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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코다' 첫 OTT 작품상…윤여정 수어 다양성 빛낸 오스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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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트로이 코처(왼쪽)와 상을 시상한 배우 윤여정. [AFP=연합뉴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트로이 코처(왼쪽)와 상을 시상한 배우 윤여정. [AFP=연합뉴스]

장애인 가족의 감동 드라마가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 애플TV+ 영화 ‘코다’가 OTT 첫 아카데미 작품상을 품었다. 2017년 아마존 스튜디오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OTT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이후 5년 만이다.
28일(한국시간)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애플TV+의 영화 ‘코다’는 작품상‧각색상‧남우조연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모두 수상에 성공했다. ‘코다’는 농인 부모를 세상과 연결해온 비장애인 딸이 가수의 꿈을 펼치는 뭉클한 가족영화다.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토대로 션 헤이더 감독이 각색을 겸했다. 그를 비롯해 실제 장애인 배우들까지 무명의 신인들이 ‘착한 영화’로 반전을 일으켰다.
넷플릭스는 2019년 ‘로마’를 시작으로 올해 ‘파워 오브 도그’ ‘돈 룩 업’ 2편으로 4년 연속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또다시 실패했다. 할리우드 스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한 ‘파워 오브 도그’는 올해 최다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제인 캠피온이 감독상만 차지했다. 뉴질랜드 노장 캠피온 감독은 1994년 ‘피아노’에 이어 아카데미 감독상에 두 번째 도전해 이번에 첫 트로피를 안았다. 여성의 감독상 수상은 2008년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 지난해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에 이어 아카데미 역대 3번째다.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개최 #첫 OTT 작품상…애플 '코다' 3관왕 #신인 뭉친 장애가족 영화 수상 반전 #윤여정이 청각장애 배우 수어 호명 #빌뇌브 SF '듄' 음악·촬영 등 최다 6관왕 #첫 오스카상 스미스는 시상식 중 폭행논란

'코다', '기생충' 비견된 작품상 복병

올해 작품상 등 3관왕에 오른 '코다' 제작진이 27일(미국 현지시간)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 무대에 올랐다. 왼쪽 세번째가 수어 통역사다. [AFP=연합뉴스]

올해 작품상 등 3관왕에 오른 '코다' 제작진이 27일(미국 현지시간)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 무대에 올랐다. 왼쪽 세번째가 수어 통역사다. [AFP=연합뉴스]

‘코다’는 지난해 미국 최대 독립영화제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감독상 등 최초 4관왕에 오르며 기세를 몰아왔다. 당초 ‘파워 오브 도그’에 비해 상대적 약체로 꼽혔지만, 수상 확률 분석 사이트 ‘골든더비’에서 2년 전 예상 밖의 4관왕에 올랐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견되며 시상식 직전 작품상 예측 1위에 올라섰다.
작품상 수상 무대에 오른 ‘코다’ 제작자 필립 로셀렛은 “이 영화로 역사를 새로 쓰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감격했다. 직접 수어를 배워 영화를 만든 헤이더 감독은 “이 영화가 아티스트로서 삶의 전환점이 됐다”며 “멋진 파트너 애플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코다’에서 아버지를 연기한 트로이 코처는 실제 장애인으로, 청각장애 배우 첫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남녀 통틀어선 1987년 여우주연상을 받은 청각 장애 배우 말리 매틀린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올해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수어 축하와 함께 수상자 코처를 호명했다. 윤여정은 코처가 수어로 수상 소감을 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대신 든 채, 벅찬 표정으로 무대 곁을 지키기도 했다.

수어, 휠체어, 성소수자, 다문화 품은 오스카 

‘코다’의 모든 수상무대엔 수어 통역이 함께했다. 객석의 스타들도 일제히 양손바닥을 들어 흔드는 수어 박수로 축하했다. 작품상 무대엔 올해 76세인 ‘캬바레’(1972) 배우 라이자 미넬리가 휠체어를 타고 시상자로 올랐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온 가수 겸 배우 레이디 가가가 공동 시상자로 나섰다.

올해 15주년을 맞은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주노'의 당시 주연 배우 제니퍼 가너, 엘리엇 스미스, J.K. 시몬스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15주년을 맞은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주노'의 당시 주연 배우 제니퍼 가너, 엘리엇 스미스, J.K. 시몬스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은 장애뿐 아니라 다인종‧성소수자‧다문화을 품은 무대였다. 여우조연상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뉴욕의 이민자 문화를 담은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라틴계 배우 아리아나 데보스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여성 최초 수상했다. 최근 남성으로 성전환한 배우 엘리엇 페이지도 15년 전 여성으로서 주연을 맡았던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주노’ 동료 배우들과 각본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원작의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 돌아갔다. 극중 수어 캐릭터를 맡은 박유림 등 한국인 배우들도 출연한 다국적 영화다. 수상 무대에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만 올랐지만, 한국 배우들도 객석에서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비욘세·빌리 아이리시·BTS…라틴음악도 풍성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디즈니의 '엔칸토: 마법의 세계' 주제가 '입에 담지 마 브루노' 공연이 흥겨운 무대를 선사했다. [AP=연합뉴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디즈니의 '엔칸토: 마법의 세계' 주제가 '입에 담지 마 브루노' 공연이 흥겨운 무대를 선사했다. [AP=연합뉴스]

