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심장'이지만, 1인당 GRPD 꼴찌…대구가 바꿔야할 것 [월간중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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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와 목민관 대화 | 김태일 장안대 총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말하는 '대구의 유혹'

“문화 역사 유산에 창조와 예술의 옷 입히다”


“대구는 과거가 원형대로 잘 보존된 관광, 레저의 보고(寶庫)”
“청라언덕, 근대문화골목, 김광석거리… 권력의 메카에 깃든 감성”
“윤석열 당선인과 손잡고 디지털 데이터 산업의 거점 도시 도약”
“‘5+1 미래신산업’ 등 첨단 친환경 경제로의 구조혁신 씨앗 뿌려”

3월 10일 대구시 북구 옛 경북도청 터에 자리한 대구시청 별관에서 만난 김태일(왼쪽) 장안대 총장과 권영진 대구시장.

3월 10일 대구시 북구 옛 경북도청 터에 자리한 대구시청 별관에서 만난 김태일(왼쪽) 장안대 총장과 권영진 대구시장.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제3의 도시 ‘대구’라는 두 글자에서 권력, 보수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해졌다.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철두철미한 권력의 산실로 자리해온 대구는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75.14%라는 전국 광역시·도 중 최다 득표율을 안겼다. 윤 후보가 대구에서 얻은 표는 85만에 달했다. 역대 대통령 중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에 정치적·정서적 기반을 뒀다. 보수 진영에게 대구시는 흔들리지 않는 이념적 교두보와 같은 그 무엇이다.

이런 대구에 늘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최하위’라는 타이틀이다. 30년 가까이 그래왔다. 누군가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 이후 대구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1993년 퇴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 이래 30년간 대구의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의미에서 이런 푸념이 지역사회 일각을 떠돌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오랜 세월 대구가 산업구조 혁신에 뒤처진 결과”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렇듯 ‘무형의 가치(보수의 심장 등 정치적 위상)’와 ‘유형의 가치(1인당 GRDP 등 경제적 위상)’가 불균형을 이루는 곳이 대구광역시다.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의 국력은 지난 반세기 동안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이런 양적 확장의 정서적·이념적 토대의 중심인 대구는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에 실패하면서 경제적으로 정체되거나 내리막으로 치달았다. 대구 시민들은 무형의 가치가 유형의 가치를 억누르는 모순적 상황에 노출된 건 아닐까?

‘구루와 목민관 대화’는 3월 10일 대구시 북구 산격동 소재 대구시청 별관 시장 접견실에서 개최됐다. 이날은 20대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이다. 권 시장은 개표 결과를 지켜보느라 밤을 꼬박 지새우다시피 했다. 대담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던 권 시장은 “잠을 한숨도 못 자서 힘들었다”면서도 “대구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만큼 대구시의 새로운 도약, 발전에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대담자로 나선 김태일 장안대 총장은 1994년부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21년 2월 정년 퇴임했다. 영남대 재직 당시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사회 현안에 해박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어려운 시절 함께한 대구에 애정 남달라”

이번 대선에서 대구 유권자들은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대구 시민들이 갖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클 것 같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_ 윤석열 당선인은 권 시장과의 좋은 인연도 있고, 대구 고검에서도 근무하는 등 우리 지역에 대한 이해가 남다른 측면이 있다고 본다. 수도권 일극화로 인해 지역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으로 지방을 살리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하는 여론이 많다. 시혜적으로 뭘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만 중앙 정부가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이 우리 지역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_ 10년 주기로 교체되던 정권이 이번엔 단임으로 끝나고 말았다. 현 정부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기편을 챙기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대구와 경북이 가지고 있던 고립감, 정권 교체의 여망 등이 전례 없는 높은 투표율과 지지율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을 통해 대구시에 일하기 편한 여건이 만들어지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등 고립무원의 처지에 있을 때 대구고검, 지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권영진 시장은 대구검찰청사를 방문한 윤 총장을 찾아 꽃다발을 선사하는 등 환대했다. 당시 윤 총장과 만난 권 시장은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총장의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말하며 힘을 보탠 바 있다. 또 당선이 확정된 이튿날인 11일 윤석열 당선인은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구 시민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와 뜨거운 지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권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내건 대구 관련 공약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별히 주목받을 분야가 있나?

