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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3D'…그곳에선 고문·성폭행 판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온종일 12시간 넘게 양반 다리 자세로 앉아야 했고, 살짝만 움직여도 고문을 받았습니다. 하루에 몇 번만 허락을 받아야 수돗물을 겨우 마실 수 있었어요. 전 '비법(불법) 국제통신죄' 혐의로 수감됐다는데 변호사는 제대로 된 변호 대신 뇌물을 요구했어요."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에서 2019년 1월~6월 수감됐던 탈북민 김 모 씨의 증언 재구성)

영국 북한인권단체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 모습. 코리아퓨처.

영국 북한인권단체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 모습. 코리아퓨처.

비좁은 방 밀어 넣고 24시간 감시

김씨가 증언한 고통스러운 자세 유지는 신체에 장기적 영향을 유발할 수 있어 국제법적으로도 고문 행위로 본다. 영국의 북한 인권단체 코리아 퓨처는 김씨 같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유린이 이뤄진 온성 수용소 내부 모습을 3D로 구현해 공개했다.

사실적 구현을 위해 코리아 퓨처는 수용소에 실제 수감됐거나 교도관으로 일했던 탈북민들의 증언과 위성 사진을 기반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했다. 이에 따르면 북·중 접경지역에 있는 온성수용소에서 교도관과 조사관들은 CCTV 관제실을 따로 두고 10개의 격실을 지켜보며 수감자를 매 순간 감시하고 있었다.

영국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의 CCTV실. 코리아퓨처.

영국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의 CCTV실. 코리아퓨처.

북한 당국은 비좁은 격실에 수감자를 보통 9~10명에서 최대 20명까지 밀어 넣었다. 입구도 가로 세로 약 1m에 불과해 수감자들은 기어서 격실을 드나들 수 밖에 없다. 방에는 이가 들끓었고 뚫려있는 변소에선 악취가 진동했지만 칫솔, 비누 등 기본적인 위생 용품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영국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의 격실 내부. 수용자가 기어서 드나들고 12시간 넘게 양반 다리로 앉아 있다. 코리아퓨처.

영국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의 격실 내부. 수용자가 기어서 드나들고 12시간 넘게 양반 다리로 앉아 있다. 코리아퓨처.

배식되는 식사는 옥수수죽과 절인 배추 뿐. 한 탈북민은 "수용소에서 나올 때 몸무게가 32㎏이었다"고 증언했다. "얇은 살가죽만 남아 햇빛에 손을 비추면 뼈가 그대로 보일 정도"라고 회고했다.

영국 북한인권단체 코리아퓨처가 구현한 북한 내 대부분 수용소의 배식 현황. 구멍이 난 그릇에 옥수수죽 등을 담았고 손잡이가 없는 숟가락을 줬다고 한다. 코리아퓨처.

영국 북한인권단체 코리아퓨처가 구현한 북한 내 대부분 수용소의 배식 현황. 구멍이 난 그릇에 옥수수죽 등을 담았고 손잡이가 없는 숟가락을 줬다고 한다. 코리아퓨처.

29년간 인권 침해 5000여건 확인 

코리아 퓨처는 지난해 3월~11월 탈북민 259명을 면담해 북한 구금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기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그 결과 1991년부터 2019년까지 29년 동안 북한 내 148개 수용소에서 5181건의 인권 침해 사례가 파악됐다. 조사를 통해 파악된 피해자는 785명에 이르렀다. 직접 당한 것 외에 목격한 피해 사례까지 포함해서다. 이런 짓을 저지른 가해자로는 597명이 확인됐다.

피해자의 70%(553명)는 여성이었다. 특히 이들은 성폭행과 강제낙태 등에 그대로 노출됐다. 농포 집결소에 2000년에 수감됐던 한 탈북민은 임신 8개월 차에 강제 북송된 동료 수감자가 강제 낙태를 당했고, 태아가 살아남자 교도관들이 익사시켰다고 증언했다.

여성이 아닌 남성에 대한 성범죄도 이뤄졌다고 한다. 또 최소 네 차례의 강제 낙태와 다섯 차례의 강제 처형이 목격됐다고 코리아 퓨처는 밝혔다.

영국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 수감자는 맨손으로 자주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코리아퓨처.

영국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 수감자는 맨손으로 자주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코리아퓨처.

영국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 교도관이 곤봉을 들고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다. 코리아퓨처.

영국 코리아퓨처가 3D로 구현한 함경북도 온성 수용소. 교도관이 곤봉을 들고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다. 코리아퓨처.

피해자 연령별로는 30대가 약 25%(199명)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약 22%(177명)로 뒤를 이었다.

가해자의 경우 절반에 이르는 약 52%(313명)는 한국의 경찰청 격인 인민보안성(MPS) 소속이었다. 이곳은 지난 2020년 사회안전성으로 명칭을 바꿨다. 그다음으로는 국가보위성 소속 가해자가 36%(216명)이었다.

피해 유형별로는 건강권 박탈이 1162건으로 가장 많았다. 수감자들은 열악한 위생 환경에 그대로 노출됐으며 영양실조와 질병에 시달렸다. 이어 표현의 자유 박탈(1061건), 양심ㆍ사상ㆍ종교의 자유 부정(796건), 고문ㆍ비인간적ㆍ모멸적 대우(730건)가 뒤를 이었다.

영국의 북한인권단체 코리아퓨처가 공개한 북한 수용소 내 인권침해 현황. 성별과 연령대별로 집계한 수치. 코리아퓨처.

영국의 북한인권단체 코리아퓨처가 공개한 북한 수용소 내 인권침해 현황. 성별과 연령대별로 집계한 수치. 코리아퓨처.

정부, 올해 北 인권결의안에도 소극적

이런 가운데 한국은 올해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 초안을 만든 유럽연합(EU)이 최근 공개한 공동제안국 47개국 명단에 한국은 없었다.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오는 31일(현지시간) 인권이사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는데, 한국이 결국 공동제안국에서 빠진다면 4년 연속 불참이다.

이와 관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이번에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하느냐는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다"며 "(올해 결의안 관련) 계속 저희가 입장을 좀 고민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는 등 민생과 주민 인권보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우선시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큰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이와 거꾸로 가는 인권 접근을 하고 있다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나선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나선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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