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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이번엔 ‘880억 성과급’ 싸움…김범수vs임지훈 진실게임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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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성과급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중앙포토]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성과급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중앙포토]

무슨 일이야

800억원대 성과급 미지급’을 두고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와 카카오 간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임 전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카카오벤처스(카카오의 스타트업 투자 전문 자회사)를 상대로 ‘카카오벤처스 대표 시절 벌었던 최고 887억원, 최저 794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청구 금액은 5억원으로, 정확한 액수는 향후 소송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임지훈은 누구?

2015년 9월 취임한 카카오의 네 번째 대표다. 취임 당시 35세의 젊은 리더로 주목받았다. NHN(현 네이버),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으로 있던 그를 김범수 창업자가 2012년 카카오벤처스(당시 케이큐브벤처스)의 초대 대표로 영입했다. 임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에서 115억원 6000만원으로 1호 사모펀드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펀드’를 조성했다. 이중 50억은 카카오가 투자사로 참여해 출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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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야

케이큐브1호 펀드는 10년 만인 지난해 12월 27일 100배 넘는 수익을 기록하며 1조원대에 청산됐다. 수익률의 주역은 2013년 케이큐브1호 펀드가 2억원에 인수한 두나무(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상환우선주 1000주.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급증하며 2억원은 청산가치 2조원 넘게 뛰었다. 두나무 투자로만 수익률 1만배를 기록했다.

유례없는 수익률 덕에 임 전 대표의 성과급도 급증했다. 그가 2015년 1월 카카오벤처스와 체결한 성공보수 계약(약정)에 따르면, 임 전 대표는 펀드 청산 시 출자사들이 카카오벤처스에 줄 성과급(우선 귀속분)의 70%를 받게 돼 있었다. 같은해 12월 이 계약은 ‘70%였던 우선 귀속분을 44%로 낮추되, 근무 기간 상관없이 성과급 전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그 사이 임 전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발탁돼 자리를 옮겼다.

임지훈 주장은?

케이큐브1호가 청산됐으니 성과급을 받아야 하는데, 카카오벤처스가 올해 초 돌연 ‘지급이 어렵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한다. 임 전 대표측은 25일 팩플팀에 “상대와 협의 시도를 했지만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3일 카카오벤처스가 임 전 대표에게 이메일로 ‘지급될 성과 보수는 현금 29억7000만원, 현물 두나무 주식 12만1106주이며 이에 대한 원천징수세 마련을 위해 두나무 주식을 주당 50만원에 처분했다’며 630억원대 성과급 지분 계획을 보내왔는데, 올해 초 말이 달라졌다는 것.

카카오 주장은?

“성과급 계약 당시 카카오벤처스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점이 발견되어 지급을 미룬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법상 펀드 운용에 따른 성공보수 계약을 변경하려면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카카오는 “제반 절차의 흠결을 (펀드) 결산시의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이 모두 지적했고, 이에 따라 지급 보류를 통보한 것”이며 “향후 법원 재판에서 성과급 지급 유무와 범위가 결정되면 이에 따라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카카오벤처스에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진실공방 핵심은

최근 의장직에서 사임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출석 당시. 임현동 기자

최근 의장직에서 사임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출석 당시. 임현동 기자

핵심은 ‘임지훈 성과급을 임지훈이 승인했나’, ‘김범수가 승인했나’다.

 이사회·주총 없이 승인? : 성공보수 계약의 조건이 바뀐 2015년 12월은 임 전 대표가 카카오 대표로 취임한 지 4개월째다. 당시 카카오벤처스 신임 대표인 유모씨가 내부 이사회나 주총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계약을 수정했다면 상법 위반이다. 그런데 카카오벤처스의 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카카오가 유일하다. 당시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자회사의 계약 수정안을 승인했다면 그가 ‘주주 카카오’를 대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임지훈 셀프 승인? : 다만, 이런 과정을 통했다면 수혜 당사자인 임 전 대표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약 조건을 승인한 모양새가 된다. 카카오가 ‘절차상 하자’를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차앤권 법률사무소 차상진 변호사는 “임 전 대표가 (수정안 승인 당시) 카카오의 대리인이었다고 해도 정당한 위임 절차가 있었느냐, 즉 카카오가 맡긴 업무 범위에 해당하는가가 먼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임 전 대표 자신이 받을 미래의 성공보수를 카카오 대표 지위를 이용해 확보했다면 모양새는 좀 이상하지만, 계약서가 존재하는 한 카카오가 임 전 대표에게 성공보수를 주지 않을 근거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범수가 승인? : 임지훈 전 대표는 김범수 창업자도 소송 대상에 포함시켰다. 당시 계약 수정에 김범수 당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승인이 있었는지도 공방의 핵심이 될 전망.

이게 왜 중요해

 “또 카카오” : 남궁훈 신임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 주가 15만원, 신원근 신임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가 카카오페이 주가 20만원 전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공언하는 등 대내외적인 신뢰 회복에 나선 와중에 경영진 리스크가 또 터졌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페이발 ‘경영진 먹튀 논란’과 자회사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등 잇단 홍역을 치렀다.

“퇴사해도 성과 보상?” : 벤처투자 업계에서도 성공보수는 심사역들의 주요 관심사다. 펀드를 책임지고 운용하는 대표 심사역이 아니고서는, 중간에 퇴사한 심사역에게 펀드 청산 시 성공보수를 주지는 않는다. 다만, 확약서나 계약서 등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유의미한 판례가 나왔다. 크래프톤에 2009년 투자를 주도했다가 퇴사한 심사역이 2018년 성공보수 지급 건으로 전 직장인 벤처캐피탈(케이넷)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성공보수 지급 기준에 대한 양측의 공방 끝에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심사역이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때 승소의 핵심 근거는 퇴사 후에도 성공보수를 지급하기로 한 확약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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