권 시장_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가는 곳마다 대구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검사로의 첫걸음을 대구서 했고 자신이 어려운 시절(대구고검)을 보낸 대구에 대한 애정이랄까, 고마움이랄까 그런 정서가 인간적으로 있는 것 같다. 내가 만나본 바로는 남달랐다. 대구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역 관련 공약도 많이 내놓았다. 3월 4일 윤 후보가 달서구 두류공원을 찾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전날 밤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그에게 보냈다. 당시는 윤 후보가 한국경제의 디지털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약속하던 때였다. 저는 대구가 디지털 데이터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구를 대한민국 디지털 데이터 경제 허브로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예컨대 국가 데이터센터를 대구에 구축하고 데이터 경제가 대구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되도록 힘쓰겠다는 공약을 해달라고 했다. 그다음 날 두류공원을 찾은 윤 후보가 실제로 대구를 디지털 데이터의 도시, 대한민국 디지털 데이터 산업의 거점 도시로 만들겠다고 확약하더라.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으로 성장할 스타트업이 대구 청년들에 의해 만들어지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목청을 높인 것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 이행되면 대구가 오랫동안 공들여온 산업구조 혁신도 대구의 구상에 중앙정부의 지원을 얹는 방식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대구가 산업구조 혁신에 성공한 도시, 디지털 데이터 산업의 중심도시로 우뚝 서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김 총장_ 과거 권력의 메카이던 시절의 대구는 ‘문제가 생기면 청와대에 전화한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뭐든 중앙정부의 권력을 통해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대구가 발전하려면 중앙정부의 지원과 역할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먼저 내부 혁신 역량을 갖추는 게 전제가 돼야 한다. 권 시장 재임 8년 동안 분위기가 바뀌었다. 개방성과 포용성이 강화되면서 도시의 경쟁력도 함께 성장했다. 공공데이터 개방을 보자. 대구시가 가진 데이터를 더 많이, 더 신속하게 개방하라는 지역 전문가, 지식인들의 요청에 대구시는 흔쾌히 화답했고 실천에 옮겼다. 디지털 데이터 경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구시와 지역사회에 공유된 지 꽤 오래다. 지금은 액션플랜과 실행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1960~1970년대 대구는 산업화 전환의 세계 모델”

대구는 1인당 GRDP 꼴찌인 도시다. 오랜 침체와 무력감의 뿌리를 찾는다면?

권 시장_ 제가 8년 동안 대구시정을 하면서 늘 일깨우게 되는 것의 하나가 축적된 시간의 소중함이다. 소중한 것 중에서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없더라. 대부분의 한국 지방 도시가 산업구조 혁신에 실패했다. 대구만 하더라도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진 섬유 중심의 전통 산업, 경북은 구미의 전자 산업, 포항의 제철산업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세상은 1차,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혁명 시대를 거쳐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달려왔다. 3차 산업혁명 당시 지식기반산업이라 해서 정보통신으로 산업의 축이 이동할 때 대구는 역으로 ‘밀라노프로젝트(섬유산업 육성 정책)’라는 전통 산업 기반을 끌어안으면서 산업구조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기존 구조로는 부가가치 창출도, 청년 일자리 조성도 어렵다. 대구에 미래 신산업, 첨단산업으로 나아가는 산업 구조의 대전환이 절실한 이유다. 그 대전환의 시작이 길게 보면 10년, 짧게 보면 6~7년 동안 이루어진 ‘5+1 미래신산업’ 구조 혁신이다. 여기에 더해 4차 산업혁명 시대,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낳은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하는 디지털 데이터 경제로의 산업구조 전환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자 우리가 도전해야 할 꿈이다. 그래야 대구에 미래가 깃든다. 대구의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한민국 산업구조 혁신에 성공한 첫 번째 도시가 된다고 답하겠다.

김 총장_ 1960~1970년대만 해도 대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였다. 개발도상국의 도시화 과정을 연구하는 민간단체인 국제개발학회(SID, Societ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가 50여 년 전 펴낸 영문 보고서 ‘A City in Transition-Ur banization in Taegu Korea’에 따르면 대구는 산업화, 도시화, 인구집중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농업 중심 도시에서 공업화, 산업화 도시로의 전환 모델로 대구는 세계적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지금은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다. 1960년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보다 더 폭넓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시 면모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놓고 대구의 지식사회는 머리를 맞댔다. ‘5+1 미래신산업’, 디지털 데이터 산업 경제와 같은 모멘텀을 만들어 산업구조 혁신과 전환을 꾀하는 쪽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권 시장도 아쉬워했지만, 대구는 1990년대 정보통신 혁명 시기에 기술 고도화를 통한 새로운 신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했는데 오히려 대량생산 체제의 제조업을 더 강화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실기한 아쉬움은 있지만 어쨌든 2000년대 들어 산업구조 전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권 시장이 이를 아주 강력하게 추진함으로써 대전환의 동력이하나둘씩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다행이다.

