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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오늘 저녁 청와대 만찬…"회동 막았던 걸림돌 제거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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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면 대결로 치닫던 신·구 권력의 갈등이 해소될 전기가 마련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하기로 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27일 발표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대선후 19일 만이다. 역대 대통령-당선인 회동 중 가장 늦다. 기존엔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2012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의 9일 만의 회동이 가장 늦은 기록이었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이 지연되면서 양측의 충돌은 계속 확전으로 가는 분위기였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27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27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그러나 이날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회동을 막았던 걸림돌이 실무적으로 제거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당선인 측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5일 오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에게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윤 당선인과 만났으면 한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전했다. 장 실장이 이를 보고하자 윤 당선인은 “그러면 의제 없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답했다. 그러자 장 실장이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뜻을 이 수석에게 전달하면서 회동이 성사됐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지난 16일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었지만, 회동 4시간을 앞두고 무산됐다. 한국은행 총재와 감사위원에 대한 인사권 행사와 대통령집무실 이전에 대한 이견이 걸림돌이었다. 회동 무산 이후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의 한은 총재 인선 과정에서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를 두고 ‘거짓말 공방’을 벌였다. 또 청와대는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언급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때문에 회동은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28일 회동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28일 회동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감사위원 알박기 안 하는 것으로 정리”

다시 회동이 성사된 건 지난 회동을 무산시켰던 요인이 해결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감사위원 인사는 청와대가 안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현재 두 자리가 공석인 감사위원 임명과 관련해 1명은 문 대통령이, 1명은 윤 당선인이 추천하자고 제안했다. 윤 당선인 측은 “정부 이양기에 감사위원 임명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하지만 결국 문 대통령이 감사위원 임명은 안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감사원이 현 시점에 감사위원을 제청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윤 당선인 측 손을 들어준 것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서도 양측 의견 접근이 있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오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도 처리해주지 않겠냐”며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집무실 이전에 드는 496억원을 예비비로 신청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에 반대 뜻을 밝히며 지난 22일 국무회의에 예비비 지출 승인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관련해서는 양측 사이에 의견이 오가진 않았다고 한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면은 애당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에서 별개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오찬→만찬, 일대일 만남→비서실장 배석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사무실로 들어서며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만찬회동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사무실로 들어서며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만찬회동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에 대해 양측은 “정해진 의제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회동은 오찬이었지만, 이번은 만찬으로 바뀐 이유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를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등이 폭넓게 대화 주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무산된 회동 때와 달리 이번엔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장제원 실장이 배석한다. 단순히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집무실 이전 등 실무적인 부분에서 접점을 찾기 위해서라고 윤 당선인 측 인사는 설명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이 의미 있으려면 결실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일관된 기조”라고 설명했다.

“28일, 여야 협치 직결되는 날”

2019년 7월 25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7월 25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어렵사리 성사된 회동인 만큼 이번 만남을 통해 정치권이 대선때 불거진 여야 갈등을 봉합하고 협치의 단초를 마련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만약에 이번 회동에서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거나 미묘한 신경전을 벌일 경우 그 여파는 생각보다 클 것이다. 국민 걱정이 커지는 것뿐 아니라 여야 협치가 훨씬 더 어려워질 수가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28일은 단순하게 두 사람 모임이 아니라 실질적인 인수·인계, 그리고 국회의 여야 협치와 직결되는 날”이라고 평가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윤 당선인 취임 직후에 지방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지금 갈등 국면이 선거 운동과 맞물리고 있다. 양측이 일종의 선거 레토릭으로 갈등을 중계하는 상황이 됐다”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을 계기로 제대로 된 정부 이양을 위해 양측 조직이 변하고, 참모들이 서로 만나는 물꼬가 터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차기 정부의 성공이 결국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고 대한민국 정부의 성공이다. 차기 정부의 성공을 위해 순조로운 정부 이양이 되도록 문 대통령은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정부 교체를 지지했지만, 24만표 차는 정치적으로 무승부에 가깝다.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정부 인수 기간에 갈등을 증폭시킬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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