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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5층까지 불기둥"…직원들은 신생아 안고 계단 내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불이 나 다수의 산모와 신생아가 치료를 받고 있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9분쯤 청주시 서원구 한 산부인과 건물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신생아실과 산후조리원에 있던 산모와 신생아 등 45명이 인근 산부인과와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 중 산모 2명은 하혈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았다. 일반 환자 6명은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이 사고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병원 직원 70여명은 신생아를 먼저 구한 뒤 자력으로 모두 대피했다. 직원들은  불이 나자마자 산모를 부축하거나 신생아를 안고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2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산부인과 의원 건물에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사고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산부인과 의원 건물에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사고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층 병동에 있던 직원 임모(44)씨는 “한 산모가 연기가 난다는 말에 창 쪽을 바라보니 유리가 와장창 깨졌다”며 “매캐한 연기 냄새와 함께 불기둥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동료 3명과 함께 산모 6명을 황급히 밖으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지하 주차장에서 연기가 난다”는 병원 직원의 신고를 받고 ‘대응 1단계’를 발령,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큰불을 잡았다. 소방차 10대 등 장비 18대와 소방관 80명 등 인력 94명이 투입됐다.

이 병원은 신관(10층)과 구관(7층), 본관(5층) 등 3개 동이 연결된 건물이다. 신생아실은 6층, 산모가 치료를 받는 병실은 구관 5·6·7층, 신관 6·7·8층에 나뉘어 있다.

29일 오전 10시9분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 입원해 있던 임산부들이 대피하고 있다. [뉴스1]

29일 오전 10시9분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 입원해 있던 임산부들이 대피하고 있다. [뉴스1]

2층 외래진료실에 있던 간호사 황모(40)씨는 “화재경보기가 울리자마자, 진료를 보러온 환자를 곧바로 1층으로 대피시켰다”며 “외래환자들은 1층과 가까워 비교적 수월하게 대피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시작된 신관에는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었고, 주차장 스프링클러가 가동된 것을 확인했다. 나머지 2개 건물에는 소화기와 옥내소화전이 있는 것은 파악했으나,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화재로 병원 건물과 인근 모텔, 차량 10대가 불에 탔다. 주차장 외벽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르는 마감 공법)으로 시공돼 불이 빨리 번진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량에서 ‘펑’ 소리가 났다”는 목격자의 말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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