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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같은 선심 품으라, 꽃이 절로 필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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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4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만난 조계종 차기 종정 성파 스님은 “코로나보다 더 악랄한 게 뭔지 아나. 사람이 먹는 악심이다. 나만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사진 조계종]

24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만난 조계종 차기 종정 성파 스님은 “코로나보다 더 악랄한 게 뭔지 아나. 사람이 먹는 악심이다. 나만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사진 조계종]

24일 경남 양산의 통도사에는 봄이 성큼 와 있었다. 영축산 기슭은 파릇하고, 경내에는 홍매(紅梅)가 활짝 피어 있었다. 통도사 안의 전각인 해장보각(海藏寶閣)에서 성파(性坡·83, 통도사 방장) 스님을 만났다. 오는 30일 대한불교 조계종 제15대 종정(宗正, 종단의 최고지도자) 취임을 앞두고 갖는 첫 기자간담회였다. 종정 임기는 5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은사인 월하 스님에게 받은 교훈이 있나.
“우리 스님은 항상 ‘평상심이 도(道)다’라고 하셨다. 다시 말해 상식이 법이라는 말이다. 나는 평생 그 교훈을 지키며 살고 있다.”
평상심이 도인데,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르고 사나.
“중생과 부처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부처에서 부처가 나오는 게 아니다. 중생심에서 부처의 마음이 나오는 거다. 그러니 범부와 부처가 따로 없다. 그걸 깨치면 평상심이 도가 된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모른다면, 그건 또 어쩌겠나.”

성파 스님은 “중국 부처와 한국 부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부처는 똑같은 부처다. 중국 선사만 대단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대단한 선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의 달마, 마조, 임제, 혜능 대사만 대단한 고승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원효, 의상, 지눌, 나옹, 무학, 서산 대사도 그에 못지않은 깨달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도를 깨쳤다고 하지 않나. 그건 누구든지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부처가 어디에 있나. 자기 마음에 있다. 세상에 마음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마음이란 게 따로 있어서 머리에 이고 다니거나, 짊어지고 다니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러니 부처도 치우고, 조사도 치우면 누구라도 부처가 될 수 있다.”

성파 스님은 통도사 서운암에서 절집에 내려오는 전통 방식으로 된장을 담근다. [중앙포토]

성파 스님은 통도사 서운암에서 절집에 내려오는 전통 방식으로 된장을 담근다. [중앙포토]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갈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 처신도 제대로 못 하는데, 사회에 대한 가르침을 내가 줄 수 있겠나. 다만 코로나보다 더 악랄한 게 뭔지 아나. 사람이 먹는 악한 마음이다.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개개인이 악심(惡心)을 품지 말고 선심(善心)을 품어보라. 봄바람 같은 선심을 품으면 절로 꽃이 피지 않겠나.”

이말 끝에 성파 스님은 “살림살이” 이야기를 꺼냈다.

“개인도 살림살이가 있고, 절에도 살림살이가 있고, 나라에도 살림살이가 있다. 살림살이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뭔지 아나. 나만 다 옳고, 나만 잘났다. 남은 다 못났다는 생각이다. 그게 아상(我相)과 인상(人相)이다. 이 인아상(人我相)을 무너뜨리고 공덕의 숲을 길러야 한다. 그 숲이 우거지면 짐승도 살 수 있고, 곤충도 살 수가 있다. 그럼 살림살이가 잘 돌아간다. 그렇지 않고 상대를 입도끼로 찍어대고, 소리 안 나는 총으로 쏘아 대고. 그럼 살림살이를 잘할 수가 없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조직 체계상 ‘종정 예경실’이 있다. 정부로 치면 ‘청와대 부속실’쯤에 해당한다. 성파 스님은 “예경 실장도, 그 밑의 사서도 따로 두지 않을 참이다. 나는 본사(통도사)가 있으니, 본사 주지가 예경 실장하고, 직원들이 사서 하면 되지 않나. 따로 둘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통도사 경내로 나섰다. 성파 스님은 “사람들이 자기 잘못은 생각 안 하고, 남의 탓만 하지 않나. (새 종정으로서) 나는 내가 잘해야지 생각한다. 우리 불교도 새 정신으로 자정(自淨)하고, 새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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