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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 본토 타격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끝내 레드라인 넘은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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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신형 ICBM 도발(화성-17형 추정).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 신형 ICBM 도발(화성-17형 추정).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권 교체기 틈탄 도발은 파국 부를 뿐

신구 권력 다투지 말고, 안보 대처해야

북한이 기어코 선을 넘었다. 북한은 어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고도 6200㎞, 비행거리 1080㎞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추정)을 발사했다. 71분 정도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 2017년 이후 5년 만의 ICBM 발사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종지부를 찍는 행위이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벌인 고강도 도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스스로 파기한 것으로, 한반도와 지역,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고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규탄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도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한·미 군 당국은 맞불 실사격 훈련으로 응징 의지를 보였다. 미국 백악관은 물론, 인도·태평양 사령부도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고 추가 행위 자제를 촉구했다.

북한은 정권교체기마다 도발로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2017년 5월에는 화성-12형 중거리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을 했다. ‘핵보유국’으로 전략무기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미국과 맞서면서 무력시위를 통해 새 정부를 길들이는 게 목표다. 이번에도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ICBM·핵실험 모라토리엄 폐기를 공언하고 각종 미사일 발사로 도발 강도를 높여 왔다.

그런데 안보 위협에 함께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신구 권력은 어떤 모습인가. 대선이 보름 지났는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회동은커녕 공개적으로 말싸움을 벌이는 상황이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한국은행 총재 등 고위직 인사를 놓고 충돌을 거듭하는 모습에 국민은 당혹스럽다. ‘협치와 통합’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조한 두 사람 아니었나.

핵탄두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은 미국의 인내 한계선을 넘은 것이다. 북한이 김일성의 110회 생일(4월 15일)까지 핵실험 등 추가 도발로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때의 ‘화염과 분노’ 상황까지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으로 여력이 없고, 서방과 중·러 간 대결이 격화해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새 정부에서 한·미 간 협력은 더 공고해질 것이고, 국제사회에선 푸틴의 침공을 계기로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의 힘도 더 강해지고 있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더는 상황을 파국으로 악화시키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