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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터널’ 벗어나려 안간힘, 온라인 홈트와도 연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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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호 24면

[스포츠 오디세이] 구진완 GOTO피트니스 대표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야금야금 파먹어 들어가고 있다. 모두가 고통 받고 있지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 스포츠시설이고 그 중에서도 ‘헬스장’이라고 불리는 피트니스센터다.

코로나 감염 및 전파의 위험지대로 지목된 피트니스센터는 영업 시간 단축과 영업 중단 등의 불이익을 감내해 왔다. 기존 회원은 떨어져 나가고 신규 회원은 모집이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다.

국내에서 가장 탄탄하게 운영되던 피트니스센터 플랫폼 ‘GOTO(고투)’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서울과 수도권 역세권을 중심으로 54개의 직영 매장을 갖고 있던 GOTO는 고정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매장 수를 줄이고 있다.

신용불량자 출신으로 맨바닥에서 시작해 GOTO피트니스를 일으킨 구진완 대표는 “소상공인과 대기업을 잇는 중간 고리가 중기업이다. 외식·여행·레저 등 각 분야에서 중기업이 성장해 비즈니스 생태계를 키워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신용불량자 출신으로 맨바닥에서 시작해 GOTO피트니스를 일으킨 구진완 대표는 “소상공인과 대기업을 잇는 중간 고리가 중기업이다. 외식·여행·레저 등 각 분야에서 중기업이 성장해 비즈니스 생태계를 키워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새마을휘트니스’라는 이름으로 2010년 문을 연 GOTO는 ▶월 2만원대 가격으로 전 매장 이용 가능 ▶전 직원 정규직 고용 ▶전 매장 직영 운영 등으로 업계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 왔다. 구진완 대표는 특유의 경영철학과 뚝심으로 2019년엔 252억원의 투자를 끌어오기도 했다.

GOTO 1호점인 서울 보라매점에서 구 대표를 만났다.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을 통과하며 많이 지쳤다는 그는 그래도 희망을 말하며, 코로나 세상에서 ‘생활 속 운동하기’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

직영점 54곳 중 15곳 팔거나 위탁

코로나 3년째인데 직격탄을 맞은 피트니스 업계는 어떤가요?
“일단 매출이 많이 일어나는 저녁 영업시간이 축소되다 보니 회원 유치에 굉장히 힘이 들었죠.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는 그대로인데 매출이 떨어지니 고스란히 적자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저희 회사는 정규직이 99%라 더 힘들었습니다.”
3년 동안 어느 정도 피해를 봤습니까?
“앞으로 벌어서 갚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 영업이 정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꼬박 10년 넘게 벌어야만 갚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할까요. 더 큰 손실은 회사 가치의 하락입니다. 코로나 이전 10년간 차근차근 성장하고 투자도 받아서 이 업계에서 1000억짜리 회사가 나오나 했는데….”
통째로 문을 닫은 적도 있었죠?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저희에겐 지옥 같은 시간이었죠. 사람 몸과 회사는 똑같습니다. 상처가 깊이 났는데 치료가 안 되다 보니 다른 쪽으로 계속 전이가 되는 겁니다. 영업 중단과 영업시간 축소가 반복되니 회복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죠.”
오너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가장 아팠습니다. 그래도 한 때 투자도 받고 상장도 준비하면서 소명의식을 갖고 일을 했는데 한순간에 어려움이 닥쳤잖아요. 저희는 54개 직영점이 있었는데 매각도 하고 위탁을 주기도 해서 지금은 39개 남았습니다.”
형제처럼 지내던 직원들과 헤어지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요.
“이젠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그들을 응원해주는 게 제 역할인데 도와줄 게 없다는 게 마음 아프죠. 오히려 그들이 저를 이해하고 도우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떠난 친구들은 이 업이 지겹다면서 잠깐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다시 돌아옵니다. 소규모 PT(퍼스널 트레이닝) 숍을 운영하는 친구들이 많죠.”
회사 규모가 있다 보니 소상공인에게 주는 지원금도 못 받았다면서요.
“모두가 만족할 만한 보상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소상공인이나 소규모로 센터를 운영하는 후배들은 손실만큼 보상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운영을 탄탄하게 하려고 54개 직영점을 하나로 뭉쳐놓다 보니 직원이 거의 500명 되는 중기업으로 분류돼 손실 보상금을 전혀 못 받았어요. 방역 지원비로 100만원을 받아도 50개 지점으로 나누면 2만원 밖에 안 되는 겁니다. 이런 사각지대가 나오는 거죠.”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직영점 체제, 전 직원 정규직 같은 선진 경영을 했는데 그게 족쇄가 됐네요.
“직영으로 운영했던 부분은 개인적 욕심일 수 있다고 봅니다. 최고의 헬스장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다만 노무 관계는 정규직을 안 쓰려면 편법을 쓸 수밖에 없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12년 전 창업할 때부터 정규직을 썼죠. 그 때문에 코로나 때 유연한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주위에선 ‘코로나 터졌을 때 구조조정을 바로 했어야 됐다’고 하는데 저는 ‘직원들을 다 지켜야 한다. 6개월 정도만 버티면 되겠지’ 생각했죠.”

