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에 직면하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독립에 집중하겠다며 기존 목표를 축소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 총참모부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작전국장은 25일(현지시간) "첫번 째 단계의 주요 작전은 완수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이 많이 감소해 돈바스 지역 분리·독립이라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러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목표는 두 가지였는데 첫번 째는 돈바스 지역의 해방이고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에 대한 것"이라며 현재 루한스크 지역의 93%, 도네츠크 지역의 54%를 해방했다고 주장했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 동부 지역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로 구성돼 있으며, 러시아 국경과 접한 일부 지역을 친러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달 21일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독립을 승인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외신들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이라도 확보해 전쟁에 승리했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국방부 주장과는 달리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으로 수렁에 빠진 러시아가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돈바스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목표를 축소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체면치레로 승리를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서방 관리는 "러시아가 키이우 장악에 분명히 실패했다"며 "돈바스 확보라는 새로운 작전에 성공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거센 반격으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 총참모부는 "국경 인근의 의료기관에는 전쟁 중 상처를 입은 상당수의 러시아군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시작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군 1만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1351명만이 사망했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과 큰 차이가 난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지난 23일 아조우(아조프)해 베르단스크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상륙함 '오르스크'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어떤 종류의 무기가 공격에 사용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우크라이나 군 주장을 사실로 확인했다. 영국 국방부도 전날 베르단스크항에 있는 탄약고 등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의 '고가치 표적'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올렉시아 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전방 전선은 교착상태"라며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 군이 자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