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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앉아 일하는 젊은男…삼각팬티 맞닿은 곳 아프면 '이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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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골반통이 보내는 적신호

우리 몸에서 주요 장기를 담는 그릇에 빗대는 곳이 바로 ‘골반’이다. 실제로 골반의 한자명은 ‘뼈(骨)로 만들어진 그릇(盤)’이란 뜻으로, 깔때기 모양의 골격에서 자궁·전립샘·대장 등의 장기를 담고 보호한다. 그런데 골반 안쪽, 즉 아랫배에서 원인 모를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하면 ‘만성 골반통’으로 의심할 수 있다. 만성 골반통의 상당수는 특정 장기의 이상 신호일 수 있어 간과해선 안 된다. 부위별 만성 골반통이 암시하는 원인 질환을 알아본다.


산부인과 원인

전체 여성의 4%, 가임기 여성의 15%가 만성 골반통을 호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여성에게 흔한 생리 전 증상, 배란통, 생리통 등은 만성 골반통을 일으킬 수 있지만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골반통의 원인일 수도 있다. 자궁내막증, 골반 내 유착, 자궁 부속기(난관·난소) 물혹, 자궁 외 임신, 골반울혈증후군, 자궁근종, 자궁선종, 만성 골반 염증성 질환 등이 그 예다. 등·허리 통증이 골반통과 함께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 부부관계 중 통증이 심하거나 일상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심한 골반통이 있다면 산부인과 질환에서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만성 골반통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은 ‘자궁내막증’이다. 자궁내막증은 생리혈을 만들어내는 자궁 내막 조직이 난관을 타고 자궁 밖으로 나가면서 자궁 근육과 주변의 골반 조직을 침범하고 골반통과 함께 출혈·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주요 발생기전으로 알려졌다. 생리 과다, 심한 생리통과 함께 자궁의 부정 출혈도 야기한다. 생리를 멈추게 하는 약물요법,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 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또 다른 흔한 원인 질환이 ‘골반울혈 증후군’이다. 골반 정맥 내에 피가 쌓이고(울혈) 정맥이 팽창돼 꼬이면서 골반통을 유발한다. 선천적 혈관 기형, 난소정맥류, 호르몬 이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자궁근육 경련 등이 원인이다. 간헐적인 골반통과 함께 허벅지 안쪽, 엉덩이, 음부에서 혈관이 면발처럼 튀어나올 수 있다. 울혈이 골반 속 방광을 압박해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잔뇨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경우 골반 MRI로 검사하고, 혈관 조영술로 진단·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비뇨기계 원인

남성의 골반통은 전립샘과 관련 깊다. 전립샘은 골반 속 방광과 요도 사이에 위치한 장기로, 이곳에 염증이 생긴 만성 전립샘염의 주요 증상이 만성 골반통이다. 고환, 항문, 성기 끝에 통증을 일으키거나 아랫배 통증, 근육통, 관절통, 허리 통증을 동반한다. 남성의 골반통은 주로 30~40대에서 발생하며, 오래 앉은 채 일하는 직업군에서 증상이 호발·악화한다. 자가면역 질환, 내분비 이상, 신경염증과 정신적인 영향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전립샘염 환자의 골반통은 삼각팬티와 맞닿는 영역 내에서 통증 유발점이 돌아다니는 게 특징이다. 남성의 만성 골반통은 주로 골반 부위와 회음부, 치골 상부에서 발병한다. 하지만 성기, 음낭, 허리 아래쪽 통증이나 사정 시의 통증으로도 표출된다. 격렬한 통증, 불쾌감, 묵직함 등의 느낌과 함께 잔뇨감 같은 배뇨장애, 발기부전 같은 성 기능 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날씨가 추울 때 전립샘 주위 근육·혈관이 수축하면서 골반통이 악화할 수 있다. 원인 질환과 골반통 치료를 위해 자기장 치료, 전립샘 내 항생제 투여, 주변 근육의 보톡스 주입요법 등을 시행한다. 전립샘 마사지, 온수 반신욕도 골반통 개선에 도움된다. 1시간에 한 번씩은 혈액순환과 골반 근육의 긴장을 풀기 위해 가볍게 일어났다 앉기를 반복하고, 5~10분간 걷는 습관이 좋다.

소화기계 원인

과민성 대장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 만성 변비 등 소화기계 질환도 만성 골반통을 일으킬 수 있다. 장의 불규칙한 움직임과 염증, 복부 팽만 등이 골반을 자극해 통증을 야기해서다. 실제로 만성 골반통 환자의 약 60%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동반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심리적인 요인, 위장염, 특정 음식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발생한다. 대장이 과민한 탓에 대장 연동운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져 설사했다가, 장의 움직임이 급격히 줄어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또 위장관 내 대변·가스가 조금만 차도 복부 통증과 불편감을 남들보다 쉽게 느낀다.

염증성 장 질환은 장에 염증이 생기는 원인불명의 만성질환으로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수개월간 나타난다. 단,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염증성 장 질환의 주요 증상인 변비·설사·복통은 이들 질환과 관련 없는 만성 골반통에서도 증상이 겹친다. 따라서 변비·설사·복통이 6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만성 골반통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여성은 소장·대장 등의 소화기계가 자궁·난소 같은 생식기와 가까워 골반통의 원인을 생식기의 문제로 오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인을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

신경·근골격계 원인

신경·근골격계의 이상도 골반통의 원인일 수 있다. 주로 골반 속 천추(허리뼈 아래의 꼬리뼈), 천장관절(꼬리뼈와 골반뼈 사이의 관절), 고관절 이상이나 허리뼈의 문제로 나타난다. 척추 속 신경 다발이 눌리거나 척추 주변의 허리 근육에 과도한 힘이 가해질 때,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자세를 바꿀 때 엉치 주변과 골반 주위에서 골반통 등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지속해서 발생하면 골반 자체의 문제인지, 척추관 협착증, 척추 측만증, 척추 전방전위증, 골다공증, 근막통증 증후군, 요추 퇴행성 후만증 등의 연관통인지 감별해야 한다.

흔히 ‘담에 걸렸다’고 표현하는 근막통증 증후군, 신경이 압박돼 손상을 입은 말초신경 포획증후군의 경우 엉치 주변의 골반까지 연관통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골반 주변의 인대·힘줄·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골반통과 함께 허벅지 등 다리로 통증이 뻗어 나갈 수도 있다(방사통). 골반통이 언제 시작했는지, 외상이 있었는지, 골반통이 심해지거나 나아지는 등 변화가 있는지, 통증 부위가 허벅지·종아리 등으로 이동하는지, 자세·움직임에 따라 통증이 변하는지 등 골반통의 세부 특징에 대해 문진·검진해 통증의 출발점을 찾고, 그에 따른 원인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골반통의 출발점이 천장관절이면 천장관절을, 추간판탈출증의 연관통으로 골반통이 생겼다면 그 출발점인 추간판을 치료하는 식이다.

도움말=전승주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경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최성훈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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