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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산업부 블랙리스트’ 철저한 수사로 진실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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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인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8일 한국 남동·남부·서부·중부 발전 4개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사흘만에 발전 자회사 본사 4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28일 세종 정부종합청사 산업통상자원부 모습.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의 인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8일 한국 남동·남부·서부·중부 발전 4개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사흘만에 발전 자회사 본사 4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28일 세종 정부종합청사 산업통상자원부 모습. [뉴스1]

환경부 건과 유사, 수사 3년 멈춰 정의 지체

수북이 쌓인 블랙리스트 사건 전부 수사하길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3년여 만에 수사를 재개한 검찰이 연일 수사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25일 산업부 원전 관련 부서와 기획조정실 등 인사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어제 산업부 산하 한국남동발전 등 자회사 네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그동안 어떻게 검찰이 가만히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검찰 움직임을 지켜보는 여야의 시각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의혹의 요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 산업부 국장급 간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한국전력 산하 발전사 4곳의 사장을 서울 광화문의 호텔로 불러 사퇴를 종용했고, 당시 임기가 1년4개월~2년2개월 남아있었음에도 모두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측은 ‘탈(脫)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공공기관장들의 사직을 압박한 ‘블랙리스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1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블랙리스트란 ‘국가 권력이 정책이나 생각이 다르다는 등의 부당한 이유로 특정인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만든 명단’을 말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차별적 대우다. 검사라면 누구든 친정부, 반정부의 성향을 떠나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했어야 한다. 현실은 달랐다. 이 사건의 구조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부 사건을 먼저 수사하고 기소한 한찬식 당시 동부지검장, 주진우 형사6부장 등이 좌천성 인사를 당하고 사직하자 수사는 멈춰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친정부 성향인 동부지검장들이 수사 검사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압박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더욱 심각한 건 환경부·산업부 블랙리스트와 유사한 사건들이 동부지검에 여럿 쌓여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특감반 330개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국무총리실·과기부·통일부·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그것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피고발인이다. 부조리한 수사 중단 과정은 물론, 권력 실세들의 권한 남용 여부를 제대로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여권은 “이번 수사는 새 정부 코드 맞추기로,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지난해 6월 동부지검장이 바뀌고 지난 1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 등 대법원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실형 확정 판결이 나면서 수사 재개의 동력이 확보됐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건의 진실이다. 이미 오랜 시간 수사가 중단됐다. 지체된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는 각오로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밝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