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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대국’ 중국에 허(何)씨 형제가 세운 안과, '상장 임박'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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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시력이 다른 어떤 감각보다도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안질환은 노화와 함께 찾아오고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아 자각하기 어렵다.

특히 중국은 안질환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힌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중복 발병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근시 인구가 7억 명, 안구건조증 인구는 약 3억 명, 백내장 환자는 약 1억 6000만 명에 이른다. 3대 안질환 환자 수가 10억 명이 넘는 것이다.

안질환 환자가 늘어나며 지난 1년간 안과 체인에 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4개 기업이 IPO 완료했으며, 3개 이상 기업이 투자설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지난 2월 촹예반(创业板)에 등록,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허씨안과(何氏眼科, 허스안과)가 화제다.

[사진 赢家财富网]

[사진 赢家财富网]

‘1년 매출 1630억 원’ 中 재정부 산하 기금도 눈독

허스안과가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번 IPO를 통해 약 3050만 주를 발행, 4억 9400만 위안(961억 4722만 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허스안과는 지난 2020년부터 상장을 노려왔다. 중국에서 한창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틈을 타 허스안과를 비롯한 여러 민영 병원의 기업공개 신청이 수리됐고, 주식 시장에서 안과병원의 인기도 올라갔다.

대부분 중국 병원이 국영 병원인 데 반해, 중국 안과병원은 대다수가 민영병원이다. 허스안과도 마찬가지다. 특히 랴오닝(辽宁)성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 ‘랴오닝성 안과 왕’이라 불린다.
허스안과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1995년 설립된 허스안과는 해외 유학에서 돌아온 허웨이(何伟) 박사가 형제와 함께 설립한 체인형 의료기관이다. 당시 랴오닝성 정부가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을 추진한 덕분에 동북 지역 최초의 민영 안과병원을 설립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선양(沈阳)아동병원 건물의 가장 윗층에 허스안과라는 간판을 걸고 시작했다.

이후 허스안과는 3단계 의료서비스 체계를 만들었다. 2022년 3월 현재 3차 안보건센터 3곳, 2차 안보건센터 32곳, 1차 안보건센터 60곳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성이 그다지 요구되지 않는 안광학 (안경, 드림렌즈, 콘택트렌즈 계열) 서비스와 안질환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선양허스(沈阳何氏)의 성장세가 매섭다. 중국 푸단(复旦)대학 병원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병원 평판 및 종합 순위’에 따르면 선양허스는 2016~2018년 총 3년 연속 중국 둥베이(东北) 지역에서 유일하게 해당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민영 안과병원이다.

전문 병원인 것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높은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허스안과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18~2020년 허스안과의 매출은 각각 6억 1000만 위안(1186억 5110만 원), 7억 4600만 위안(1451억 446만 원), 8억 3800만 위안(1629억 9938만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차례로 5610만 위안(109억 1032만 원), 8060만 위안(156억 7508만 원), 1억 위안(194억 4800만 원)으로 순항 중이다.

[사진 arisawahosp.jp]

[사진 arisawahosp.jp]

안과 전문병원은 상업화하기 쉬운 민영 의료기권으로 여겨졌다. 우선 비교적 전문적이고 영상과 마취 등 다른 진료과 의존도가 낮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장비의 전문·정밀성이 높은 덕분에 진단이 명확하고, 시장이 크다는 장점을 보유했다.

게다가 허스안과의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면 수익성 역시 높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2018~2020년 허스안과는 42% 이상의 총이익률을 유지했으며, 그중 2020년 말 기준 총이익률은 43.43%로 나타났다.

다만, 지역 분포를 봤을 때 치우친 편이다. 대부분 수익원이 랴오닝성에서 나온다. ‘랴오닝성 안과 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특히 선양허스와 다롄허스(大连何氏) 두 곳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

허스안과가 공개한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중국 재정부 산하 선진제조산업투자기금이 지분 9.00%, 메이신(沒信)투자가 8.86%, 신숭로봇자동화(Siasun· 新松机器人)와 뉴소프트(Neusoft·东软控股)가 각각 6.62%, 이젠(医健)과학기술이 6.48%를 보유했다. 중앙국유기업빈곤퇴치기금, BGI(华大基因) 등도 지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당연하게도 ‘허씨 집안’이 최대주주로 버티고 있다. 허웨이가 25.6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형제인 허샹둥(何向东)인 15.37%의 지분을, 그의 부인인 푸리팡(付丽芳)이 6.48%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실질적인 회사 경영 및 소유권은 허씨 집안에 있는 셈이다.

[사진 허스안과 공식홈페이지]

[사진 허스안과 공식홈페이지]

허스안과가 ‘중국판 나스닥’ 아닌 촹예반 선택한 이유는?

허스안과가 중국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커촹반(科创板)이 아닌, 촹예반을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좋은 선례가 촹예반에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촹예반에 상장된 아이얼(爱儿)안과는 2021년 말 기준 1473억 7100만 위안(28조 6901억 8628만 원)이다. 이는 10년 사이 30배 정도 상승한 수준이다.

아이얼안과는 안과 분야는 물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민영 의료기관 가운데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주가수익률은 약 143배로, 아이얼안과는 민영 의료기관이 자본시장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가 되었다.

선전 촹예반이 상하이 커촹반보다 유동성이 좋고 연구개발 능력 기준이 높지 않다는 점도 허스안과가 촹예반 상장을 추진한 이유 중 하나다. 특히 등록제로 바뀐 뒤에 진입 문턱이 대폭 낮아져 민영병원들이 촹예반 상장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시나닷컴]

[사진 시나닷컴]

中 민영 안과, ‘자본의 힘’ 업고 성장세 가속 예상

대부분 업계 관계자가 허스안과를 포함한 다수의 민영 안과가 IPO 등을 통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하이퉁(海通)증권 관계자는 1000억 위안(19조 4460억 원) 규모의 안과 시장에서 특히 의료서비스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률이 빠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안과 산업 매출과 이익에서 50%를 의료, 나머지 50%를 기기와 약품이 나눠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먼저 상장한 아이얼안과와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허스안과의 상장 소식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많다. 중국의료건강투자 관계자는 상장 신청한 안과의료그룹 3곳(허스안과, 화샤안과, 푸루이안과)을 합쳐도 아이얼안과보다 규모가 작다고 짚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허스안과 등 후발 주자가 아이얼안과를 단시간 내 추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소리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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