“생태도시, 스마트도시 등 새로운 공간 디자인 설계”

대구 여행 명소로 자리 잡은 청라언덕으로 가는 90계단길.

대구 여행 명소로 자리 잡은 청라언덕으로 가는 90계단길.

권 시장_ 앞서 언급됐지만 1인당 GRDP가 꼴찌라고 해서 대구가 그렇게 가난한가. 그건 아니다. 대구가 현재 자족적인 산업도시로의 기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대구 시민들의 소득이 대구 안에서만 얻어지는 게 아니다. 구미, 경산, 영천, 포항 등 경북 시·군의 중견기업에서 일하면서 거주지는 대구에 두는 시민들이 많다. 구미에 일자리를 두고 대구에 사는 시민이 창출하는 1인당 GRDP는 경북에 산입되지만 그분들의 소득은 대구로 들어온다. 대구의 경제력은 생각만큼 취약하지 않다. 다만 산업구조 혁신에 뒤처지면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구와 경북 모두의 산업구조 전환이 절실한 이유다. 이제 대구는 첨단 친환경 산업으로의 구조혁신의 씨앗은 뿌려졌고, 줄기가 자라고 있다. 이 분야 생산액이 3조원 안팎이라 대구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자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앞으로 10년 정도 더 육성하면 이 신산업이 대구의 주력산업으로 우뚝 설 것이다. 이때는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고 1인당 GRDP도 전국 최하위에서 벗어날 것이다.

김 총장_ 산업구조 혁신이라는 과제도 그렇다.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인내를 갖고 지켜봐주는 시민이 있기에 혁신행정도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금은 조금씩 쌓여갈 뿐이지만 어느 순간에는 비약하는 순간이 온다. 대구시의 산업구조 혁신도 그렇게 성공하리라는 게 시민들의 염원이다.

‘5+1 미래신산업’의 경쟁력을 설명한다면?

권 시장_ 과거 수십 년 동안 대구 경제는 섬유와 기계, 자동차부품이 이끌어왔다. 김 총장이 얘기했듯이 1960~1980년대까지 국가 산업의 선봉에 있던 대구 전통산업은 1990년대 이후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8년 전 제가 취임할 당시 대구는 섬유·기계·전자·자동차부품·금속 등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저는 도시 경제 체질을 바꿀 새로운 판을 계획하지 않고는 더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먼저 대구의 환경, 산업인프라, 전후방 연관 산업을 분석했고 대구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유망한 분야를 탐색했다. 그 대안으로 ‘로봇’, ‘물’, ‘미래형 자동차’, ‘의료’, ‘에너지’라는 5대 신산업을 설정했고, 여기에 스마트시티를 더해 ‘5+1 미래신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쪽으로 큰 가닥을 잡았다. 더불어 2015년부터는 전국 최초로 ‘대구 전체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테스트베드로 내놓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테스트베드 전략이 신산업 혁신을 촉진하는 구조다. 국가 물산업클러스터(2019년 조성), 국가로봇테스트필드(2021년 유치) 등 국가 대표급 신산업 테스트베드를 유치하고 기업과 인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 대구의 경제산업 지도는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대구는 로봇생태계 전 주기를 갖춘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퍼스트무버로 자리 잡았고, 수출 1조원대의 국내 최대 물산업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미래차 분야 핵심인 모터와 배터리산업 중심도시이자, 100㎞ 규모의 전국 최고 타운형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갖춘 도시의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또 대구는 전국 1위 수출액 증가율을 자랑하는 의료산업 선도도시이자 에너지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가스총회 개최를 앞둔 국가 인증 대한민국 1호 스마트시티이기도 하다.

김 총장_ 전체적으로 보면 대구가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잘 선택했다고 본다. 물 산업, 로봇 산업 같은 경우 발 빠르게 대처해 미래 어젠다를 이끌어가고 있다. 전기자동차 이런 문제도 다른 도시들이 시작하기 전에 대구가 굉장히 선도적으로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국내 다른 도시들과 경쟁하는 업종도 많다. 선도자로서의 이점을 살리고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등 산업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대구는 공간 측면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구 동구 대구공항 이전 부지 활용, 서대구 지역 활성화, 군위지역 대구 편입 등 대구시가 생겨난 이후로 가장 큰 공간 혁신,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생태도시, 스마트도시 등 미래 새 도시에 걸맞은 공간 디자인과 설계가 필요하다.

“행정통합은 공항·항만 갖춘 초광역 경제권 초석”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조감도. 신공항이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고 대구시는 말한다. / 사진:연합뉴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조감도. 신공항이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고 대구시는 말한다. / 사진:연합뉴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전제 조건인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군위군이 신공항 관련 업무를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선거 준비에도 차질과 혼란이 불가피해 보이기도 한다.

