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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말곤 아무것도 믿지 마세요” 퀀트투자 유튜버 강환국[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2022.03.25 07:00

직장인의 꿈이죠. 파이어족. 경제적 자립을 통한 조기 은퇴를 뜻하는 말인데요.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38살에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래도 될 만한 경제적 자유(약 30억원!!)를 얻었기 때문이죠. ‘입사 첫날부터 퇴사가 꿈이었다’고 하니 정말 꿈을 이룬 건데요.

『할 수 있다! 퀀트 투자』, 『거인의 포트폴리오』의 저자 강환국 작가입니다. 14만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의 운영자이기도 하죠. 그의 투자 전략을 요약하면 철저한 자산 배분과 퀀트 투자입니다. ‘너를 믿지 말고 숫자를 믿으라’는 겁니다.

강환국 '할 수 있다 알고 투자'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16일 서울 마포구 패스트파이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강환국 '할 수 있다 알고 투자'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16일 서울 마포구 패스트파이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기자와는 개인적인 인연도 있는데요. 2014년 독일 장수기업을 취재할 때 코트라 과장으로 큰 도움을 줬죠. 장수기업을 취재할 게 아니라 당시 과장님을 취재했어야 했는데…. 아무튼 8년 만에 한 사람은 변하지 않은 채로, 한 사람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만났습니다.

회사를 나왔으니 아무래도 삶이 많이 달라졌겠죠?
계산해보니 퇴사한 지 6개월 정도 됐더라고요. 유튜브 촬영, 집필(올해 두 권의 책을 더 출간할 계획), 강연 등으로 바쁘게 지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매우 좋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데 수입은 더 많아졌거든요. 늦잠 역시 엄청난 장점이죠. (웃음)
올해 시장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요. 좀 괜찮아질까요?
사실 퀀트 투자의 장점이 바로 경기 예측이란 걸 할 필요가 없다는 건데요. 2019년 말에 아무도 코로나를 예상하지 못했잖아요. 석 달 전까지 우크라이나가 레이더에 없었던 것도 그렇고요. 앞으로 어떨지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어요.
자산 배분을 주제로 책을 내셨어요. 왜 중요한가요?
잃지 않는 투자가 많이 버는 투자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버핏의 투자 룰도 첫 번째가 ‘돈을 잃지 말라’는 건데요. 손실을 최소화하면 결국은 수익은 쌓이게 됩니다. 자산 배분을 잘하면 적어도 잘 벌다가 한 번에 50%씩 손실을 보고 나가떨어지는 지는 일은 피할 수 있죠.
기본은 손실 최소화라는 거군요?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소위 본전을 찾는 게 불가능합니다.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변동성을 낮춰야 하는데요. 화끈하게 먹고, 화끈하게 잃는 것보다 조금 먹고, 조금 깨지는 투자가 장기적으로 훨씬 이롭다는 점부터 이해하라는 거죠.
거인의 포트폴리오. 교보문고

