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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권 폐지 적극 참여" 박범계 대신 尹 택한 법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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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법무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 이행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거듭 공약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법무부 직원들은 새 대통령을 따르겠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를 놓고도 "(장관의 지휘권 행사로) 검찰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 논란이 발생한 데 공감한다"며 "법률 개정 작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전향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용호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사법행정분과 간사(가운데)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법무부 업무보고에 관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상범 인수위원. 강정현 기자

이용호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사법행정분과 간사(가운데)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법무부 업무보고에 관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상범 인수위원. 강정현 기자

취소 사태 닷새 만 업무보고…"우호적 분위기서 진행"

인수위는 29일 오후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인수위는 지난 24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진행하려 했으나, 하루 전 박범계 장관이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데 "무례하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당일 취소했다. 이후 닷새 만에 받은 업무보고다.

이날 업무보고엔 주영환(52·사법연수원 27기) 기획조정실장, 이상갑(55·28기) 법무실장, 구자현(49·29기) 검찰국장, 위은진(50·31기) 인권국장을 비롯한 법무부 주요 실·국장이 보고자로 참석했다. 이 가운데 주영환 실장은 정통 특수통 검사로 윤 당선인과도 가깝다.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업무보고는 한차례 미뤄져 3시 30분에 시작한 뒤 법무부 직원들의 질의응답이 길어지면서 2시간여가 지나서야 끝났다. 업무보고 하루 전인 28일 박범계 장관이 다시 "(공약 반대 입장에) 변경 사항은 없다"고 발언하며 파행을 예고하는 듯 했지만 법무부 측이 공약 이행에 협조하겠다고 보고하면서 무리 없이 진행됐다고 한다.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주영환 법무부 기조실장이 이상갑 법무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주영환 법무부 기조실장이 이상갑 법무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위원은 업무보고 뒤 현안 브리핑에서 "서로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잘 진행됐다"며 "법무부는 큰 틀에서 윤 당선인의 공약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법무부 "검찰 독립성 훼손 논란 공감…법개정 땐 적극 참여" 

윤 당선인의 최우선 사법개혁 공약으로 꼽히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에서 법무부의 입장 변화가 가장 눈에 띄었다. 현 정부 들어 3차례 발동된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추미애 전 장관 2차례, 박범계 장관 1차례)은 정치 편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검찰 총장 시절 이를 직접 경험한 윤 당선인의 '폐지' 공약을 두고 박 장관은 지난 23일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고 말해 공개 반대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날 법무부는 공약 자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명확히 말하진 않았지만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검찰 중립성과 독립성의 훼손 논란이 일정부분 발생한 데 대해선 공감한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서 법률 개정 작업 등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또 다른 쟁점이 된 '검찰 독자적 예산권 부여' 공약에 대해서도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중앙행정기관이고, 따라서 대통령령인 직제규정을 변경하면 검찰의 독자적 예산권 부여할 수 있다고 해석이 된다"는 인수위 측 지적에 법무부 직원들은 "그와 같은 설명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다만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입법 사안"이란 박 장관의 기존 발언이 법무부의 기본 입장이란 점을 전제했다고 한다.

검찰과 경찰의 책임수사제를 확립시키겠다는 윤 당선인 공약에 대해서도 "관련 수사준칙 규정을 수정해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선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보였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확대를 반대한다"는 박 장관과는 달리 "국민 피해구제를 위해서 검경의 책임수사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인수위 측 설명에 동의한 것이다.

혐의 사실이나 수사 상황, 소환 및 촬영 등의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인수위 요구에는 폐지까지 검토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제정된 이 훈령이 "선별적, 정치적으로 이뤄졌다"며 "이 때문에 국회에까지 공소장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인수위 주장에 법무부는 "규정 폐지를 포함해 재·개정까지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윤석열의 검찰 관련 3대 공약에 대한 입장

윤석열의 검찰 관련 3대 공약에 대한 입장

법무부 “오늘 내용 朴에도 보고…실국장들 성의껏 준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업무보고가 그간 박 장관의 으름장과 비교하면 예상 외로 협조적이었던 점에 대해 이용호 위원은 "박 장관이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한 여러 입장을 밝히는 바람에 법무부 직원들도 굉장히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며 "그분들도 전체적 분위기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이런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그러면서 "(업무보고) 문서에 나와있는 것은 원론적인, 약간의 전제를 달아서 '검토하겠다'는 내용들인데 (법무부 직원들이) 구두 답변을 할 때는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답변을 했다"고 해, 박 장관의 결재를 받은 문건과 실제 법무부 직원들의 입장에 차이가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입장 선회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 보고 자체도 사전에 준비가 된 것이고, 장관님에게 보고가 된 걸로 안다"며 "법무부에선 (당선인이) 추진하려는 여러 정책에 대해서 충실하게 검토했고, 법무부 실국장들이 성의껏 준비했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에 앞서 지난 24일 단독으로 업무보고를 마친 대검찰청은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 당선인 검찰 관련 공약에 모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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