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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내려온 朴 의미심장 한마디…대구 '보수성지' 급부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불과 50여일 전까지만 해도 평일에는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마을에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 최근 사면·복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원해 곧장 사저로 입주한다는 소식에 지지자들이 한꺼번에 찾아서다.

24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많은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24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많은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입주하면서 대구가 다시 ‘보수의 성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에서 이른바 ‘사저 정치’를 이어가면서 보수진영의 구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입주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전한 인사말에도 정치 활동 재개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이 녹아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그건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인재들이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낮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마련된 사저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낮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마련된 사저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사저 입주가 이뤄지기 전부터 보수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앞 다퉈 이곳을 찾아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을 찾아 지지자들을 만났다. 그는 “지나가던 길에 들러본 것”이라고 말했으나 대구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지난달 19일 당시 대선 후보로 사저 앞에서 유세를 했다. 조 대표는 사저를 두고 “이곳이 보수의 성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7일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인사드릴 것”이라고 했다.

보수단체도 일찌감치 사저 앞에서 정치행사를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 귀향 환영위원회’는 지난 18일 사저 앞에서 1000여 명의 인파가 참석한 대규모 환영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전 총리도 참석했다. 황 전 총리는 “고향에 내려와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이 나라를 진실된 나라로 만드는 데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18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사저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귀향 환영회'에 참석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18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사저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귀향 환영회'에 참석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24일 오전 서울 통의동 집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강이 회복돼 사저에 가게 돼서 아주 다행”이라며 “나도 내주부터 지방을 가볼까 했는데 퇴원하셨다니 한 번 찾아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방문하겠다는 소식은 언론을 통해 접했는데 연락 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6·1지방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저를 방문하는 행보 자체만으로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거나 보수 색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입주할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문오 달성군수,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조원진 대표 등 보수 정치권 인사들도 모습을 보였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오른쪽부터)과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문오 달성군수가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오른쪽부터)과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문오 달성군수가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사저 일대 주민들은 대체로 박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부는 소음 등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18일 환영식이나 24일 사저 입주 당시에도 수천 명의 지지자가 몰려들어 함성을 지르거나 스피커로 음악을 틀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만큼이나 일대에 교통 체증도 발생했다.

테크노폴리스 지역 맘카페인 ‘텍폴맘’에서 한 네티즌은 이날 교통 체증이 심해져 엉망이 된 도로 사진을 올리고 “이사 두 번 했다가는 동네가 개판이 될 것 같다. 불법주차도 엄청나고 너무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주말마다 타 지역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보겠다고 몰려들어 코로나19 확산이 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입주가 이뤄지고 지지자 등 인파가 몰리자 일대 주민들이 교통 체증 등 불편을 겪은 일을 지역 커뮤니티 '텍폴맘'에 올리고 있다. 텍폴맘 캡쳐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입주가 이뤄지고 지지자 등 인파가 몰리자 일대 주민들이 교통 체증 등 불편을 겪은 일을 지역 커뮤니티 '텍폴맘'에 올리고 있다. 텍폴맘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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