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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0돌 현대重, 이젠 '정기선 시대'…조선회사에서 기술기업으로

중앙일보

입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CES 2022'에서 그룹의 미래비전인 '퓨처 빌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CES 2022'에서 그룹의 미래비전인 '퓨처 빌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에 2022년은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 새로운 50년을 시작하는 해다.”(정기선 사장, CES 2022에서)
재계 8위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24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창립 반세기를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은 3세 경영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CES 2022서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CES 2022서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선박 제조업→기술기업 전환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2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기선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정 사장이 한국조선해양에서 사내이사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열린 한국조선해양 이사회에서 그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또 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도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정기선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정 사장이 명실상부 현대중공업그룹을 총괄하는 경영자로 떠오르는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으로 이어진 구조인데, 정 사장은 앞으로 지주사와 중간지주사를 모두 책임지고 경영한다.

정기선 사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중공업 창업주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아들이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준 이사장이 이끌었던 50년간 현대중공업은 조선·중공업 기업의 정체성이 명확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CES 2022' 현대중공업그룹 부스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자율주행 선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CES 2022' 현대중공업그룹 부스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자율주행 선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사장이 기수를 잡은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은 제조업 이미지를 벗어나 첨단 기술 중심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한다는 목표다. 정 사장은 “다가올 50년은 세계 최고의 ‘퓨처 빌더(future builder)’가 되겠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그가 사내이사로 취임하는 현대중공업지주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한다. 인간의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 인류의 꿈(Human Dreams)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사명 변경에 그룹의 차기 총수로 꼽히는 정 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것이 조선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그래픽 김영옥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그래픽 김영옥 기자

낮은 지분율, 노사화합이 숙제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을 3대 핵심 부문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핵심 부문을 선도할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정 사장의 과제다. 그가 차기 수장으로 신산업 구상을 처음 밝혔던 장소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 2022'였다. 여기서 그는 그룹의 미래 전략인 해양 모빌리티를 공개했다. 정 사장은 “자율운항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양 모빌리티가 우리의 새 미래”라고 말했다.

수소 사업도 그룹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5년까지 100메가와트(MW) 규모의 그린 수소생산플랜트를 구축하고, 세계 최초로 2만㎥급 수소운반선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현대중공업그룹을 기술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사진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현대중공업그룹을 기술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사진 현대중공업그룹]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도 그룹 신사업으로 꼽힌다. 2020년 5월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물적분할한 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액정표시장치(LCD)용 로봇을 제조한다. 정 사장은 2020년 그룹 내부에 미래위원회를 설립해 위원장을 맡아 20~30대 계열사 직원들과 함께 AI·로봇 분야 신사업을 구상했다.

3세 승계 시대가 열렸지만, 지분율만 놓고 보면 여전히 승계는 진행형이다.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이사장이다(26.6%). 정기선 사장의 지분율은 5.26%에 불과하다. 이동헌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분 승계 작업을 위해서는 자금 확보가 필요하지만, 정 사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많지 않아 정확한 승계 작업의 방향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신산업 드라이브를 통해 경영자로서 자격을 입증하고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요즘 재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 50주년 연혁. 그래픽 김영옥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50주년 연혁. 그래픽 김영옥 기자

이 밖에 주요 계열사(현대오일뱅크·현대삼호중공업·현대건설기계)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와 2014년부터 매년 파업하고 있는 노조와 갈등도 정 사장에게 직면한 숙제로 꼽힌다. 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 조합원으로 구성된 노조는 지난 15일 사측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노조원 반대로 부결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철강사·해운사 등 전후방 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스마트선박·자율주행선박·친환경선박 등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오픈형 조선·해운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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