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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컬러'도 할 수 있다…'안경선배'가 쓴 세계선수권 은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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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팀 킴이 시그니처인 왕별 포즈를 취했다. [AP=연합뉴스]

팀 킴이 시그니처인 왕별 포즈를 취했다. [AP=연합뉴스]

2022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확정하자 ‘팀 킴’은 ‘왕별 포즈’를 취했다. 선수 5명과 임명섭 코치가 각자 팔을 ‘칼각’으로 뻗고 몸을 합체해 큰 별을 만드는 동작이다. 강릉시청 소속인 팀 킴이 ‘강릉의 빛나는 별’이란 뜻이다. 팀 킴은 왕별 포즈를 취한 채 빙판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지난달 베이징 올림픽 8위에 그치며 눈물을 쏟았던 팀 킴은 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환하게 웃었다.

팀 킴은 28일 캐나다 프린스 조지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스위스(팀 티린초니)에 6-7로 아깝게 졌다. ‘예선 1위’ 스위스와 ‘예선 2위’ 한국이 결승에서 맞붙었는데 ‘알프스’의 벽은 높았다. 예선부터 14전 전승으로 ‘퍼펙트 우승’을 기록한 스위스는 대회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팀 킴 안경선배 김은정. [AP=연합뉴스]

팀 킴 안경선배 김은정. [AP=연합뉴스]

팀 킴은 ‘안경 선배’ 스킵(주장) 김은정(32)을 비롯해 김선영(리드)·김초희(세컨드)·김경애(서드)가 나섰다. 팀 킴은 2엔드에 알리나 패츠에게 3점을 내줬다. 3엔드에 스위스가 하우스에 스톤을 6개나 위치 시켰지만, 김은정이 정확한 드로로 1점을 따냈다.

4, 5, 6, 7엔드에 팀 킴은 1점만 주고 2점을 따내며 잘 풀어갔다. 7엔드에 김은정이 상대 스톤 앞에 딱 붙이는 완벽한 프리즈샷으로 2점 찬스를 잡아 5-5 동점을 만들었다. 한 점씩 주고받은 팀 킴은 6-6으로 돌입한 10엔드에 스틸(불리한 선공팀이 득점)을 노려야 했다. 상대에게 까다로운 샷을 줘야 했지만, 김은정의 마지막 스톤이 예상보다 길었다. 스위스 패츠가 더블 테이크아웃으로 한국 스톤 2개를 쳐내며 1점을 따냈다.

베이징올림픽과 이번 예선에서 스위스에 연달아 졌던 팀 킴은 결승에서도 설욕에 실패했다. 그래도 예선 2위(9승3패)로 4강에 직행한 팀 킴은 캐나다를 9-6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한국 컬링(남녀 4인조 및 혼성 2인조 통틀어) 사상 세계선수권대회 최고 성적을 거뒀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19년 춘천시청(팀 민지)의 동메달이었다. 팀 킴의 이전 최고 성적은 2018년 5위였다.

김은정은 “초반에 3점을 주며 따라가는 플레이를 했는데 한 때 동점까지 만들었다. 한국 팀이 세계 무대에서 이렇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김은정과 아들 서호군. [사진 김은정 인스타그램]

김은정과 아들 서호군. [사진 김은정 인스타그램]

팀 킴은 2018년 지도자 갑질을 폭로했고, 2020년에는 경북체육회와 재계약에 실패해 소속팀 없이 훈련한 적도 있다. 그래도 팀 킴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했다. 특히 2019년 아들 서호 군을 출산한 김은정은 ‘엄마 컬러(컬링선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김은정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캐나다의 스킵 제니퍼 존스(49)도 아이가 둘인 엄마 선수다. 마흔 넘어서도 올림픽에 출전하다니 대단하다. 한국 여자컬링 선수도 아이를 낳고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김은정은 최근 예능 ‘유퀴즈’에 출연해 “마이너스가 됐던 감각을 다시 올려야 해서 힘들긴 힘들었다. 초반에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생각도 했지만, 팀원들이 ‘언니 그냥 하면 돼’라고 말해줘 고마웠다”며 “내가 여기서 무너지지 않고 출산 후 잘해야지만, 다음에 (김)영미, (김)경애가 아이를 갖더라도 ‘은정이가 저렇게 했는데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엄마 컬링 선수’의 복귀가 당연하도록 만드는 게 김은정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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