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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암·전립선암 수술 뒤 필수운동…이 부위에 집중한다 ['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

중앙일보

입력

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12) 

수술은 암세포를 뿌리채 뽑아 완전히 고치려는 근치법(根治法)이다.
이에비해 항암 및 방사선 치료는 보조요법이다.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은 ‘근육’의 관점에서 보면 후유증이 많다.
메스를 댄 수술부위는 근육이 단절되어 연결이 안 된다.
근육이 잘리면 한쪽은 짧고, 다른 쪽은 길어져 몸이 비틀어지게 된다.

좌우, 앞뒤, 위아래에 걸쳐 몸의 균형이 깨져버리는 생체역학적 변화가 일어나 자연스레 자세도 구부정해지고 삐뚤어진다.
그래서 똑바로 누우면 불편하고, 비스듬히 누워야 편하기도 한다.

또한 수술은 몸에 크고 작은 흉터를 남긴다.
흉터는 피부 바깥쪽 뿐만 아니라 피부 안쪽에서도 조직끼리 뭉쳐서 달라붙는 ‘유착’이 발생한다. 주변조직을 잡아당겨 살이 비틀리고 뻣뻣해진다.

하지만 수술로 인한 근육의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술로 잘리면서 약해지고, 통증은 물론 수술 부위 근육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더 약해지기 때문이다.
한쪽은 약하고 다른 쪽은 타이트해지는 근력의 부조화로 인해 통증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처럼 암환자는 수술 후 근육 손상과 몸의 유연성 저하, 그리고 수술 주변 부위 통증으로 고생한다.
수술 받은 부위에 따라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통증을 줄이고 근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유방암
유방 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어깨 통증을 자주 겪는다.
주로 수술 받은 부위와 가까운 어깨 쪽에서 통증이 많다.
수술로 근육과 신경 일부가 손상됐기 때문이다.

한쪽 어깨가 아프니까 반대쪽 어깨를 더 많이 사용하다가 결국 반대쪽 어깨도 통증이 생긴다.
또한 어깨관절과 근육의 불균형으로 인해 어깨뼈와 힘줄이 충돌해 통증과 염증을 유발하는 어깨충돌증후군도 찾아온다.
특히 수술 부위의 유착과 어깨와 날개뼈에 이르는 근육들이 뻣뻣하고 자주 뭉치게 되면 오십견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어깨 관절의 유착부위 마사지, 근육의 마사지 및 스트레칭과 함께 근육 강화 운동이 필요하다.
먼저 어깨에 힘을 뺀 뒤 원을 그리듯 날개뼈를 돌려준다.

또한 두팔을 모은 뒤 앞으로 밀어 날개뼈가 앞으로 당겨지게 한다. 이후 날개뼈를 뒤로 모으듯 젖히는 운동을 반복해 주면 좋다.
어깨와 팔꿈치를 몸에 붙인 뒤 한 손은 동작을 하려고 힘을 주고, 다른 손은 저항하며 좌우로 움직이는 운동은 어깨 회전근을 튼튼하게 해준다.
벽에서 푸쉬업 플러스(푸쉬업을 한후 팔을 더 뻗는 동작) 동작은 어깨관절의 안정성을 키워주는 운동으로 추천할 만하다.

◆갑상선암
갑상선을 절제하고 나면 목 주변으로 통증이 많다.
장시간 머리가 뒤로 젖혀지는 자세로 수술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근력 유지에 필요한 갑상선 호르몬 분비도 감소된다.

특히 목 주변 근육이 비틀리면서 뻣뻣한 느낌, 목 통증과 함께 두통도 생긴다. 얼굴에 통증도 발생할 수 있다.
수술 부위 주변 근육이 위축되고 뭉치면서 목을 좌우, 앞뒤로 움직이는데 제한이 발생한다.
수술 직후부터 목 운동을 하는데 상처가 안정될 때까지 목을 과도하게 뒤로 젖히는 동작은 피해야 한다.

먼저 손으로 마사지를 하거나 스트레칭으로 목 주변 근육을 가볍게 풀어준다.
왼쪽 팔로 반대편 머리를 잡고 왼쪽으로 천천히 늘려주고, 오른쪽 팔로도 같은 동작을 해준다.
또한 이마와 옆머리에 손을 댄 뒤 5초간 손은 밀어주고 머리는 버티는 운동도 좋다.
여기에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고 허리를 편 뒤 어깨는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목을 앞뒤로 움직여주는 동작도 통증완화에 도움이 된다.

