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집무실 용산 이전, 문 대통령의 부러움 엿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2022.03.29 18:00

“아픈 가슴을 계속 저격하시네요…결국 제 탓이죠”

[보이스]

김현아(53)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총선 패배와 SH사장 인사청문회 낙마 이유를 연달아 묻는 말에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SH 사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은 ‘4주택자’, ‘투기꾼’이란 공격을 받고 물러났다. 당시 사과는 했지만 별다른 해명은 하지 않았다. ‘내로남불’ 비판이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상처가 컸기 때문일까. 그는 “당시 4주택자도 아니었고, 투기꾼은 더더욱 아니었다”라며 “더 자세한 해명을 해야 했나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김현아(53) 전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아(53) 전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현재 일산 지역구(고양시 정)에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절치부심 중이다. 그는 “현직 때보다 더 바쁘다”며 “정치가 정말 어렵지만, 또 거창한 건 아니라는 걸 느낀다”고 했다. 정치권 내 대표적인 부동산·도시계획 전문가인 그는 최근 논란이 된 ‘청와대 용산 이전’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여가부를 폭파하라”는 비판을 쏟아냈던 ‘원조’ 여가부 폐지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여가부는 남의 소관 법률이란 핑계로 일을 안 한다"며 “발전적 해체 수준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여가부 존립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산법 틀렸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반대 많다.
요즘 보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만 초점을 맞춰 논의한다. 청와대를 도시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려줄지에 대한 고민 없이 정치 논쟁만 하는 게 안타깝다. 여론조사도 단순히 ‘이전 찬반’을 묻거나,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일해야 되는지만 묻는다. 명확한 어젠다가 반영된 조사가 아니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 공간 구조가 제왕적 대통령을 만든다는 생각에서 이전을 결정했다면, 여기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묻는 게 먼저다. 또 이전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함께 논의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편익이 비용보다 클 것인가’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이런 게 빠진 논의가 계속된다면,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의 숙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대 여론 무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은데.
정책 결정 과정에서 보통 여론조사를 활용한다. 근데 그것이 여론의 ‘반영’인지, ‘활용’인지 살펴봐야 한다. 가령 하고 싶은 건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의 명령’이라고 한다. 그러다 여론조사 상 불리해지면, ‘개혁엔 저항이 따른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도 ‘국민적 숙의를 거치겠다’며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었지만, 결국 국민 뜻을 자신들의 편의대로 이용했다. 신한울 3·4호기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공론화위원회와 대학입시제도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그 뜻대로 정책변화가 이루어졌나? 정답을 찾는 게 아닌, 정치적 명분을 얻기 위한 ‘아전인수’였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도 이전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 해법, 속도 조절을 위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당선인 통치 철학과 리더십의 첫 시험대다.
취임 후 집무실 이전이 예상된다.
청와대에 들어갔다 나오면 돈이 더 들 것이다. 집무실 이전은 문 대통령 본인이 내세운 공약인데 못하지 않았나. 청와대 예산 협조 논의 과정을 보면 (문 대통령에게서) 상대적 부러움이 엿보인다. 5년 전 문 대통령이 철회한 공약을 윤 당선인이 성공시켰을 때, 떠안게 될 역사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도 느껴진다. 반면 윤 당선인 입장에선 집무실 이전을 철회하면 리더십에 금이 가지 않겠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양쪽 다 순수해 보이진 않았다. 더 솔직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여가부 폐지의 어머니’

