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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으면 0 칼로리' 다이어트 정신승리 필요없는 이 음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박연수(32)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온라인 식품 사이트에서 제로 칼로리(0㎉) 콜라를 대량으로 구매한다. 그는 “워낙 콜라를 좋아하는데 일반 콜라나 제로 콜라나 맛이 비슷해 기왕이면 칼로리 부담이 없는 음료를 마시려 한다”며 “식당에서도 제로 콜라가 있으면 그걸로 주문한다”고 말했다.

2년 만에 5배 폭발적 성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음료 시장에 당분을 제거해 칼로리를 극도로 낮춘 ‘제로’ 선호가 뚜렷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며 체중관리에 신경쓰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게 배경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은 지난 2019년 452억원에서 지난해 2189억원으로 2년 만에 무려 384% 성장했다. 이는 콜라와 사이다 상품의 판매액을 합친 수치로, 실제 시장은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제로 칼로리 음료는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로 단맛을 내 칼로리가 없는 음료를 뜻한다. 인공 감미료는 설탕보다 수백 배의 강한 단맛을 내지만 당분이 아니라서 열량이 거의 없다. 실제 칼로리가 완전히 제로(0)는 아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100mL당 4㎉ 미만인 경우 제로 칼로리로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제로 칼로리 음료는 이미 미국에서 2005년에 ‘코카콜라 제로’가, 2007년에 ‘펩시 제로슈거’가 출시됐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지만 그동안 한국에선 ‘굳이 칼로리를 따져가면서 마셔야 하나’ ‘제로음료는 맛이 없다’ 등의 이유로 시장 성장세가 더뎠다. 하지만 맛을 구현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과도한 당섭취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소비층이 크게 늘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제로콜라는 345%, 제로사이다는 252% 판매량이 급증했다. 제로 칼로리는 아니지만 저칼로리 음료도 불과 1년 사이 저지방 요거트가 858%, 저지방 우유가 178% 더 팔렸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장보기앱인 마켓컬리 관계자는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일반 음료제품은 판매량이 162% 늘어난 반면 제로 칼로리 음료는 200% 늘어나 차이가 꽤 난다”고 말했다.

‘탐스’ ‘밀키스’도 제로로 나온다 

'칠성사이다 제로' 제품들. [사진 롯데칠성음료]

'칠성사이다 제로' 제품들. [사진 롯데칠성음료]

코로나19로 성장세가 주춤했던 식음료 기업들도 ‘제로’ 덕을 톡톡히 보며 제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선보인 ‘칠성사이다 제로’가 매월 1000만캔씩, 올해 2월까지 약 1억4000만캔이 팔렸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1~2월 롯데칠성 음료 판매가 제로 음료 판매 호조로 전년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며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등 제로 시리즈의 월 매출 기여도가 100억원까지 늘어났다”고 추산했다.

이에 롯데칠성은 올 2분기에 ‘탐스 제로(과일탄산)’ ‘밀키스 제로(우유탄산)’ ‘핫식스 더킹 제로(에너지탄산)’등 새로운 제로 칼로리 음료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에너지음료 '몬스터에너지'의 저칼로리 제품군인 '몬스터에너지 울트라' 시리즈. [사진 LG생활건강]

에너지음료 '몬스터에너지'의 저칼로리 제품군인 '몬스터에너지 울트라' 시리즈. [사진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도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몬스터에너지’ 등의 저칼로리 제품들이 지난해 음료사업 성장을 견인했다. 몬스터에너지만 해도 전체 6종 가운데 저칼로리 제품인 ‘몬스터 울트라’ 3종이 매출의 55%를 차지했다. 코카콜라는 최근 미국에서 설탕이 들어간 것과 들어가지 않은 신제품 2종류를 출시했는데, 한국에선 시장의 선호도를 반영해 ‘스타더스트’란 이름의 제로 콜라 모델만 출시하기도 했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코카콜라 제로 다이어트'. [사진 한국코카콜라]

한정판으로 출시된 '코카콜라 제로 다이어트'. [사진 한국코카콜라]

앞서 웅진식품은 온라인 전용으로 ‘815콜라 제로’를, 하이트진로음료는 ‘진로진토닉워터 제로’를 선보였다. 최근엔 종근당건강이 유산균 음료인 ‘락토조이 제로’를, 일화는 ‘부르르 제로 스파클링 3종’을 내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앞으로 ‘제로 시장’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무설탕 탄산음료 시장은 2020년 1253억 달러(약 153조원)에서 2030년 2435억 달러(약 297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이어트가 곧 건강이고 자기관리라는 공식이 성립하면서 개개인의 경쟁력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저당·저칼로리·무칼로리 시장은 음료뿐 아니라 전 식품분야가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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