구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그만두는 직원의 퇴직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퇴직금 미지급 액수가 커지면 구속돼서 실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구 대표는 “대표이사는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게 좀 무섭기도 합니다. 정규직 직원을 너무 많이 둔 게 커다란 짐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경영을 잘못한 게 맞지만 불가항력적인 상황도 있었잖아요. 손실 보상을 못 받는다면 고용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원만큼은 정부에서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에는 급여를 전혀 안 가져간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 전에 급여를 많이 줄여놨던 터라 몇 달 안 받아도 되겠지 싶었는데 이게 너무 오래 가는 겁니다(웃음). 사람들은 저한테 ‘많이 모아놓은 게 있겠지’ 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와이프가 사실상의 가장이 됐고, 주변에서 조금씩 도와주기도 합니다.”

가정 지키기 위해 꼭 회사 살릴 것

코로나가 사람들의 운동하는 방식을 많이 바꿔놨죠.
“코로나 이전 통계에 따르면 돈을 내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미국은 인구의 23%, 우리나라는 7%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수치가 막 올라가는 타이밍에 코로나가 온 겁니다.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이 수치는 계속 올라갈 겁니다. 규모가 큰 대중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과 비용을 좀 더 내더라도 덜 복잡한 공간을 찾는 쪽으로 나눠질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종목은?
“요가입니다. 요가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육체와 정신을 동시에 단련할 수 있으니까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는데 그분들에게 ‘정신과 가 보라’고 하기 전에 ‘요가를 해 보라’고 권합니다. 저도 최근까지 약을 먹을 정도로 우울증세가 심했는데 요가로 큰 효과를 봤습니다.”
운동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왜 선진국에서 월 20~30달러 선의 운동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고, 왜 미국 인구의 23%가 돈을 내고 운동을 할까요. 그들에게 운동은 보험 같은 겁니다. 큰 재정 부담 없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도구니까요. 저도 ‘헬스장을 끊고, 운동 시설과 가까이 계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중앙UCN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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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대표에게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물었다. 그의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저는 큰 회사 만들고 싶었고, 고객들한테 엄청난 걸 주고 싶었고, 주위 사람들 부자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지금은 그냥 가족이랑 같이 살고 싶어요. 주위 분들이 ‘소원이 뭐냐. 기적이 일어나는 것?’ 하고 묻는데 저는 ‘아내랑 딸아이랑 아침에 같이 밥 먹고 저녁에 다시 만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매일 차 안에서 기도합니다.”

“급성장하는 홈 트레이닝, 헬스장과 공존할 것”

코로나로 집에서 맨몸이나 간단한 도구를 이용하는 홈 트레이닝이 뜨고 있다. [중앙포토]

코로나로 집에서 맨몸이나 간단한 도구를 이용하는 홈 트레이닝이 뜨고 있다. [중앙포토]

코로나로 인해 피트니스센터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반대로 급성장한 쪽도 있다. ‘홈트’라고 불리는 홈 트레이닝 시장이다. 홈트는 집에서 맨몸이나 간단한 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하는 걸 말한다.

GOTO가 코로나 터널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도 2020년 인수한 홈트 전문기업 ‘건강한친구들’ 덕분이다. 이 업체는 요가·헬스·스트레칭 등 종목별로 강의 영상을 찍어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한다. 한마디로 ‘모바일 퍼스널 트레이닝(PT)’ 서비스다.

코로나로 집에서 맨몸이나 간단한 도구를 이용하는 홈 트레이닝이 뜨고 있다. [중앙포토]

코로나로 집에서 맨몸이나 간단한 도구를 이용하는 홈 트레이닝이 뜨고 있다. [중앙포토]

구진완 GOTO 대표는 “건강한친구들이 10배 넘게 성장했고 이를 통해 투자도 받을 수 있었다. 그 친구들이 GOTO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엔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직원 대상으로 복지 차원에서 화상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생겼다. 관련 제품의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구 대표는 “앞으로 홈트는 좀 더 전문적인 쪽으로 분화될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문제가 생긴 부분을 강화하거나 자가치료 하는 데 많이 쓰일 것 같다. 비싸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기구를 집에 들여놓기는 어려우니 홈트와 기존의 헬스장은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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