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꿈이죠. 파이어족. 경제적 자립을 통한 조기 은퇴를 뜻하는 말인데요.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38살에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래도 될 만한 경제적 자유(약 30억원!!)를 얻었기 때문이죠. ‘입사 첫날부터 퇴사가 꿈이었다’고 하니 정말 꿈을 이룬 건데요.
『할 수 있다! 퀀트 투자』, 『거인의 포트폴리오』의 저자 강환국 작가입니다. 14만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의 운영자이기도 하죠. 그의 투자 전략을 요약하면 철저한 자산 배분과 퀀트 투자입니다. ‘너를 믿지 말고 숫자를 믿으라’는 겁니다.
기자와는 개인적인 인연도 있는데요. 2014년 독일 장수기업을 취재할 때 코트라 과장으로 큰 도움을 줬죠. 장수기업을 취재할 게 아니라 당시 과장님을 취재했어야 했는데…. 아무튼 8년 만에 한 사람은 변하지 않은 채로, 한 사람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만났습니다.
- 회사를 나왔으니 아무래도 삶이 많이 달라졌겠죠?
- 계산해보니 퇴사한 지 6개월 정도 됐더라고요. 유튜브 촬영, 집필(올해 두 권의 책을 더 출간할 계획), 강연 등으로 바쁘게 지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매우 좋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데 수입은 더 많아졌거든요. 늦잠 역시 엄청난 장점이죠. (웃음)
- 올해 시장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요. 좀 괜찮아질까요?
- 사실 퀀트 투자의 장점이 바로 경기 예측이란 걸 할 필요가 없다는 건데요. 2019년 말에 아무도 코로나를 예상하지 못했잖아요. 석 달 전까지 우크라이나가 레이더에 없었던 것도 그렇고요. 앞으로 어떨지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어요.
- 자산 배분을 주제로 책을 내셨어요. 왜 중요한가요?
- 잃지 않는 투자가 많이 버는 투자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버핏의 투자 룰도 첫 번째가 ‘돈을 잃지 말라’는 건데요. 손실을 최소화하면 결국은 수익은 쌓이게 됩니다. 자산 배분을 잘하면 적어도 잘 벌다가 한 번에 50%씩 손실을 보고 나가떨어지는 지는 일은 피할 수 있죠.
- 기본은 손실 최소화라는 거군요?
-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소위 본전을 찾는 게 불가능합니다.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변동성을 낮춰야 하는데요. 화끈하게 먹고, 화끈하게 잃는 것보다 조금 먹고, 조금 깨지는 투자가 장기적으로 훨씬 이롭다는 점부터 이해하라는 거죠.
- 그래서인지 책에서나 방송에서나 내내 강조하는 게 최대 낙폭(MDD, Maximum Drawdown) 개념인데요.
- 우스갯소리로 최고점에 사서 최저점에 판다고 하잖아요? 바로 그때 발생하는 손실(최저점/최고점-1)을 말합니다. 예컨대 1990년대 코스피의 최고점은 1994년 1145.66포인트, 최저점은 1998년 277.37포인트였습니다. 최고점에 사서 최저점에 판 사람은 75.79%의 손실을 봤겠죠. 저는 MDD 20%가 상한선이라고 봐요. 그 이상 손실이 나면 대부분 실수를 하게 되죠.
- MDD를 20% 이하로 유지하면서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방법을 찾으면 되겠군요.
- 그래서 자산 배분이 필요하죠. 크게 정적 자산 배분과 동적 자산 배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정적 자산 배분은 주식, 채권, 실물 자산에 배분할 비중을 정한 뒤 1년에 한 번 정도 그 비중을 재조정하는 방식(영구 포트폴리오)입니다. 예컨대 자산을 4등분해 놓고 1년 뒤 틀어진 비중을 다시 25%로 맞추는 거죠. 흔히 말하는 분산 투자죠.
- 동적 자산 배분은 좀 더 자주 사고파는 건가요?
- 그렇죠. 최근 수익이 높았던 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수익이 안 높았던 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건데요. 모든 자산이 다 안 좋을 땐 아예 쉬어 가고요. 사고파는 타이밍을 가격(모멘텀)에 따라잡을 수도 있고, 계절성이나 경제지표를 보고 할 수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핵심은 모멘텀 전략이겠죠.