거인의 포트폴리오. 교보문고

그래서인지 책에서나 방송에서나 내내 강조하는 게 최대 낙폭(MDD, Maximum Drawdown) 개념인데요.
우스갯소리로 최고점에 사서 최저점에 판다고 하잖아요? 바로 그때 발생하는 손실(최저점/최고점-1)을 말합니다. 예컨대 1990년대 코스피의 최고점은 1994년 1145.66포인트, 최저점은 1998년 277.37포인트였습니다. 최고점에 사서 최저점에 판 사람은 75.79%의 손실을 봤겠죠. 저는 MDD 20%가 상한선이라고 봐요. 그 이상 손실이 나면 대부분 실수를 하게 되죠.
MDD를 20% 이하로 유지하면서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방법을 찾으면 되겠군요.
그래서 자산 배분이 필요하죠. 크게 정적 자산 배분과 동적 자산 배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정적 자산 배분은 주식, 채권, 실물 자산에 배분할 비중을 정한 뒤 1년에 한 번 정도 그 비중을 재조정하는 방식(영구 포트폴리오)입니다. 예컨대 자산을 4등분해 놓고 1년 뒤 틀어진 비중을 다시 25%로 맞추는 거죠. 흔히 말하는 분산 투자죠.
동적 자산 배분은 좀 더 자주 사고파는 건가요?
그렇죠. 최근 수익이 높았던 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수익이 안 높았던 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건데요. 모든 자산이 다 안 좋을 땐 아예 쉬어 가고요. 사고파는 타이밍을 가격(모멘텀)에 따라잡을 수도 있고, 계절성이나 경제지표를 보고 할 수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핵심은 모멘텀 전략이겠죠.
강환국 '할 수 있다 알고 투자'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16일 서울 마포구 패스트파이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강환국 '할 수 있다 알고 투자'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16일 서울 마포구 패스트파이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모멘텀 전략도 방법이 많겠군요.
예컨대 한국과 미국 지수중 최근 12개월간 수익률이 더 높은 지수에 투자하는 상대 모멘텀 전략(월 1회 리밸런싱)인데요. 너무 쉽잖아요. 그런데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방식을 썼을 때 연 복리 수익률이 얼마인지 아세요? 16.2%입니다. 물론 이 전략은 MDD가 너무 높습니다. 그래서 하락장에선 아예 주식 투자를 피하는 절대 모멘텀 전략을 섞어 쓰는(듀얼 모멘텀) 거죠.
본인의 투자 전략은 어떤가요?
일단 주식, 금, 채권, 현금에 4등분하는 영구 포트폴리오가 3분의 1 정도죠. 보통 6개월에 한 번씩 조절하는데요. 이중 현금은 시장 상황이 좋을 때만 나스닥 중심으로 투자합니다.
나머지 3분의 2는요?
미국 주식과 선진국 주식, 미국 채권의 12개월 수익률을 비교해 비중을 조절하는 듀얼 모멘텀 전략이 절반인데요. 미국과 선진국 중 많이 오른 걸 사지만 둘 다 안 좋을 땐 곧바로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는 거죠. 나머지 절반은 조금 더 복잡하게 1, 3, 6, 12개월 수익률로 모멘텀 스코어를 계산해서 공격형 자산과 안전자산을 리밸런싱하는 방법을 씁니다.
은퇴 이미지. 강 작가는 6개월 전 직장을 그만뒀다. 셔터스톡

은퇴 이미지. 강 작가는 6개월 전 직장을 그만뒀다. 셔터스톡

이런 형태의 자산 배분은 아무래도 ETF가 핵심일 텐데요. 좋은 ETF를 고르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수에 연동된 ETF는 대부분 비슷하니까 딱히 선별이랄 게 없지만, 기왕이면 자산 규모가 크고(거래량이 많은), 수수료가 싼 ETF를 택하는 게 좋죠.
종목 투자는 아예 안 하세요?
당연히 하죠. 다만 대부분의 종목 투자는 MDD가 50% 이상입니다. 아까 투자의 기본이라 말씀드린 손실 최소화가 안 되는 거죠. 종목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자산 배분을 먼저 하고 주식 비중의 일부를 특정 종목에 투자하라는 뜻입니다. 물론 종목을 고를 땐 철저히 숫자에 기반을 둬야 하고요.
자연스럽게 퀀트 투자 얘기로 넘어가는데요. 워낙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해가 있지만 사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어요. 요리를 아예 못하는 사람한테 김치찌개를 끓여오라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요리가 탄생하겠지만 물 얼마, 김치는 얼마나, 간은 어떻게 레시피를 대략 알려주면 그럭저럭 비슷하게 만들어 내죠.
백종원 레시피처럼 딱 확실한 답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
재료는 정해져 있으니까 자기에게 맞는 레시피를 찾아가는 거죠. 개별 종목 퀀트의 경우 세 가지 큰 기둥(저평가, 우량주, 성장주)이 있는데요. PER이나 자산성장률, 순이익 증가율 등 각 기둥이 튼튼한지 확인하는 지표가 많습니다. 여러 지표를 자동으로 섞고, 계산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전략을 세우고, 백테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죠.
퀀트 투자 이미지. 셔터스톡

퀀트 투자 이미지. 셔터스톡

퀀트의 핵심은 숫자인데, 실제 투자할 땐 숫자 외의 정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정보를 무시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전부 투자 성공을 가로막는 노이즈일 뿐이죠.
회원 대상의 패밀리스터디도 운영 중인데요. 실전 사례를 자주 경험하시겠군요.
700명 정도의 자산 배분 상황을 받아봤는데요. 100% 현금, 100% 주식, 아니면 현금 50%&주식 50% 이런 분이 많아서 좀 놀라긴 했습니다. 피터 린치 같은 고수의 책을 읽고, 거기 담긴 주장을 계량화하거나 기업 실적을 이용해 복합적인 데이터를 뽑아보는 식으로 연습하는데요. 저도 배우는 게 많아서 재미있어요.

이 기사는 3월 2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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