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맨 아래 한 줄 평과 함께 읽으면 좋을 그림책 추천이 있습니다. 바쁘다면 스크롤을 내려 바로 확인하세요.
‘안데르센’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미운 오리 새끼』 같은 책부터 떠오르실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100년 넘게 사랑받는 동화들이죠. 그리고 모두 창작동화입니다. 안데르센이 ‘동화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건 바로 창작동화라는 장르를 개척했기 때문입니다. 안데르센 전까지만 해도 동화는 민담을 정리한 수준이었거든요. 그의 동화가 생전에 큰 인기를 끈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상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인 건 당연한 일이죠.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바로 그 상을 이수지 작가가 수상했습니다. 한국 작가로선 처음이고, 아시아 작가로선 1984년 수상한 일본의 안노 미쓰마사 이후 두 번째입니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세계관은 이미 들여다본 적이 있는데요(궁금하시다고요? 여기서 확인하세요!), 그래서 오늘은 안데르센 동화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동화의 유명세에 비하면 안데르센의 생애는 그리 많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데르센은 자신의 과거를 내놓고 말하고 다니지 않았거든요. 장례식에 국왕이 참석했을 정도로 덴마크 사교계의 정점에 있던 그였지만, 사실 그의 어린 시절은 굉장히 불우했습니다. 자서전에서조차 묘사를 극도로 아꼈을 정도입니다.
요즘 말로 그는 흙수저 출신이었습니다. 그냥 가난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그와 어울리던 이들 눈엔 근본 없어 보일 정도였죠. 어머니는 미혼모였고(미혼모로 딸을 낳은 후 한 결혼에서 안데르센을 낳았어요. 먼저 낳은 딸은 버렸고요. 안데르센의 이부 누나는 매춘부로 살았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가난한 구두 수선공이었거든요. 작업실이자 침실로 쓰던 단칸방에서 세 식구가 살았고요. 그의 아버지는 몽상가이자 이야기꾼이었는데, 불행히도 생활력은 없었습니다. 몽상가답게 전쟁에 나가 삶을 역전해보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하죠. 목숨만 부지한 채 돌아와 정신병을 앓다 세상을 떠납니다. 가난하고 미천한 신분의 여성으로 혼자 생계를 책임지던 엄마는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요.
『미운 오리 새끼』는 사실 안데르센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내로라하는 귀족들과 어울리며 그가 느꼈을 자격지심과 자신도 사실 오리가 아니라 백조이길 바랐던 그의 욕망이 고스란히 묻어 있죠. 추운 겨울날 맨발로 쫓겨나 성냥을 팔아야 했던 가난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쓸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 덕분이었을 겁니다. 그 소녀에게 맛있는 음식이나 행복한 가정 같은 건 환상 속에서나 가져볼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