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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에 운동은 생명줄" 이 말만 믿고 무턱대고 등산갔다간...[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

중앙일보

입력

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14)
운동은 암환자에게 생명줄과도 같다.
몸의 혈액순환 촉진은 물론 면역력도 높여준다.
암 치료 중 발생하는 부작용과 후유증도 줄여주고, 우울한 기분을 전환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궁극적으로 운동은 암을 치료하고 예방한다. 암환자들이 운동을 적극 권유받는 이유다.
하지만 운동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암환자의 컨디션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항암치료 중 입안이 헐고 아파서 거의 먹지 못했고, 손발 통증이 심해 걷는 것이 힘들고, 관절이 아프고, 근육도 뭉쳐 괴롭고, 균형을 잃고 넘어질까봐 두려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졌지만 그 당시에 운동은 무척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암환자의 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몸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다.
혈압이나 심장질환으로 약을 복용하는지, 숨이 차고 가슴에 통증을 느끼는지, 현기증이 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특히 뼈나 관절에 문제가 있는지 세심하게 체크해야 한다.
관절에 붓기가 있는지, 근육이 굳어있거나 통증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붓기와 통증이 있다면 근육수축이 잘 안돼 효과적인 운동을 하기 힘들다.

만일 뼈로 암세포가 전이된 경우 근력운동 뿐 아니라 스트레칭만으로도 골절 위험이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
만일 근골격계 통증과 질환이 있다면 통증 조절과 함께 운동을 가려서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은 부작용이 없고 빠른 회복을 돕지만 잘못된 운동은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되기 때문이다.

암환자들은 근육들이 약해져 있다. 게다가 수술까지 받고 나면 몸도 뻣뻣해지고 균형도 무너져 다양한 통증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암환자들에게 좋은 운동과 피해야 될 운동을 정리해본다.

◆무릎관절염
무릎관절염이 있다면 등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 산을 내려올 때 체중보다 더 큰 부하가 무릎 관절에 가해지기 때문이다.
연골 손상 악화로 인한 통증은 물론 근육과 힘줄 손상도 일으킬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계단 오르내리기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전거도 피해야 한다. 무릎이 45도 이상 구부러진 상태에서 체중이 실리면 관절에 압력이 증가해 연골 마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과하게 무릎을 구부리는 잘못된 자세의 스쿼트 동작, 장비를 이용한 무릎 근력운동(레그익스텐션, 레그컬 운동)도 가급적 하지 않아야 한다.

좋은 운동은 걷기인데, 물속에서 걷는 것을 추천한다.
관절에 부담이 가지 않으면서 물의 저항을 이기며 걸으려고 근육들이 힘을 쓰기에 근력도 강화할 수 있어서다.

또한 앉아서 하는 운동이면 좋다.

무릎 관절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허벅지 앞뒤 근육에 힘을 주는 운동, 다리들기 운동 등을 하면 좋다.

무릎 주변과 종아리 근육을 풀어주고, 슬개골(무릎 뚜껑뼈) 위아래 움직여주기 등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한발 서기 운동, 벽에 기댄 채 무릎을 30도만 구부리는 미니스쿼트도 효과적이다. 레그프레스도 30도만 구부려서 하면 괜찮다.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
허리디스크가 있으면 허리를 숙이거나, 앉아서 힘을 주는 운동은 좋지 않다. 허리를 숙이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300kg 이상, 앉을 때에는 200kg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산과 자전거는 피해야 한다.
가벼운 둘레길 산책은 괜찮지만 배낭을 짊어지고 경사있는 산을 내려갈 때는 허리가 숙여지기 때문에 질환이 악화된다.

자전거 역시 허리를 숙이는데다 앉아서 타기 때문에 더욱 피해야 한다. 또한 복압이 증가하는 동작이나, 허리 회전 동작이 많은 골프와 스쿼시 등도 좋지 않다.

추천 운동은 가능한 서서 하거나 누워서 하는 것인데 코어 운동과 허리를 젖히는 신전 운동은 꼭 해야 한다.
엎드린 자세에서 양쪽 팔꿈치로 바닥을 받쳐준 뒤 팔꿈치로 몸통을 밀어올려 허리를 젖히면 탈출된 디스크가 스며들어 통증 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팔굽혀펴기, 스태퍼 운동도 좋다. 걷는 것은 좋지만 뛰는 것은 위험하다. 운동을 할 때는 항상 허리를 펴고 배를 집어넣고 해야 효과적이다.