권 시장_ 군위군의 대구 편입은 군위 군민들이 통합 신공항을 받아준 선결 조건이자, 대구와 경북의 주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한 사안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던 ‘군위군 편입 법률안’이 특정 지역 국회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통합신공항 건설은 시·도민의 한결같은 여망이자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과제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현안이다. 4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

김 총장_ 저도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통합신공항 건설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오랫동안 숙의하고 시민들이 스스로 주인이 돼서 결정한 사업이다. 또 대구와 경북에 공히 새로운 기회를 주는 현안이라 특정 정치인이 어떤 이유으로도 가로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열심히 뛰고 있고 지역 여론도 뒷받침해주고 있어 다음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리라 생각한다.

통합신공항도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구·경북 메가시티 건설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어젠다는 대구와 경북이 합쳐 규모의 경제를 이루라는 지역민들의 여망을 반영하는 것인가?

김 총장_ 대구, 경북은 행정통합과 관련해 시·도민의 뜻을 물어보고 통합에 따르는 문제점을 알아보고자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를 만들었고 제가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전체적으로 통합이 필요하지만 고려돼야 할 대목이 있어 시간을 두고 검토하자는 잠정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은 지방자치법에 기초해 대구와 경북이 참여하는 특별자치단체를 만드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것으로 안다.

권 시장_ 궁극적으로는 대구와 경북이 하나로 다시 통합해야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국제도시 간 경쟁에서도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합은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다만 대구는 대구대로 대구의 재정이 경북으로 유출되는 건 아닌지, 경북은 경북대로 대구시라는 거대 도시에 다 빨려드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시선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자면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지역에서도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인프라 구축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행정통합을 지향하되 당장은 현행법 테두리에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특별자치단체를 만들어서 협력하는 길을 찾고 있다.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의 대도시권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자면 역사·경제·문화 공동체로 뿌리를 같이해온 대구·경북이 일체화돼야 한다. 상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궁극적으로 대구·경북은 세계적인 공항과 항만을 갖춘 인구 550만 명, 실질 GRDP 300조의 초광역 경제권으로 거듭날 것이다.

“대구가 가진 보수성은 상상력의 원천”

대구의 밤은 아름답다. 남산서울타워처럼 서 있는 타워가 달서구 두류동 이월드 83타워다. / 사진:연합뉴스

대구의 밤은 아름답다. 남산서울타워처럼 서 있는 타워가 달서구 두류동 이월드 83타워다. / 사진:연합뉴스

김 총장_ 저는 평소 통합이 진보라는 얘기를 했다. 통합을 통해 혁신 역량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를 키우면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재량권과 재원을 획득할 수 있다. 또 우리 내부의 다양성이 커짐으로써 내부의 역동성이 증가한다. 더 많이 모이면 다른 것들이 나타나고 그게 새로운 융합·창조의 메커니즘으로 이어진다. 대구·경북은 행정통합이라는 담대하고 선도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특별자치단체를 통한 협력의 틀을 만드는 것도 이런 실험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혁신 역량을 강화하자면 다양한 자본과 사람이 몰려야 한다. 기업 유치를 위한 대구시의 차별화된 전략이 궁금하다.

김 총장_ 기업이 입지 조건을 검토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요인이 뭘까? 세제 혜택, 저렴한 부지 제공과 같은 인센티브도 고려 요인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활동을 뒷받침할 인재 양성 시스템이다. 2019년 SK하이닉스의 경북 구미 유치가 무산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인력 수급 문제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대구시는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해 전국 최초로 지역기업 수요 맞춤형 교육 시스템인 ‘대경혁신인재양성프로젝트(HuStar)’를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2년 과정 혁신대학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8개월 과정 혁신아카데미를 운용 중이다. 일명 ‘휴스타프로젝트’라고도 불리는 이 사업은 국내외 스타트업 유치의 엔진 역할을 하리라 본다.

권 시장_ 기업 유치의 또 다른 중요한 지렛대는 공항이다. 초연결 산업 시대에 항공 물류 기능을 하는 공항의 유무는 도시 경쟁력의 사활을 결정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미주·유럽까지 장거리 취항이 가능한 길이 3200m 이상의 활주로를 갖출 예정이다. 연간 화물 26만t, 승객 1000만 명을 소화하고, 53조원 상당의 경제효과를 낳게 된다.

도시의 매력도 상상력, 창의력을 자극하는 재미에서 나오지 않을까? 대구는 이런 점에서 어떤 매력을 줄 수 있을까?