주제가상 후보작들이 주로 채운 축하공연도 다양성과 화려함이 고루 빛났다. 개막공연은 톱스타 비욘세가 부른 ‘킹 리차드’ 주제가로 열었다. 이 영화의 실화 주인공인 테니스 전설 윌리엄스 자매가 직접 공연 소개자로 나섰다. K-팝 스타 방탄소년단도 막간 녹화 영상으로 한국말 축하인사를 보냈다.
아카데미는 시상식 시청률이 해마다 급락한 데 대한 대책으로 편집‧분장‧단편 등 비인기 부문 시상을 생중계 전 미리 진행해 예년보다 시상 시간을 줄인 대신 공연은 한층 풍성하게 마련했다. 콜롬비아 마법사 가족의 따뜻한 성장담에 남미 음악, 역사적 아픔까지 담아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디즈니의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주제가상 후보에 더해 후보에 오르지 않은 수록곡 ‘입에 담지 마 브루노(We Don't Talk About Bruno)’까지 2곡으로 성대한 쇼를 꾸렸다. 이 곡은 ‘엔칸토’가 디즈니+에 출시된 뒤 뒤늦게 열풍을 일으키며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디즈니 노래론 ‘알라딘’ 주제가 ‘어 홀 뉴 월드’ 이후 29년 만이다. 주제가상은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동명 주제가를 부른 뮤지션 빌리 아이리시가 받았다.

시상자 뺨 때린 윌 스미스…32년만에 남우주연상

윌 스미스가 테니스 선수 윌리엄스 자매의 가족 실화를 담은 영화 '킹 리차드'로 데뷔 이후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윌 스미스가 테니스 선수 윌리엄스 자매의 가족 실화를 담은 영화 '킹 리차드'로 데뷔 이후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때 백인 일색이라 비판받았던 연기상 부문도 올해 아시아계를 제외한 다양한 인종에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차스테인이, 남우주연상은 ‘킹 리차드’의 윌 스미스가 차지했다. 스미스는 1990년 TV 시트콤으로 배우 데뷔 후 32년 만에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았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로 분한 영화 ‘알리’(2001), 절절한 부성애를 연기한 ‘행복을 찾아서’(2006)에 이어 세 번째 도전만에 수상했다.
'킹 리차드'에서 가난을 딛고 윌리엄스 자매를 세계적 테니스 선수로 키운 아버지 리차드를 연기한 그는 최근 펴낸 자서전을 통해 유년시절 가정학대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소감에서 스미스는 “리차드 윌리엄스는 맹렬하게 가족을 보호하는 인물이다. 저도 제 인생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소명이라 생각한다. 사랑의 통로가 되고자 한다”면서 “저희 아버지도 리차드처럼 정말 유별났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미친 짓을 많이 한다”면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또 자신이 10대 시절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에 대해서도 “지금 이 순간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윌 스미스가 시상식 도중 무대에서 자신의 아내를 두고 농담한 배우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윌 스미스가 시상식 도중 무대에서 자신의 아내를 두고 농담한 배우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이날 그는 앞서 장편 다큐멘터리상 시상자로 무대에 나온 코미디 배우 크리스 록이 자신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삭발을 두고 “‘지 아이 제인2’에 출연하면 되겠다”고 농담하자 무대에 돌진해 록의 뺨을 때렸다. 객석에 돌아온 뒤에도 굳은 표정으로 “빌어먹을 입에 내 아내 이름을 담지 말라”고 비속어를 외쳤다. 핀켓 스미스는 2018년 탈모증을 앓고 있다고 공개한바 있다. 록이 스미스 부부를 도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른 록은 그해 제이다가 유색인종 후보가 적다는 이유로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은 데 대해 “제이다가 오스카를 보이콧한 것은 제가 리아나(가수)의 팬티를 보이콧하는 것과 같다”고 말해 좋지 않은 농담이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 무대에 오른 스미스는 앞서 시상식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을 사과하며 소감 말미에 “아카데미가 다시 나를 초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최다 수상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대작 ‘듄’이 차지했다. 미래 사막행성 무대의 우주 전쟁을 생생하게 그린 '듄'은 음악감독 한스 짐머의 음악상을 비롯해 촬영·편집·미술·음향·시각효과 등 6관왕에 올랐다.

제94회 아카데미상수상자·수상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제94회 아카데미상수상자·수상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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