◆척추관 협착증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디스크와 운동법이 반대다.
협착증은 허리를 숙이면 괜찮고,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일어난다. 젖히는 동작은 신경 공간을 더 좁아지게 만들어 골반 통증과 다리 저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리를 펴주는 신전운동은 피해야 한다.

특히 누워서 두 다리를 동시에 들어올리는 동작, 오래 걷기 등은 신경을 압박해 증세를 악화시킨다.
대신 허리를 숙이는 동작은 신경 공간을 넓히기 때문에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등산과 수영이 좋은데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배영이 바람직하다.

자전거는 허리를 숙이고 타기에 협착증이 있는 경우에는 추천하는 운동이다.
또한 누워서 양손으로 한쪽 무릎을 잡고 가슴으로 충분히 끌어 당겨주는 운동, 양손과 무릎으로 네발 자세를 만들어 숨을 들이 마시면서 등을 둥글게 말아 올려준 뒤 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들고 등을 펴주는 고양이 낙타 운동도 도움이 된다.

◆어깨회전근개건염
어깨를 감싸는 4개의 힘줄로 구성된 회전근의 손상이나 염증으로 통증이 발생한다. 통증으로 움직이지 않아 방치하면 어깨가 굳어 오십견으로 이어진다.
어깨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무거운 물건 들기를 피해야 한다.

특히 공을 던지는 동작은 통증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공을 던질 때 어깨의 힘줄끼리 충돌하거나 조직이 늘어나 증세를 더 악화시킨다.

수영은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안전한 운동이지만 어깨 통증이 있을 때는 가급적 쉬어야 한다. 회전근 힘줄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깨 힘을 많이 사용하는 접영은 손상이 더 심해질 수 있기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위에서 아래쪽으로 끌어당기는 동작인 풀다운 운동도 무리를 주기에 좋지 않다. 하더라도 팔을 어깨 아래 범위 내에서 하도록 한다.

대신 잡아당기기(로우풀) 운동은 괜찮다.

팔굽혀펴기 보다는 팔비틀기 운동이 바람직하다.
양팔을 어깨 높이에 맞춰 좌우로 벌려준 뒤 한쪽 손바닥은 위로, 반대쪽 손바닥은 아래를 향하도록 해서 빨래 짜듯 비틀어주는 것이다.

이와함께 밴드를 이용한 어깨 내회전과 외회전 운동을 비롯해 걷기나 조깅, 가벼운 등산, 훌라후프, 계단오르내리기 등이 도움이 된다.

이밖에도 목디스크가 있을 때는 목을 숙이지 않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팔꿈치 통증이 있으면 아령 운동과 손가락을 쓰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발목 통증이 생기면 한발 서기 균형운동을 꾸준히 하고, 아킬레스건이 아프면 자전거 탈 때 뒤꿈치로 페달을 밟으며 하는 것이 좋다.
근육이 뭉쳐 근육통이 있으면 반드시 마사지나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 운동 후에도 같은 방법으로 근육을 관리해 주면 좋다.

암환자의 몸 상태는 예전같지 않다.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일반인에 비해 더 낮고 약한 강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끌어올려야 한다.
운동의 시작은 약하게 반복하면서(근지구력운동), 점진적으로 강하면서 짧게(근력운동) 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근지구력이 강해야 부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의 원칙과 방법을 모른다면 부상이 따르고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운동이 주는 독과 약을 구별할 수 있도록 ‘몸과의 대화’를 꾸준히 나눠야 하는 이유다.

-15편에 계속- 

나영무 박사는…

나영무 박사는 솔병원 원장으로 재활의학 ‘명의’다.
1996년부터 2018년까지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를 비롯해 김연아와 박세리 등 수많은 태극전사들의 부상 복귀를 도우며 스포츠재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018년 직장암 4기 판정을 받았던 나 박사는 투병의 지혜와 경험을 나누며 암 환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드리고자 이번에는 ‘암 재활’에 발벗고 나섰다.

솔병원 원장 나영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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