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규제 완화' 시동 거는 尹, '집값 자극'은 고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현장을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현장을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25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시작으로 본격적인 부동산 정책의 틀을 짜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직접 업무보고에 참석해 부동산 정책만큼은 "관심을 갖고,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27일 인수위는 18명으로 구성된 부동산태스크포스(TF)의 출범을 알리며 "규제 완화와 공급 등 로드맵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집값 급등을 야기했다면서 선거기간 대대적인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상은 '재건축 3대 대못'으로 불리는 재건축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분양가상한제 등은 물론 임대차3법, 세제·대출 규제까지 망라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부동산TF 팀장으로 선임하면서 방향성을 재차 확인했다. 심 교수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신랄하게 비판해온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로 꼽힌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실제 대선 이후 시장에선 윤 당선인의 규제 완화 공약을 집값 상승의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조사에서 3월 셋째 주(21일 기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은 각각 0.01%씩 오르며 8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도 3주 연속 상승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등 규제 완화 기대감이 큰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주인이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1억~2억원씩 올리는 모습도 포착된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윤 당선인 취임 후 사라질 부동산 규제 리스트' 등을 공유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인수위는 국토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재건축 규제 등의 정상화 과정에서 시장 불안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내에서도 새 정책이 시장을 자극하지 않도록 면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당선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시장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자칫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새 정부에겐 정권 초반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섣불리 공약한 수준에서 후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며 강남권 일부 자치구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했다.  새 정부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부터 초과이익환수제 개선, 용적률 상향, 세제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에 기대감이 겹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2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한 아파트에 '조합설립인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며 강남권 일부 자치구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했다. 새 정부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부터 초과이익환수제 개선, 용적률 상향, 세제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에 기대감이 겹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2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한 아파트에 '조합설립인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뉴스1]

공약의 실현 가능성도 변수다. 일단 '여소야대' 정국에서 공약을 속도감 있게 정책으로 옮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일부 공약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물론 국토부조차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인수위는 안전진단과 같은 법 개정 없이 시행령·행정규칙 변경만으로 가능한 규제부터 우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꼽힌다. 윤 당선인은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은 면제해주고, 안전진단 기준 중 현재 50%로 비중이 높아진 구조 안전성 항목을 30%로 낮추는 방안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정밀안전진단 면제 공약의 경우 현재 재건축이 준공 30년 이상 된 아파트부터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안전진단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수위 내부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용적률 상한을 현재 300%에서 500%로 높여주는 구상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은 기부채납 받아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반값으로 분양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용적률 500%를 적용하면 일조권·조망권 침해, 교통 인프라 부족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실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굵직한 규제의 경우 사실상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수요자들도 기대감만으로 의사 결정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