수년 전부터 ‘여가부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다.
여가부 폐지 ‘1호’ 발언은 내가 아니었을까 싶다. 역사에 ‘여가부 폐지의 어머니’라고 한 줄 써 줬으면 좋겠다. (웃음)
여가부 뭐가 문제라고 봤나.    
너무 답답했다. 여가부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남의 소관 법률이란 핑계로 일을 안 하는데 일은 많다. 경찰·법무부 일도 다 가져온다. 결국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다 움켜쥐고 있다. 스스로 못 할 일을 다 쥐고 있다는 건 결국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뜻이다. 국정감사에서 이런 걸 질타하면 “우린 권한이 없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답한다. 그래서 “왜 당신들이 그 업무를 갖고 있느냐”고 물으면 “그러게요”라고 말한다. 매년 국정감사가 이렇게 끝났다. 또 항상 정치인들이 여가부 장관으로 온다. 장관 자리 하나 더 만들기 위한 부처였다. 발전적 해체 수준의 ‘대수술’이 필요한 이유다.   
몇 년 전과 달리, 현재 여가부 폐지는 ‘반 페미’에 편승했다는 비판 있다.
20대 두 아들의 엄마 입장에서 보면, 젊은 남성들이 꼭 ‘반 페미’에 동조해 ‘여가부 해체’나 젠더 갈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만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있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거나, 소수 일탈에 같이 도매금 평가받는 것에 대한 소외감도 있다.
여가부 폐지 반대도 많다. 대선 막판 그런 징후 드러났는데.
사회적으로 억압된 감정이 분출될 땐 그런 극렬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이준석 대표를 필두로 한 20대 남성들의 의견 표출도 그런 영역이다. ‘앞으로 (젠더 갈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20·30남녀 몫이다. 어른들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들이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이준석 대표도 나름 기여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여가부 폐지는 국회 저항이 예상된다. 지루한 토론을 이겨내야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2·4대책 1년,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은

2·4대책 발표 후 약 1년 지났는데.
예상대로다. 이럴 줄 알았다. ‘83만호 인허가를 내겠다’고 했는데, 실상 지금까지의 부지 확보 성과도 믿을 수 없다. 또 6·1 지방선거 결과 따라 새 지자체장과 협의할 부분도 있는데, 난관이 예상된다. 다만 윤석열 정부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가 낸 공급 입지와 부지 규모를 대부분 수용했다. 총량은 차이가 거의 없지만 방식은 차이가 있다. 공공 개발 외에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자본을 활용한다. 
지난해 2월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주도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골자로 한 2·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주도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골자로 한 2·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 당선인 ‘250만호 공급’ 공약, 5년 내 가능할까.
선거 때마다 공급 물량 경쟁을 하는데, 공급량은 각각 부지확보, 착공, 완공 기준으로 말할 수 있다. 공급 물량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데, 대중은 이런 특성을 잘 모른다. 그래서 정권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를 갖다 쓴다. 문재인 정부는 인허가는 적은데, 완공이 많았다. 그래서 ‘주택 공급이 적지 않았다’고 말한다. 근데 그건 이전 정부가 인허가를 많이 냈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이다. 국민들은 복잡해서 이걸 구분하지 않으니, 대선 TV토론에서도 이런 개념을 섞어 말한다. 의미 없는 숫자 경쟁은 그만했으면 한다. 이렇게 수백만호씩 큰 숫자를 말하는 건 공급이 부족하다는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들의 200만호 공약보다 150만호를 늘렸을까. 이제부터 따질 건, ‘어디에, 얼마짜리 집을 짓는가’, ‘그 집을 내가 살 수 있는가’다. 이게 차기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이슈가 될 거라 본다.  
윤석열 부동산 정책, 민간 재개발·재건축에 방점이 찍혀있다.
재개발·재건축 물량은 일반분양 수익금에 의존한다. 경기를 탄다. 규제가 풀려도 부동산 경기가 안 좋으면 사업이 멈춘다. 정부가 마음대로 못 한다. 그래서 유연하게 공급 물량을 추정해야 한다. 원자재가격 상승, 환율 불안,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지표가 안 좋기 때문에 부동산 사업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땐 공공의 꾸준한 공급이 필요하다. 주택 정책은 공공과 민간이 대립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상호 보완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워낙 공공주도로 일관했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선 이 균형점을 찾기 위한 민간 역할이 중요해질 거라 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250만호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공이 아닌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자본을 활용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250만호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공이 아닌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자본을 활용할 예정이다.

인수위 부동산 논의 본격화됐다. 바라는 점 있다면.
서울 집값 문제 심각하지만, 이게 대한민국 전체 주택문제가 아니다. 인구가 줄어들고 빈집이 늘어나는 지방 도시 주택정책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현재 공급 확대 정책을 보면 서울시 경험을 빌리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걸 경계해야 한다. 서울시 노하우도 필요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또 ‘압력이 높아진 압력밥솥’ 같은 경기 불안 속에서 집값 급락과 같은 변동을 조심해야한다.  

