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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마설’ 잇따르는 송영길…무리수인가 승부수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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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임박한 거취 결단을 놓고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잇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차출설'이 잇달아 나오는 가운데, 송 전 대표는 오는 29일 밤 서울에 올라와 최종 거취를 결정할 전망이다. 김상선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임박한 거취 결단을 놓고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잇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차출설'이 잇달아 나오는 가운데, 송 전 대표는 오는 29일 밤 서울에 올라와 최종 거취를 결정할 전망이다. 김상선 기자

‘서울시장 차출론’이 제기돼 온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택에 여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법상 6·1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오는 4월 2일 이전까지 주민등록상 주소를 해당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역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현재 주소지가 인천 계양구인 송 전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나흘 뿐이다.

지난 13일부터 전남 구례 화엄사, 해남 대흥사, 광주 증심사, 경남 합천 해인사 등 전국 사찰을 돌고 있는 송 전 대표는 29일 밤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서울로 올라올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전 대표가 30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리는 조계종 성파 종정 추대법회에 참석한다”며 “시간이 없는 만큼 이날은 거취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 10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최근 당내에서 초선인 전용기, 이수진(서울 동작을), 이용빈 의원이 잇따라 SNS에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한다”는 글을 올리며 ‘송영길 역할론’에 불이 지폈다. “서울시장에 내보낼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구인난이 명분이 됐다.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25개 구청장 후보를 이끌어 줄 중량급 시장 후보가 필요하다”며 “그 적임자가 송 전 대표”라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 본인은 “당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명시적으로 거절하진 않고 있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향후 진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신의 활로(活路)를 고민하는 것 아니겠냐”(수도권 민주당 중진)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송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관계자 역시 “(출마를 결정하면) 보장된 국회의원 임기를 2년 단축하며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것”이라며 “쉽진 않겠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을 꺾을 경우 지방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선거운동 첫날이던 지난달 15일,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전 유세에 함께 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선거운동 첫날이던 지난달 15일,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전 유세에 함께 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당내 차가운 반응이다. 송 전 대표의 학생운동 동지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선거의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가 바로 그다음 선거의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경우는 없다”며 “(대선 패배) 책임을 진다는 말이 거짓말이었냐는 반론이 나올 경우, 당 선거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서울지역 의원도 “서울지역 후보들을 돕겠다는 게 출마 명분인데, 송 전 대표는 다소 올드한 느낌이다.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크게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잠재적인 경쟁 후보군의 존재도 부담이다.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가 나가면, 오히려 제가 과감하게 좀 붙어주면서 세대교체론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더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며 맞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내 일각에선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이날 ‘합당 논의 시작’을 선언한 새로운물결의 김동연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등판론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송 전 대표가 출마로 마음을 잡았다가 당내 경선에서 떨어지면 치명상을 입게 되고, ‘김동연 전략공천’ 주장과 맞닥뜨리면 모양이 사나워 진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5선의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가 아닌 다른 역할을 선택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그중 하나가 오는 6월 1일 새로 선출되는 국회의장 도전 가능성이다. 하지만 새로운 여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민주당이 의장 자리를 지키더라도 당내 최연장자인 김진표 의원 등과 격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당 대표가 곧장 국회의장으로 직행한 선례가 없는 것도 부담인 데다 주변에 차기 대권 도전을 공언해 온 송 전 대표 입장에선 퇴임 후 은퇴가 수순으로 인식돼 있는 국회의장은 미래가 없는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부산시장 출마론’이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정계 은퇴로 마땅한 후보군이 없는 부산에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제대로 희생해야 앞날이 열린다”(초선 의원)는 주장이다. 송 전 대표가 가덕도 신공항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2020년 부산 명예시민에 위촉된 것도 ‘부산시장 출마론’의 근거지만 승산을 따지기조차 어려운 게임이란 게 문제다. 당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백의종군하며 쉼표를 찍는 것도 길이지만 송 전 대표는 이미 모종의 결론을 내린 것 같은 인상”이라며 “명예회복이 급하다고 보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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