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멀티플렉스엔 없죠, 동광극장엔 있죠…최신 영화 레트로하게 즐기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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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친구들은 첫 영화를 본 극장을 기억하나요? 부모님과 극장에 방문한 첫 순간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텐데요.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추억 쌓는 일은 줄고 집에서 보는 OTT 플랫폼이 떠올랐죠. 특히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어요. 멀티플렉스는 다수의 스크린(상영관)을 갖추고 한 공간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도록 쇼핑센터나 대규모 오락시설을 동반한 것입니다. 부모님이나 그 윗세대의 추억이 담긴 오래된 극장의 경우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보다 경제적 상황이 더 열악하죠.

목윤서(왼쪽)·박서현 학생기자가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에 위치한 동광극장을 찾아 옛날 단관극장의 감성을 느껴봤다.

목윤서(왼쪽)·박서현 학생기자가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에 위치한 동광극장을 찾아 옛날 단관극장의 감성을 느껴봤다.

어려움 속에서도 60년 넘게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옛날 극장이 있습니다.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에 있는 동광극장은 1959년에 문을 연 단관극장이에요. 고재서(65) 대표가 1986년 극장을 인수한 뒤 혼자 운영을 이어가고 있죠. 단관극장은 상영관이 하나뿐인 극장입니다. 1998년 11개 스크린을 갖춘 CGV강변이 등장한 뒤 전국에 멀티플렉스가 유행하며 지역마다 있던 단관극장이 하나둘 사라졌지만 동광극장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요. 고 대표는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조그마한 동네 슈퍼마켓이 사라지듯 옛날 극장도 없어져 갔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지금은 폐쇄된 동광극장 옛 매표소. 아래쪽 반원 구멍으로 현금이나 카드를 내 값을 치르면 매표소 직원이 티켓을 줬다.

지금은 폐쇄된 동광극장 옛 매표소. 아래쪽 반원 구멍으로 현금이나 카드를 내 값을 치르면 매표소 직원이 티켓을 줬다.

동광극장을 찾은 목윤서·박서현 학생기자는 처음 본 옛날 극장의 외관에 놀랐죠. 박서현 학생기자는 “직접 붙여놓은 큰 포스터가 신기해요”, 목윤서 학생기자는 “이 작은 건물 안에 진짜 상영관이 있나요?”라며 구경하기 바빴죠.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 입구 옆 매표소에 ‘성인 8000원’ 문구가 적혀있었어요. 박서현 학생기자가 “청소년·어린이 관람료는 얼마인가요”라고 질문했죠. “청소년은 6000원, 어린이(초등학생까지)는 5000원입니다. 정해진 좌석 번호가 없어 빈자리에 앉으면 돼요.” 멀티플렉스(CGV 기준 평일 주중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원)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가격이죠. 티켓은 편의점에서처럼 카운터에서 구매합니다.

상영관 1층 소파와 발받침대가 있는 좌석에 앉은 소중 학생기자단. 동광극장은 지정좌석제가 아니라 누구나 앉고 싶은 좌석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상영관 1층 소파와 발받침대가 있는 좌석에 앉은 소중 학생기자단. 동광극장은 지정좌석제가 아니라 누구나 앉고 싶은 좌석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상영관으로 들어가자 외관에서 드러나지 않던 ‘힙’(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며 새로움을 지향하는 것)한 아우라가 뿜어 나왔죠. 2층 구조로 283석 규모 상영관에 네온사인 조명이 수를 놓고 있었어요. “1993년부터 관객 편의를 위해 상영관을 조금씩 리모델링해왔습니다. 멀티플렉스 느낌은 아니어도 최선을 다했죠.” 350석이었던 좌석 규모는 리모델링 후 283석이 됐어요. 1층 일부 좌석에는 가죽 소파와 발받침대가 설치돼 있는데 멀티플렉스 VIP 상영관 리클라이너(등받이가 뒤로 넘어가는 안락의자) 못지않았죠.

동광극장 상영관 2층 첫 번째 줄에서 설치된 휴대전화 충전기로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모습.

동광극장 상영관 2층 첫 번째 줄에서 설치된 휴대전화 충전기로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모습.

