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尹과 세금완화 경쟁도 반대도 어렵다"…민주당의 '부동산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발언하고 있다. 윤 위원장 우측은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 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발언하고 있다. 윤 위원장 우측은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 뉴스1

6·1 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집값 폭등이 대선 패배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면서 부동산세 완화 카드를 꺼냈지만, 윤석열 당선인 측의 초고강도 세제 완화 정책을 뛰어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당선인 측의 정책에 반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면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려면 부동산 세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며 “의견을 수렴해 초안이 마련되면 바로 의원총회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철학이 워낙 확고했지만, 이제 당도 제 살길을 찾아야할 때가 됐다”며 지난 대선 때보다 강화된 세제 완화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선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현행 부과 기준인 공시가 11억원(상위 2%)을 ‘상위 1%’(약 17억 5000만원 선)로 상향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 대선 때 우상호 총괄본부장과 윤후덕 정책본부장 등의 반대로 좌초됐던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전면 폐지 구상 카드도 다시 거론됐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당내에선 여론의 주목도는 물론 세제 완화의 수준에서도 민주당이 당선인 측의 정책을 앞서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소위 '집토끼'들을 감안하면 당선인의 세제 완화 수준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세금 완화 이슈에서 윤 당선인에게 계속 끌려가는 모습이 반복될 경우 세금 완화의 공을 당선인이 모두 가져가게 될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당의 정책라인 관계자도 “윤 당선인의 공약은 받을 건 받아야 한다”면서도 “윤 당선인은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 완화까지 고려하지만, 우리는 ‘반(反) 다주택자’라는 전선은 유지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윤 당선인은 민주당이 부동산세 관련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매번 더 높은 수준의 완화안으로 대응해왔다. 민주당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의 '1년 유예'를 발표한 데 대해, 윤 당선인 측이 유예 기간을 두배로 늘린 '2년 유예안'을 발표하는 식이다.

그나마 지난 23일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해 2021년 기준으로 재산세를 전면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은 민주당의 긴급한 요청에 따라 윤 당선인이 발표했던 공약 수준으로 완화 수준을 높인 결과라고 한다. 민주당은 연말까지만 해도 공시가격 11억원 이하 1주택자에 한해서만 재산세를 동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 정책라인 관계자는 “기존의 안을 고수해 발표했다면 윤 당선인의 높은 수위의 공약과 대비되면서 세제 혜택을 주고도 여론이 오히려 안 좋아질 상황이었다”며 “결국 발표 직전인 지난주 당이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해 급선회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 지난 1월 23일 부동산 대선 공약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 지난 1월 23일 부동산 대선 공약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부동산 민심을 확인한 수도권 의원들은 “서울시장 선거를 생각하면 민주당이 세금 완화를 주도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발목을 잡는 식으로 보여져선 절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세금 완화 정책에 대한 강경파들의 반발을 변수로 꼽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가 이날 새 원내수석부대표에 부동산 세금 완화를 강하게 반대해온 진성준 의원을 임명하자, 당 일각에선 "강경 노선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중요한 입장 정리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그 중 하나가 부동산 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