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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비밀] 새 대통령은 어떤 패(牌)를 달 것인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81호 35면

한자의 비밀

한자의 비밀

대통령 당선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명패(名牌)를 갖게 됐다. 당선인은 지금의 청와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문패(門牌)를 달기를 원하는지 용산 지역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패(牌)를 내놓았다.

‘牌’(패)는 ‘片’(조각 편)이 의미부이고 ‘卑’(낮을 비)가 소리부이다. ‘片’은 왼쪽의 세로획은 나무줄기를, 오른쪽 위의 획은 나뭇가지를, 아래 획은 나무뿌리를 의미한다. 비(卑)는 일반적으로 밭 전(田)과 칠 복(攴)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밭(田)에서 이를 강제하는(攴) 모습을 그렸으며 이 때문에 ‘시키다’의 뜻이 나왔고,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의 의미로부터 지위가 ‘낮다’는 뜻이 생긴 것으로 풀이한다.

금문을 토대로 한 비(卑)에 대한 또 다른 견해는 비(卑)를 왼손(屮, 좌)과 單(홑 단)의 아랫부분처럼 뜰채 모양의 사냥도구로 구성됐다고 보고, 뜰채를 든 사람은 말 탄 사람보다 지위가 낮고 힘든 일을 하므로 비(卑)에 ‘낮음’과 일을 ‘시키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하는 것이다. 그러면 패(牌)는 뜰채처럼 생긴 것으로 적의 공격을 막는 방패(防牌)의 의미로 사용되다가 이후 나뭇조각으로 만든 표식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하영삼, 『뿌리한자』).

‘패거리’의 어원은 조선시대 ‘패(牌)’에서 유래한다. 원래 이 ‘패’는 ‘조선시대 관청에서 함께 번을 서는 한 무리의 조’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리하여 조선시대에 장용위에 속한 군사 50명을 거느리던 사람을 패두(牌頭)라고 했다. ‘패거리’라는 말은 ‘패(牌)’와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거리’가 결합된 파생어로 ‘패’를 낮추는 말이다. 한 집단 이익만을 추구하는 패거리는 깡패와 다를 바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깡패(-牌)는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나온다.

깡패에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깡패’라는 단어 앞에 ‘음색, 분위기’ 등과 같은 가치중립적인 단어가 오면서 ‘깡패’라는 단어도 긍정적 의미도 가지게 됐다. 음색이 독보적인 가수를 ‘음색 깡패’라고 하고, 음원 강자를 ‘음원 깡패’, 분위기가 아주 멋있는 사람을 ‘분위기 깡패’라고 한다.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 동안 분열과 대립을 지양하는 진정한 국민의 대통령으로 소임을 다해 임기 후 ‘공약 깡패’, ‘책임감 깡패’, ‘매력 깡패’ 등의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패(牌)를 달기를 기대한다.

이진숙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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