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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트럼프'가 됐다…오스카 재 뿌리고 파티 즐긴 윌 스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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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독성이 강하고 파괴적이다. 어젯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내 행동은 용납할 수 없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윌 스미스, 뺨 때린 크리스 록에 공개 사과 #아카데미 생중계 중 아내 놀린 록 폭행해 #"폭행 정당화할 수 없다" 할리우드 비판쇄도 #스미스 "내가 선 넘었다. 틀렸다" 장문 사과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 도중 코미디언 겸 배우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려 논란을 빚은 배우 윌 스미스가 록에게 28일(미국 현지 시간) 공개 사과했다.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제이다(아내)의 건강상태에 대한 농담은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커서 감정적으로 반응했다”면서 “크리스 (록), 당신에게 공개 사과하고 싶다. 내가 선을 넘었고 틀렸다”고 했다.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고 자숙했다. 그러나 할리우드를 들썩인 폭행의 후폭풍이 쉽사리 잠잠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윌 스미스가 폭행 사건이후 남우주연상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27일(현지 시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윌 스미스가 폭행 사건이후 남우주연상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날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참석한 스미스는 다른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선 록이 자신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삭발을 두고 “‘지.아이.제인 2’(삭발한 여성군인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에 출연하면 되겠다”고 농담하자 무대로 난입해 폭행을 휘둘렀다. 제이다는 2018년 밝힌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탈모증으로 인해 삭발했다고 알려졌다.

윌 스미스 "나는 아직 성장중" 사과문

배우 윌 스미스가 자신이 뺨을 때린 배우 크리스 록에 대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 사과를 밝혔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윌 스미스가 자신이 뺨을 때린 배우 크리스 록에 대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 사과를 밝혔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나 장내 분위기는 삽시간에 굳어졌다. 이날 스미스가 배우 데뷔 32년 만에 받은 첫 오스카상 의미도 퇴색했다. 이날 그는 비너스‧세레나 윌리엄스 자매를 세계적 테니스 선수로 키운 아버지 리차드에 관한 실화 바탕 가족영화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수상 무대에 오른 그는 “리차드 윌리엄스는 맹렬하게 가족을 보호하는 인물이다. 저도 제 인생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소명이라 생각한다. 사랑의 통로가 되고자 한다”며 눈물의 소감 끝에 시상식 주최측과 참가자에게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지만, 피해자 록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할리우드에선 비난이 쇄도했다. 농담이 저속해도 폭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원로 배우 미아 패로는 트위터를 통해 “오스카의 가장 추악한 순간”이라며 “단지 가벼운 농담이었고 그게 록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 흑인 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스미스가 과잉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연출한 롭 라이너 감독은 사건 후 수상소감에서 스미스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말한 것을 두고 “헛소리”라며 폭행 피해자 록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코미디계 반응이 거셌다. 코미디언 겸 감독 주드 애파토는 “자기도취증이자 절제력을 상실한 폭력”이라며 “스미스는 미쳤다”고,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은 “지금 그에게는 코미디언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확실하다”고 꼬집었다.

美유명 DJ "윌 스미스, 트럼프 다름없어"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직후 가족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직후 가족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

코미디언 겸 DJ 하워드 스턴은 28일 자신의 라디오쇼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주최 측의 소극적 대처를 지적했다. “TV 생중계 행사인데 (폭행 직후) 보안요원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윌 스미스이기 때문”이라며 “이게 바로 트럼프가 하는 짓이다. 윌 스미스는 트럼프와 같은 사람”이라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풍자로 살해 위협까지 받았던 코미디언 캐시 그리핀은 “이제 우리는 코미디 클럽에서 누가 제2의 윌 스미스가 될지를 걱정하게 됐다”고 했다.

이처럼 할리우드에선 아카데미가 피해자 보호엔 소홀했단 비판도 나온다. 현지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28일 ‘오스카: 윌 스미스 사건 당시 무대 뒤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기사에서 “크리스 록의 매니저는 기절할 듯 앉아있었고 윌 스미스 홍보 담당자는 아카데미 회장 등과 모여있었다”고 요약했다. 사건 직후 아카데미 관계자들은 즉시 무대 뒤로 사라졌고, 스미스는 사고 직후 방송 광고 휴식시간 동안 배우 덴젤 워싱턴, 타일러 페리와 방 한구석에 갔다가 눈물을 닦으며 좌석에 돌아왔다.

스미스는 무대에서 눈물 흘린 후 몇 시간 만에 축하파티에 가족과 나타나 웃으며 춤추는 모습이 ABC뉴스‧LA타임스 등 외신에 포착돼 비판받기도 했다. 록은 어떠한 파티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크리스 록, 폭행 피해 신고 거부  

이후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8일 트위터를 통해 “아카데미는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공식 조사를 거쳐 내규와 행동 규범, 캘리포니아주 법률에 따라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같은 날 LA 경찰국은 록이 이번 사건에 대해 신고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에선 다수 법률전문가의 인용을 통해 록이 여전히 공개적인 굴욕과 당혹감에 대해 스미스를 고소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 중 윌 스미스가 무대에 올라가 시상자 크리스 록을 폭행하는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 중 윌 스미스가 무대에 올라가 시상자 크리스 록을 폭행하는 모습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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