상영관엔 동네 가게 광고판을 비롯해 콘센트, 휴대전화 충전기, 소형 히터도 구비돼 있어요. 고 대표는 독특한 상영관 비주얼 때문에 한때 특색 있는 결혼식이나 프러포즈 장소 대여 기획도 세웠었다고 했죠. 직접 소파에 앉아 발을 발받침대에 올리고 휴대전화를 충전하며 스크린을 바라봤습니다. “영화 보며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다니, 상상도 못 했어요.”(박) “받침대에 발을 올리고 영화를 보면 편할 거 같아요. 1층 소파 외에 2층 앞줄 좌석에도 받침대가 있더라고요.”(목)

동광극장은 2018년 그룹 god 박준형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와썹맨’에서 소개돼(150만 뷰) 다시 유명해졌는데요. 같은 해 개봉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블랙팬서’의 명대사 “와칸다 포에버”에서 가져와 동광극장을 ‘와칸다 극장’으로 불렀죠. 슈퍼히어로 블랙팬서의 고향인 와칸다는 척박한 아프리카 땅에 고도로 발전한 문명을 구축한 곳이에요. 와칸다처럼 반전 있는 힙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동광극장은 유튜버·블로거들이 자주 찾아와 소개했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시그널’ 촬영 장소로도 쓰였죠. 1층에는 드라마 촬영 소개 안내판을 비롯해 35mm 필름 영사기, 영화 ‘스타워즈’ 피규어, 위해외래종 수입금지 조치(2015년) 전 들여놓은 피라냐가 헤엄치는 수족관까지 볼거리가 가득했어요. 멀티플렉스와 차별화된 복고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죠.

고재서 대표에게 35㎜ 필름 영사기에 대한 설명을 듣는 소중 학생기자단.

고재서 대표에게 35㎜ 필름 영사기에 대한 설명을 듣는 소중 학생기자단.

박서현 학생기자는 “멀티플렉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을 1층에 전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어요. “제 취미가 수족관 관리예요. 여러 물고기를 관객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죠. 영사기도 동광극장 관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어 전시해뒀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이목은 35mm 필름 영사기에 집중됐어요. 고 대표가 로비 불을 끄고 성인 키 크기의 영사기를 작동하자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했죠. “이 영사기는 1980년도에 구입했어요. 2009년 영화 ‘아바타’를 상영하면서 필름 영사기를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한 뒤 여기에 두게 됐죠. 그때부터 디지털로 상영했어요.”

35㎜ 필름 영사기에 2012년 개봉한 영화 ‘연가시’ 필름이 걸려있다.

35㎜ 필름 영사기에 2012년 개봉한 영화 ‘연가시’ 필름이 걸려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극장 대부분이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필름 상영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목윤서·박서현 학생기자는 영사기에 달린 디지털 렌즈와 셔터 설명에 귀를 기울였죠. “디지털 렌즈를 달면 일반 화면 가로·세로 비율인 4:3에서 현재 우리가 극장 스크린으로 보는 크기로 조절할 수 있어요. 셔터는 빛을 정해진 시간 동안 지나가게 만들어 주는 장치죠. 필름을 빛에 노출해 스크린에 나타나게 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필름과 영사기를 처음 봤어요. 옛날에 영화를 어떻게 상영했는지 궁금증이 풀린 것 같아요”라고 입을 모아 말했어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실제 상영에 쓰이는 영사기를 보기 위해 건물 2층에 있는 영사실로 향했어요. 로비에 있는 영사기보다 더 큰 구형 영사기와 디지털 영사기가 나란히 있었죠. 구형 영사기는 작동은 하지만 사용하진 않아요. “크고 긴 환풍기가 기계에 연결돼 있는데 어떤 용도인가요?” 영사실 주변을 둘러보던 목윤서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필름이든 디지털이든 영사기를 작동하면 엄청난 열이 발생해요. 열은 기계를 고장 낼 수 있죠. 환풍기로 열을 빼주고 주변에 에어컨도 설치해 온도를 낮춰요.”

동광극장 로비에 있는 35㎜ 필름 영사기는 2009년 디지털 영사기 도입 후 고재서 대표가 관객들을 위해 전시했다. 작동하면 기계 소리가 로비를 가득 채운다.

동광극장 로비에 있는 35㎜ 필름 영사기는 2009년 디지털 영사기 도입 후 고재서 대표가 관객들을 위해 전시했다. 작동하면 기계 소리가 로비를 가득 채운다.