그는 현직 때 발의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이번 대선 공약으로 제안했고, 윤 당선인도 이걸 채택했다. 그는 “1기 신도시 리모델링·재건축은 서울과 달라야 한다”며 “세입자 대책과 이주 단지(3기 신도시) 조성 등 서울 재건축 논의에서 볼 수 없던 점들을 보완한 만큼 인수위가 이런 취지를 꼭 고민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3년 만에 지었던 1기 신도시 재정비 만큼은 앞으로의 30년을 설계하는 일인 만큼, 자립 가능한 ‘완성형 도시’를 목표로 계획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국회 협조가 가능할 것인가란 물음엔 “상대 당도 같은 대선 공약을 냈기에 협조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활동에 이런 욕심을 내는 건 세간의 추측대로 지방 선거 때문일까.

6·1 지방선거 출마 이야기 나온다.
고양시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에 진 쉽지 않은 지역이다. 당원들과 패배 원인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개인적인 욕심을 부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중앙당에서 인재를 공천하지 않을까 싶다.
2년 뒤 총선은 출마하지 않나.
총선은...준비한다. 절치부심했다. 2년 전을 돌아보니, 일산 주민들에게 ‘김현아’란 사람은 여전히 생소했다. 일산을 잘 몰랐다. 2년 간 알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김현아 미래통합당 후보가 일산 호수공원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김현아 미래통합당 후보가 일산 호수공원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총선 패배 원인은.
아픈 곳을 또 저격하나(웃음) 모든 선거 패배 원인은 후보자에게 있다. 당시 당의 상황이나 구도 같은 것도 중요한데, 패배 원인은 선거를 뛴 나에게 있다. 내가 부족했다.  
지난해 SH 사장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다.
힘들었다. 가장 아쉬움이 큰 경험이다. ‘주택 4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는데 사실 집이 4채가 아니다. 투기도 아니었다. 많은 분이 ‘왜 그때 해명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데, 당과 오세훈 시장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싶어 적극적으로 대응 안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때 제 얘기를 조금 해야 했나’라는 아쉬움이 있다. 또 당시 부동산 등 민생 정책을 연구한다면서 ‘국민 정서에는 절실히 공감하지 못했구나’란 아쉬움도 남았다.
‘4주택자’ 논란은 왜 나온 건가
주택은 두 채다. 서울에 집이 하나 있다. 또 부산에 대학교수로 있는 남편이 머무는 9평짜리 원룸 아파트가 하나 있다. 나머지는 저희 어머님의 3평짜리 상가 가게, 남편 사무실용 9평짜리 오피스텔이 하나 있다. 다 쓸모가 있어서 마련했다. 이게 과거부터 마련한 전 재산인데, 투기꾼처럼 평가받는 게 조금은 아쉬웠다.
지난해 7월 김현아 전 의원은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7월 김현아 전 의원은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청문회 준비 당시, 서울시의 우려는 없었나.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게(주택들) 다 있었다. 2년 전 총선 때도 갖고 있었다. 문제가 될 거였으면, 그때 의혹이 나오지 않았을까. 검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서울시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던 거다. 그리고 내 소명을 들어보면 다 이유가 있어서 산 부동산이니 지명을 했겠지. 근데 청문회에서도 답변할 시간을 안 줬다.
당시 적극적으로 해명 안 한 이유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덕분에 공직자로서 더 신뢰를 줄 방법이 뭔가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인지도가 높아진 ‘슬픈 행운’을 얻은 건 정치인으로서 또 큰 경험이었다.
현 정부의 다주택자들을 향했던 ‘내로남불’ 비판이 되돌아왔다.
민주당의 ‘내로남불’ 행태를 비판했다가 부메랑이 돌아온 건데, 엄밀히 말하면 당시에도 ‘1가구·1주택’ 강제엔 반대했다. 지금도 옳지 않다고 본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보면, 열심히 일해 얻은 상가와 주택의 임대소득으로 사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모두 ‘나쁜 임대인’이 아닌데, 세금 부담만 늘었다. 이런 불균형은 없어져야 한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똘똘한 한 채’를 가져야 한다. 결국 그런 집이 몰린 지역만 집값이 올라 지역 간 부동산 자산 격차만 커진다. 징벌적인 부동산 세금으로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프레임은 국가 전체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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