권 시장_ 사람들은 보통 대구를 일러 보수적이라고 얘기한다. 저는 대구를 ‘창의적인’ 보수 도시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거부하고 외부와 담을 쌓는 그런 도시가 아닌 전통과 옛것을 잘 이어가고 보존하는 토대 위에서 창의적 변화를 모색하는 고장이다. 한국의 도시 발전 과정을 보면 근대로 넘어오면서 과거를 다 허물고 새롭게 단장하는 게 일반적 패턴이었다. 대구는 놀랍게도 과거가 원형대로 잘 보존된 공간을 숱하게 간직하고 있다. 전통의 문화·역사 유산에 창조적 예술의 옷을 입힌 결과 근대문화골목, 김광석거리가 탄생했다. 구한말 개화기 대구를 찾은 선교사들이 거주하던 작은 언덕은 온통 푸른 담쟁이로 뒤덮였다 해서 청라(靑蘿)언덕이라고 불렸다. 이 청라언덕부터 3·1운동 만세길(90계단길), 이상화 고택, 영남 최초의 서양식 서당인 계산성당 등으로 이어지는 근대문화골목은 누구나가 가보고 싶어 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수제화 골목, 오토바이 골목 등 대구는 ‘길의 도시’라 할 정도로 다양한 특성과 역사를 간직한 거리가 곳곳에서 살아 숨 쉰다. 팔공산 자락의 ‘왕건길’은 후백제 군사들에게 쫓기던 고려 왕건의 숨 가쁜 발자취를 간직하고 있으며, 인근 고을 명칭에는 당시의 절절한 스토리를 머금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왕건을 구해낸 지혜가 뛰어났다고 해서 지묘동, 왕건이 겨우 위험을 피했다며 찌푸린 얼굴을 풀었다는 해안동, 중천에 달이 떠 길을 밝혔다는 반야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는 안심 등등 도시의 명칭도 유서가 깊다. 그런 점에서 대구가 가진 보수성은 상상력과 즐거움의 원천이자 대구의 매력이 되고 있다.

“여성,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 편한 도시”

김태일(왼쪽) 장안대 총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은 ‘로봇’ ‘물’, ‘미래형 자동차’ ‘의료’, ‘에너지’ 관련 산업을 대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김태일(왼쪽) 장안대 총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은 ‘로봇’ ‘물’, ‘미래형 자동차’ ‘의료’, ‘에너지’ 관련 산업을 대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김 총장_ 대한민국 국민 중에 대구가 음악의 도시라는 점을 아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대구는 2017년에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대구가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과 국제 오페라 페스티벌을 15년 이상 계속 개최해온 문화 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에 가능했다. 지역사회의 오페라 뮤지컬은 양질의 수준을 갖추고 일정한 경지에 올랐는데도 대중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대구의 오페라, 뮤지컬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여건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 대구가 가진 자산을 좀 더 대중화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오페라, 뮤지컬은 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우뚝 설 것이다.

권 시장_ 개방적이고 쾌적하고 즐거운 도시, 살기 좋은 도시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곳에 기업이 들어선다. 대구의 생활 인프라의 재발견을 권하고 싶다. 인구 10만 명당 의료 인력이 서울 다음 가장 많다. 상급종합병원 5개, 의과대학 5개를 갖춘 대구의 의료 환경도 괜찮은 편이다. 김 총장이 언급했지만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 국제 오페라 페스티벌, 국제 재즈 축제도 열린다. 또 대구는 미술 도시, 시각 예술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2023년 말에는 민족문화유산의 보고 간송미술관의 유일한 상설 전시장인 대구 간송미술관이 개관한다. 대구를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가 될 대구 간송미술관은 인접한 대구미술관과 연계한 시각예술클러스터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꽤 괜찮은 정주 여건을 갖추 도시가 바로 대구다. 시장으로서 교육, 문화예술, 의료, 생태, 자연환경을 늘 개선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애쓰고 있다.

김 총장_ 대구 시정(市政)도 변화와 개방의 바람을 타고 있더라. 당장 대구시 대변인이 여성이고, 인사과장에는 30대 여성 공무원을 발탁했다. 대구시는 대구여성가족재단과 함께 전국 처음으로 여성 안전을 테마로 하는 ‘여성 안전플랫폼 공간’을 개설했다. 코로나19팬데믹 와중에도 대구시와 지역사회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여러 가지 보호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해 호평을 받는 등 여성과 외국인이 더 편한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 돌봄 정책과 사회적 경제 지원 시스템이 가장 활성화한 곳도 대구라고 자부한다. 이런 대구의 속살을 보면 대구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시라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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