- 모멘텀 전략도 방법이 많겠군요.
- 예컨대 한국과 미국 지수중 최근 12개월간 수익률이 더 높은 지수에 투자하는 상대 모멘텀 전략(월 1회 리밸런싱)인데요. 너무 쉽잖아요. 그런데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방식을 썼을 때 연 복리 수익률이 얼마인지 아세요? 16.2%입니다. 물론 이 전략은 MDD가 너무 높습니다. 그래서 하락장에선 아예 주식 투자를 피하는 절대 모멘텀 전략을 섞어 쓰는(듀얼 모멘텀) 거죠.
- 본인의 투자 전략은 어떤가요?
- 일단 주식, 금, 채권, 현금에 4등분하는 영구 포트폴리오가 3분의 1 정도죠. 보통 6개월에 한 번씩 조절하는데요. 이중 현금은 시장 상황이 좋을 때만 나스닥 중심으로 투자합니다.
- 나머지 3분의 2는요?
- 미국 주식과 선진국 주식, 미국 채권의 12개월 수익률을 비교해 비중을 조절하는 듀얼 모멘텀 전략이 절반인데요. 미국과 선진국 중 많이 오른 걸 사지만 둘 다 안 좋을 땐 곧바로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는 거죠. 나머지 절반은 조금 더 복잡하게 1, 3, 6, 12개월 수익률로 모멘텀 스코어를 계산해서 공격형 자산과 안전자산을 리밸런싱하는 방법을 씁니다.
- 이런 형태의 자산 배분은 아무래도 ETF가 핵심일 텐데요. 좋은 ETF를 고르는 방법이 있을까요?
- 지수에 연동된 ETF는 대부분 비슷하니까 딱히 선별이랄 게 없지만, 기왕이면 자산 규모가 크고(거래량이 많은), 수수료가 싼 ETF를 택하는 게 좋죠.
- 종목 투자는 아예 안 하세요?
- 당연히 하죠. 다만 대부분의 종목 투자는 MDD가 50% 이상입니다. 아까 투자의 기본이라 말씀드린 손실 최소화가 안 되는 거죠. 종목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자산 배분을 먼저 하고 주식 비중의 일부를 특정 종목에 투자하라는 뜻입니다. 물론 종목을 고를 땐 철저히 숫자에 기반을 둬야 하고요.
- 자연스럽게 퀀트 투자 얘기로 넘어가는데요. 워낙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 오해가 있지만 사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어요. 요리를 아예 못하는 사람한테 김치찌개를 끓여오라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요리가 탄생하겠지만 물 얼마, 김치는 얼마나, 간은 어떻게 레시피를 대략 알려주면 그럭저럭 비슷하게 만들어 내죠.
- 백종원 레시피처럼 딱 확실한 답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
- 재료는 정해져 있으니까 자기에게 맞는 레시피를 찾아가는 거죠. 개별 종목 퀀트의 경우 세 가지 큰 기둥(저평가, 우량주, 성장주)이 있는데요. PER이나 자산성장률, 순이익 증가율 등 각 기둥이 튼튼한지 확인하는 지표가 많습니다. 여러 지표를 자동으로 섞고, 계산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전략을 세우고, 백테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죠.
- 퀀트의 핵심은 숫자인데, 실제 투자할 땐 숫자 외의 정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요.
- 그런 정보를 무시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전부 투자 성공을 가로막는 노이즈일 뿐이죠.
- 회원 대상의 패밀리스터디도 운영 중인데요. 실전 사례를 자주 경험하시겠군요.
- 700명 정도의 자산 배분 상황을 받아봤는데요. 100% 현금, 100% 주식, 아니면 현금 50%&주식 50% 이런 분이 많아서 좀 놀라긴 했습니다. 피터 린치 같은 고수의 책을 읽고, 거기 담긴 주장을 계량화하거나 기업 실적을 이용해 복합적인 데이터를 뽑아보는 식으로 연습하는데요. 저도 배우는 게 많아서 재미있어요.
이 기사는 3월 2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