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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총성 터질때 지하에선…우크라 비통함 달랜 '기적의 선율' [영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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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인한 굉음과 총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리아나 동부 격전지 하르키우 지하 대피소에서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졌다.

워싱턴포스트(WP)와 알자지라 등 외신은 26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머무르고 있는 지하 대피소에서 ‘하르키우 음악제’가 열렸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없었다면 해당 공연은 본래 같은 날 하르키우 필하모닉 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예정된 계획은 중단됐고, 연주는 결국 시민들이 머무르고 있는 지하철역과 상가 건물 지하 등에서 공연을 열었다. 연주자들은 바이올린, 첼로, 베이스로 구성돼 있었다.

공연은 30분가량 이어졌다. 첫 곡은 ‘우크라이나 국가’로 시작했다. 지하 대피소에 국가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하나둘씩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후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이나 드보르자크의 유머레스크, 우크라이나 민요가 연주됐다. 비탈리 알렉세녹 미술 감독은 “이어지는 곡들이 ‘우크라이나와 서유럽 문화의 연결’이라는 주제 아래에 선정됐다”고 말했다.

26일 하르키우 지하철역 대피소에서 음악제가 열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26일 하르키우 지하철역 대피소에서 음악제가 열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수십 명에 이르는 관객은 다소 비통한 표정 속에서도 경건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모습이었다. 연주 장면을 영상으로 찍거나 카메라에 담는 이들도 있었으며, 때론 서로를 부둥켜안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음악은 (사람들을) 결속시킨다”며 “지금 하르키우에서 지내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하르키우는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의 핵 연구시설에 폭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5일에도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에 있는 의료시설을 공격했으며, 최소 4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이날 음악제를 기획한 세르지 폴리투치 감독은 “어둠 속에서도 우리의 미래와 영속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연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아름다운 선율과 지적인 가치들, 그리고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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