기계들 옆으로는 수백 장의 영화 포스터가 쌓여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상영된 영화의 포스터를 다 쌓아뒀으면 영사실 천장을 뚫었을 거예요.” 과거엔 극장 앞 간판에 포스터를 붙이거나 그림을 그려 간판을 제작했죠.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이 간판을 보고 상영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는 목적이었어요. 지금은 보기 힘든 그림 간판은 대형 인쇄가 어려웠던 시절 중요한 홍보수단이었죠. 보통 극장마다 간판을 그리는 직원(화공)이 한 명씩 있었고, 규모가 큰 극장의 경우 간판부를 별도로 뒀죠. 동광극장도 1990년대 중반까지 그림으로 간판을 채웠어요. 현재는 대형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다만 그 포스터가 현재 상영 영화를 뜻하진 않아요.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포스터를 교체하는 것도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고재서(맨 오른쪽) 대표가 목윤서·박서현 학생기자에게 동광극장의 과거부터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설명했다.

고재서(맨 오른쪽) 대표가 목윤서·박서현 학생기자에게 동광극장의 과거부터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설명했다.

동광극장을 변하게 한 건 세월과 코로나19였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광극장은 매표소 직원, 영사기 기사, 간판 화공까지 있을 정도로 운영이 잘됐어요. 이후 멀티플렉스의 유행으로 직원과 관객 수는 갈수록 줄어들기 시작했죠. 그래도 수시로 전석 매진되곤 했는데 코로나19가 덮치며 지난해 관객 수는 1만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기본 5회차 상영도 지금은 2회차로 줄어들었죠. 여전히 관객들에게 인기 있을 최신 상업영화를 걸지만 상영시간은 유동 인구가 있는 하교·퇴근 시간에 맞춰 주로 늦은 오후, 저녁 시간대로 정해놓았어요. 상영 중인 영화와 시간표를 확인하려면 직접 방문하거나 ‘쁘띠시네’홈페이지, 포털사이트에 ‘동광극장’을 검색 후 지도에서 ‘소식’란을 보면 되죠. 고 대표는 시대가 바뀌고 코로나19 여파로 관객 수가 줄어든 지금도 지자체나 주변 도움 없이 극장을 운영합니다. “혼자 일해서 힘들어도 바빴을 때가 좋았어요. 관객들이 그립거든요. 그래도 SNS를 보고 멀리서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해요.” 고 대표의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도 사뭇 진지해졌습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고 대표가 영수증 형태인 요즘 티켓과 다른 옛날 종이 티켓을 선물했어요. 예전엔 종이 티켓에 일련번호를 적고 스탬프를 찍어 관객 수와 입장 가능 여부를 파악했죠. “어린이·청소년에겐 낯선 곳이지만 누군가에겐 추억이 깃든 곳이란 걸 알리고 싶어요. 제 청춘이 담겼듯 여러분의 부모님도 옛날 극장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을 거예요.” 목윤서 학생기자는 받은 티켓을 투명 휴대전화 케이스에 넣어 소중히 여겼고 박서현 학생기자는 “엄마도 옛날 극장에 대한 추억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라며 들떴죠. 여러분도 오늘 하루, 부모님과 그때 그 시절 극장 이야기를 하며 추억을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로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의 극장을 알게 됐어요. 극장에 들어오자마자 보인 피규어·수족관 등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필름·디지털 영사기도 처음 보는 등 동광극장을 통해 극장 안 보이지 않는 곳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번 기회로 구석구석 알게 됐죠. 요즘 제가 레트로에 빠져 있거든요. 동광극장은 입구에 있는 옛날 매표소부터 상영관의 네온사인 조명까지 레트로 그 자체였어요.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또 다른 매력이 있었죠. 발받침대, 휴대전화 충전기 등 관객을 위한 고재서 대표님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습니다. 앞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오늘의 경험이 떠오를 것 같아요.   목윤서(서울 고현초 6) 학생기자

동광극장을 취재하면서 이곳이 재미있는 것으로 가득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동광극장은 단순히 오래된 극장이 아니라, 고재서 대표님의 인생이 담긴 뜻깊은 극장이었죠. 대표님의 설명을 듣기 전에는 구형 영사기가 그냥 신기하다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영사기의 크기만큼 많은 과학 원리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또한 대표님의 애정 어린 손길이 담긴 전시품들도 기억에 남아요. 이번 취재로 옛날 극장에 대해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 가진 추억을 저도 같이 공유할 수 있게 됐어요. 동광극장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얼마 남지 않은 옛 극장들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방문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박서현(서울 일원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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