주당순이익(EPS)과 주가수익비율(PER) 등이 높아지며 주식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자사주 매입이 곧 소각을 의미해 한국보다 주가 부양 효과가 탁월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아마존은 지난 9일 주식 분할 계획과 함께 10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도 최근 80억 달러 규모(약 9조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아마존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아마존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골드만삭스 데이터를 인용해 미 S&P500 지수와 러셀3000 지수에 포함된 상장 기업의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지금까지 3190억 달러(약 391조원)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670억 달러)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속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쥔 빅테크는 신산업 진출의 발판 마련을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마이크로소프트(MS)다. 게임 제작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원)에 전액 현금으로 인수했다. 이어 구글이 지난 8일 사이버 보안업체 멘디언트를 54억 달러(약 6조원)에 샀다. 아마존도 최근 온라인 비즈니스 관리 지원 스타트업 비코(Veeqo) 인수 사실이 알려졌고, 애플도 영국 핀테크 업체 크레딧 쿠도스를 사들였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IT 빅테크 기업은 재고나 빚이 없는 현금 부자”라며 “금리가 올라가고 유가가 뛰는 외부환경에 영향을 덜 받을 뿐만 아니라, 값이 싸진 기업들을 사들이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의 주가 부양 전략으로 이들 기업 주가는 지난해 연말 수준까지 회복했다. 테슬라는 ‘천슬라’ 복귀를 넘어 ‘천백슬라’를 넘보고 있다. 한때 25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알파벳은 2829.11달러까지 뛰었다. 애플 주가도 175달러로 지난 연말(177.57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연초 대비 10%가량 빠진 나스닥보다 회복세가 빠르다.

장효선 팀장은 “향후 경제 상황의 변화가 주가를 흔들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기업가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 빅테크 기업의 주가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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