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한발 물러나라" 반기 든 조남관…김오수 거취에 밝힌 소신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2022.03.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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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관 법무연수원장(57·사법연수원 24기)은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2인자, 대검 차장검사였다. 윤 당선인 대신 3번의 총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2020년 말, 윤 당선인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징계 청구로 2번의 직무정지를 당하고 결국 여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반발해 지난해 3월 사퇴했을 때였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차기 검찰총장 1순위 후보로도 꼽힌다. 그런 조 원장이 정치권에서 임기가 1년 남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를 압박한 것과 관련해선 “검찰의 정치 중립의 시금석이 총장의 임기 보장”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하며 사퇴를 압박할 당시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장관님이 한 발만 물러나 달라”고 촉구했을 때와 같이 “윤 당선인 공약처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가장 중요하다”란 소신을 밝힌 것이다.

秋에 ‘尹징계 철회 촉구’하며…"文검찰개혁 수포될 것" 경고

조남관 법무연수원장. 뉴스1

조남관 법무연수원장. 뉴스1

조 원장은 2020년 11월 30일 검찰 내부통신망 e프로스를 통해 추 장관에게 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 청구를 철회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글을 쓰기 불과 석달 전까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추 장관을 보좌했었다.

조 원장이 ‘장관님께 올리는 글’에서 경고한 내용은 대부분 현실이 됐다. “이번 조치가 그대로 진행하게 되면 검찰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적대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검찰개혁이 추동력을 상실한 채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리고, 수포로 돌아가 버리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당시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검사들은 총장님께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며 “총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무너진다면 검찰개혁의 꿈은 무산되고, 오히려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중대한 우(愚)를 범할 수 있다”고도 적었다.

조 원장은 윤 당선인 사퇴 이후 총장 대행으로 박범계 장관의 수사지휘에도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최종 불기소 처분하며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현 보직으로 좌천된 조 원장은 취임사에서 “권력 앞에 비굴하지 말고 당당하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을 일관되게 강조한 데 대해 “그간 내가 해왔던 게 ‘편 가르지 말자’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안 되는 이유도 지나친 진영화 탓이다. 윤 당선인은 현장(검찰)에 계실 때 공정을 자주 말씀하셨으니 그렇게 할 거로 믿는다”고 했다.

참여정부 靑 특별감찰반장…문 대통령이 믿고 쓴 검사

당초 조 원장은 현 여권이 중용하는 검사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호남(전북 남원) 출신에다가, 2006년 참여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근무한 경력이 있다.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던 시기와 겹친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선 봉하마을에 직접 조문을 갔다. 이명박 정부의 보복 수사 논란으로 검찰 안팎이 뒤숭숭했지만, 조 원장은 이를 의식하지 않고 검찰 내부 게시판에 소회를 썼다.

이 글엔 “유족 측과 참여정부 관계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 하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이뤄야 하기에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할까"라는 회한이 담겼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순천지청, 서울고검 등 비교적 한직을 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며 급부상했다. 2017년 6월 국정원 감찰실장→2018년 6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검사장 승진)→2019년 7월 서울동부지검장을 거쳐 2020년 1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추 장관을 보좌했다. 하지만 ‘추-윤 갈등’을 기점으로 여권과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4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가 표결을 거쳐 고른 4명 최종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자였지만 결국 박범계 장관의 제청 대상은 김오수 현 총장이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추천위 후보군 중 1명을 골라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조 원장은 추천위 투표에서 검찰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장점이 부각됐다고 한다.

총장 대행만 3차례… 尹 사퇴하며 "임기 다 못 채워 미안"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검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20.10.22 뉴스1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검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20.10.22 뉴스1

조 원장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세 차례나 수행했는데 모두 윤 당선인과 연관돼 있다. 2020년 11월 24일,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처음 직무정지를 명령했을 때 총장대행직을 수행하다 법원이 일주일 만에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복귀했다. 12월 16일엔 추 장관이 주도하는 징계위원회가 정직 2개월 처분을 결정하면서 두 번째 대행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정직 징계안을 재가한 그날, 조 원장 등 후배 검사들은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했고, 윤 총장을 위로하는 대화가 오고 갔다고 한다.

지난해 3월 4일엔 윤 당선인이 끝내 총장직에서 사퇴하며 세 번째 대행이 됐다. 윤 당선인은 다시 대행직을 맡게 된 조 원장에게 “검찰을 잘 부탁한다. 임기를 다 못 채워 미안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당시 검찰을 떠나면서 검찰 조직이 과도하게 정치화된 상황을 걱정해 “잘 중심을 잡아서 검찰 조직이 흔들리지 않게 이끌어 달라”는 당부도 했다고 한다. “공정한 검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현 정부가 친여 성향의 검사를 요직에 앉히고,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한 검사를 좌천시키는 등 ‘검찰 길들이기’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총장 시절 경험을 근거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 독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을 상대를 잡기 위한 칼로 쓰면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렸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신조로 생각하는 조 원장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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