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바람' 공 세우고도, 인수위 근처도 안가는 '尹의 깐부'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2022.03.25 05:00

업데이트 2022.03.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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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윤석열 예비후보를 제대로 일으켜 세우고 함께 가야, 정권교체를 기필코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 입당 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황야에 서 있던 지난해 7월 22일, 현역 국민의힘 의원의 첫 공개 지지가 나왔다. 강원 속초ㆍ인제ㆍ고성ㆍ양양을 지역구로 둔 재선 이양수 의원이었다. 당시 윤 당선인은 이른바 ‘주 120시간’‘불량식품’ 발언 등 잇단 실언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X파일 논란 등 진보진영은 그를 향한 견제구를 뿌려댔다. 한발 앞서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의원이 그의 라이벌로 떠오른 것도 이 때다. 한 달 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일으켰던 ‘윤석열 바람’이 자칫 위태로워 질 수도 있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

이때 나온 이 의원의 공개 선언은 작지 않은 파동을 일으켰다. ‘당내 주자 자강론’을 펴던 이준석 대표의 경고에도, 현역 국민의힘 의원들의 윤석열 지지 선언이 봇물 터지듯했다. 닷새 후엔 이 의원을 비롯해 권성동ㆍ장제원ㆍ윤한홍 의원 등 41명이 윤 당선인 입당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의 공개 지지가 있은 지 9일만인 7월 31일,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일면식도 없던 尹ㆍ李…맥주 회동하며 ‘깐부’로 부상

이 의원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이지만, 공개 지지 선언을 하기 전까지 둘은 일면식도 없었다. 이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지난해 6월 출마 선언을 한 직후 ‘잘 부탁드린다’는 의례적인 전화를 한 번 해온 적은 있지만,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응원한 것은 “절대 권력에 두 번이나 저항한 모습을 보고, 정권교체의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지지 선언 직후부터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당일 저녁 윤 당선인은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했다. 닷새 후엔 권성동 의원의 주선으로 셋이서 맥주 회동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제가 26년 정치하면서 느낀 게, 누구든 청와대에 들어가면 제왕적 대통령이 되더라. 절대 들어가지 마시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이에 공감하며 자신의 향후 구상을 이 의원에게 장시간 설명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11일 윤석열 당선인이 강원 속초시 대포항 다리에 올라 어민들의 환영 현수막에 손 흔들며 화답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은 이양수 의원.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1일 윤석열 당선인이 강원 속초시 대포항 다리에 올라 어민들의 환영 현수막에 손 흔들며 화답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은 이양수 의원. 연합뉴스

맥주 회동 이후부터 윤 당선인은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의원에게 핵심 보직을 제안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당장 경선 캠프 후보 비서실장으로 내정했다. 다만 경선 캠프엔 비서실을 두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이 의원은 강원도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5일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날엔, 본선 캠프 수석대변인 역할이 이 의원에게 부여됐다. 이 의원은 “다른 훌륭한 분이 많다”며 결정을 유보했지만, 윤 당선인은 3일 후 다시 이 의원에게 “날 안 도와주면 어떡하냐”고 요청했다. 이 의원이 ‘윤석열의 입’이 된 건 이때부터였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재임 시절에도 매일 대검 대변인과 수시로 독대하는 등 공보 기능을 중시했다. 그래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을 수석대변인에 앉힌 것이란 평가가 당내에서 나왔다.

지난달 28일 윤석열 당선인이 강원 속초에서 유세를 하는 모습. 왼쪽은 이양수 의원. 이양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28일 윤석열 당선인이 강원 속초에서 유세를 하는 모습. 왼쪽은 이양수 의원. 이양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얼마 후 후보 비서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장제원 의원이 이른바 윤핵관 논란으로 잠시 캠프에서 떠났을 때도 이 의원은 비서실장 1순위로 거론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수석대변인인 이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옮겨가는 방안이 유력했으나, 이 의원이 ‘회전문 인사로 비칠 수 있다’며 완곡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후 비서실장은 서일준 의원(현 인수위 행정실장)이 맡았다.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인 지난 10일에도 이 의원에게 직접 인수위 핵심 보직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원은 “여러 군데서 좋은 인재를 널리 등용해야 한다”며 “저는 물러나 당에 남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이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 캠프 해단식을 하는 등 윤 당선인과 인수위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당선을 확정 지은 후 축하를 받는 모습. 왼쪽은 이양수 의원. 이양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당선을 확정 지은 후 축하를 받는 모습. 왼쪽은 이양수 의원. 이양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 의원은 “윤 당선인이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던 날, 연단에 오르기 직전 제 어깨를 툭 치며 ‘정말 수고했어. 고마워, 이 의원’이라고 말했다”며 “그 말 한마디로 제가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지금 인수위 근처라도 가면, 괜히 ‘비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지금은 국회의원 역할만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원내수석, 내각 해수부 장관 하마평

당에 남은 이 의원이지만, 여전히 그의 쓰임새는 다양한 곳에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보기 드문 국회 보좌관 출신인 그는, 정무ㆍ행정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맡은 이력도 있다. 2020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했을 당시엔 초ㆍ재선 중심의 개혁 모임을 만들어 당의 혁신을 고민했다.
당내에선 다음 달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원내수석부대표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새 정부 내각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로도 물망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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