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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직접 보완수사' 칼 가는 인수위 vs 민주 "취임전 검수완박" [尹검찰공약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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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시행 만 1년이 갓 지난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손질을 예고하면서 검찰·경찰 사이 물밑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검찰 힘 빼기에 전력을 다한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안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완수하겠다고 나서면서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尹검찰공약 갈등②] ‘檢 보완수사권’ 놓고 검·경 수사권 재조정

윤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 ▶송치 후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골자로 한 검·경 책임수사 체제를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월~2020년 1월 수적 우위로 입법을 강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형사소송법 등 개정)으로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했다. 경찰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이외에는 불송치 결정으로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나와 점심식사를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나와 점심식사를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대신 검사가 송치받은 사건의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거나 공소유지에 필요한 경우 경찰에 서면으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반드시 이에 응하도록 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은 이러한 현행 형사소송법의 큰 틀은 유지하되, 경찰이 검사에 송치한 사건에 보완수사가 필요한 경우 경찰에 다시 돌려보내지 않고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겠다는 취지다.

형사소송법상 보완수사요구는 ‘~할 수 있다’로 표현되는 임의조항이라 경우에 따라 경찰에 넘기지 않고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고 해석되지만, 시행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은 ‘특별히 직접 보완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59조 1항)고 못 박아 그런 가능성을 닫아 놨다.

대검은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업무보고에서 검찰의 수사권 범위를 확대하는 취지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대해 공감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의 모습. 뉴스1

대검은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업무보고에서 검찰의 수사권 범위를 확대하는 취지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대해 공감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의 모습. 뉴스1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을 검토하다 새 범죄 혐의를 인지한 경우엔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현행 검찰청법은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를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요범죄로 제한하면서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나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사건과 관련해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도 수사 개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의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범위를 좁게 설정하고 있고, ‘직접 관련성’의 기준도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일선에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러한 규정 때문에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하면서 관련 범죄를 인지하고도 직접 수사하지 못하고 하릴없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 처리가 늘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 결국 억울한 건 피해자뿐”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檢 관련 3대 공약... 박범계 vs 대검 엇갈린 입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윤석열 檢 관련 3대 공약... 박범계 vs 대검 엇갈린 입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윤 당선인은 이 같은 일선 현장의 고충을 고려해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검찰이 책임지고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령부터 고치겠다는 생각이다. 시행령 개정은 대통령의 권한이라 더불어민주당(172석)이 과반 의석을 점유한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손쉬운 방법이다. 인수위는 전날(24일) 대검 업무보고 뒤 “현재 범죄 수사를 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일부 수사 범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최지현 수석부대변인)고 밝혔다.

윤 당선인의 공약은 지난 1년 간 검사의 수사 범위를 혐의별·액수별로 쪼개놓은 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일선 지검·지청 형사부의 경우 경제범죄 고소사건 외엔 인지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 검·경 사이 사건 떠넘기기가 일상화한 데 대한 우려에서 비롯했다. 대검도 전날 인수위 업무보고 등을 통해 이 같은 우려에 공감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대검은 지난달 7일 배포한 ‘개정 형사제도 시행 1년 검찰 업무 분석’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 제한이 사건의 신속한 실체 규명이나 효율적 처리에 예상치 못한 장애가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있다. 뉴스1

검사의 수사권 위축의 반사 이익으로 숙원을 이룬 경찰은 인수위의 정책 결정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은 20년 넘는 세월의 숙의를 거쳐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이뤄졌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당선인의 공약은 검사가 송치 후 직접 수사하도록 개정한다는 것인데, 국민 편의 관점에서 법무부·검찰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도 전날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검·경 협의체를 통한 제도 개선 논의를 요구했다.

검·경 사이 갈등이 재현될 우려 외에도 새 원내대표(박홍근 의원)를 선출한 민주당이 윤 당선인 취임 전 ‘검수완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건 또 다른 변수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 원내대표가 공언한 대로 특별수사청을 신설해 수사권을 넘기고 검찰에 기소권만 남기는 입법이 실현되면 대통령령 개정을 통한 검찰 수사권 조정은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25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법사위를 즉각 소집해서 검찰 제도 개악 음모를 파헤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검찰 간부는 “정치권에서 검·경 수사권을 대국민 서비스로 인식하지 않고 권력 다툼으로 바라보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인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실제 수사실무를 모르는 사람들이 제도를 설계한 데다 ‘조국 사태’ 이후에는 검찰을 혼내기 위해 무리하게 권한을 빼앗은 면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형사사법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尹검찰공약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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