◆폐암
폐를 절제하고 나면 폐 기능은 당연히 떨어진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서는 호흡할 때 쓰는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바로 코어 근육 가운데 하나인 횡격막이다.

횡격막은 폐와 복부 사이에 있는데 낙하산 모양이다. 주로 폐의 기능과 복압을 유지하면서 다른 코어 근육들과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횡격막 호흡 운동은 숨을 깊게 들어마셨다가 내뱉는 것이다.
가슴을 펴고 마치 풍선을 부는 것처럼 숨을 들이마실 때 공기를 가득 채우는 느낌으로, 숨을 내쉴 때에는 폐에 있는 공기를 모두 빼내는 느낌으로 하면 좋다.

이같은 호흡 운동은 누워서도 할 수 있고,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는데 꾸준히 하면 갈비뼈 사이와 횡격막 사이가 늘어나면서 폐활량도 좋아진다.
또한 윗몸일으키기 같은 상체 근력운동과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

◆자궁암과 전립선암
자궁암이나 전립선암 수술 후에는 보통 골반 통증과 요실금을 겪는다.
골반 근육과 신경 등의 손상에 의한 것인데 누웠다가 일어날 때 아프고, 걷고 나면 아프다.
또한 골반 근육이 뻐근하고 뭉치면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신경손상으로 인한 허벅지 근육의 약화는 걷기도 힘들게 하고 통증도 유발한다.
골반이 틀어지게 되어 체중이 한쪽 골반으로 쏠린다. 그러면 한쪽 엉덩이 근육에 스트레스가 쏠리고, 근육이 손상되면서 뭉친다.
뭉친 근육과 딱딱한 근육은 그 사이를 지나가는 좌골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킨다.

케겔 운동이나 골반 근육 강화 운동과 골반근육 스트레칭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은 뒤 항문 괄약근을 조였다 풀어줬다 하면서 골반 근육에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 좋다.

또한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무릎을 살짝 구부려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뒤 꼬리뼈를 앞으로 밀어준다. 이어 골반을 말아 올렸다가 다시 꼬리뼈를 뒤로 밀면서 엉덩이를 뒤로 빼주는 골반 기울이기 운동이 효과적이다.
레그프레스나 발뒤꿈치 들기도 병행해 햄스트링 근육을 강화시켜 주면 훨씬 좋다.

◆대장암과 간암
개복 수술을 받고 나면 배가 땅기고 아프다.
복근이 잘려 자세가 앞으로 숙여져 구부정해지고, 몸이 비틀어지고, 코어 근육도 망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윗몸일으키기 같은 복부에 과도한 힘을 주는 운동은 심한 경련을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개복 수술 후 가장 신경 써서 해야 하는 운동은 앞선 칼럼에서 소개한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이다.

엎드려서 양팔을 바닥에 대고 버티는 플랭크 동작, 누워서 엉덩이를 들어올리는 브릿지 동작, 손과 발을 바닥에 대고 기는 자세를 만든 뒤 왼쪽 다리와 오른쪽 손을 교차로 들어주는(반대쪽 다리와 반대쪽 손은 바닥을 지탱) 버드독 동작 등이 좋다.
복부 마사지로 근육의 경련을 줄이고 근육통을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 ‘근육’의 관점에서 암 종류에 따른 운동법을 소개했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이나 자궁암 수술 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의 림프절을 잘라내는 경우가 많다.
전이와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인데, 이로인해 팔과 다리가 부어오르는 림프부종에 시달릴 수 있다.
림프부종이 심하면 감염은 물론 신체활동에 제한을 받아 삶의 질이 떨어지기에 세심한 관리를 통한 예방이 최선이다.

꾸준한 스트레칭과 가벼운 근력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환자들은 운동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시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머뭇거린다.
이번 칼럼 주제처럼 암 수술을 받은 경우 ‘근육’의 관점에서 먼저 살핀 뒤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운동 시기와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

-14편에 계속- 

나영무 박사는…

나영무 박사는 솔병원 원장으로 재활의학 ‘명의’다.
1996년부터 2018년까지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를 비롯해 김연아와 박세리 등 수많은 태극전사들의 부상 복귀를 도우며 스포츠재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018년 직장암 4기 판정을 받았던 나 박사는 투병의 지혜와 경험을 나누며 암 환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드리고자 이번에는 ‘암 재활’에 발벗고 나섰다.

솔병원 원장 나영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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