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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이전비 주장마다 큰 차, 중계만 말고 팩트체크 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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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3월 회의는 지난 22일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3월에는 대통령 선거, 코로나19 확산, 강원도 산불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사회를 본 김준영(성균관대 이사장) 위원장을 비롯한 독자위원들은 지난 한 달간 지면과 온라인에 보도된 중앙일보 기사를 꼼꼼히 읽고 만족스러웠던 대목과 아쉬웠던 부분 등을 가감 없이 말했다. 이들이 제시한 날카로운 비판과 애정어린 조언을 소개한다.

김준영

김준영

▶김준영 이사장=청와대 이전 문제에 대해 3월 22일 4개 면을 할애해서 다뤘다. 대부분 양측의 입장과 주장을 평면적으로 소개하는데 그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집무실 이전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니 굉장히 충돌하고 갈라지는 상황이 노출되는데, 이견이 있는 부분을 더 객관적·분석적으로 국민들에게 전해줘서 이견 공간을 좀 줄일 수 있도록 보도해주면 좋겠다. 대선이 끝난 뒤 당선인 4대 과제 등 전문가 의견과 여론을 반영하는 건 소개를 잘했다. 대선 공약을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앙일보가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전병율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3월 19일자 ‘오미크론 무차별 확산 방역 완화 무방비 정부’를 얘기하고 싶다.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들 의견을 보면 정부가 모든 방역을 포기하고 집단면역 실험을 하고 있다, 고령자 치사율이 높아지는데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감을 줄 수 있다.

3월 11일자 ‘쏟아지는 코로나 확진 음압시설 부족하자 1급 감염병 해제 검토’ 보도가 있었다. 정부가 음압병동 시스템에서 일반병동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암시한 거다. 그런 정책 변화를 중앙일보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곁들여 독자들에게 ‘이 질병은 굳이 격리보다 일반 병실에서 충분히 진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집중적으로 보도를 했다면 다른 언론과 차별화가 가능했을 텐데 그런 시도가 없어 좀 아쉬웠다.

김은미

김은미

▶김은미 서울대 교수=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비용과 관련해서 500억, 1200억, 1조원 등의 얘기가 있다. 그걸 중계하는 것보다 부분적으로라도 팩트체킹을 시원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게 안 되면 결국 경마식 보도의 다른 버전이 될 수밖에 없다. 3월 초 디지털에서 ‘60대 할아버지한테 시집와서 아이 낳을 13세 노예 구함’ 현수막 보도를 두 차례나 보도한 건 오히려 저런 행동을 증폭시킬 수 있다.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불편한 기사였다. 3월 17일자 프리츠커상을 탄 아프리카 건축가 케레 이야기는 굉장히 좋았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자연물을 최대한 활용해서 아프리카 기후에 맞는 건축을 했다는 면에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한국 독자에게 의미가 있는 해석을 조금 더 하거나, 자체 취재가 추가됐다면 더 좋은 기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임유진

임유진

▶임유진 강원대 교수=3월 한 달 동안 가장 좋았던 기사는 9일 대선 당일 1면 기사였다. 대선 후보들 얼굴이 나와 있고, 누가 될 거냐는 식의 헤드라인을 예상했는데 ‘오늘은 선택, 내일은 통합’이라고 하는 게 감동적이었다. 선거 날에는 치열한 경쟁, 전쟁을 하지만 당선인이 결정된 다음에는 통합으로 나가는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아주 잘 표현해줬다. 3월 4일자 ‘위기의 인문학’ 기사도 지방대학의 사회과학 전공 교수로서 공감이 됐던 기사였다.

독자위원회 이슈

독자위원회 이슈

3월 16일자 ‘문과 회동 무산된 날, 윤 김치찌개 먹고 경복궁 앞 산책’, 18일자 ‘곰탕·짬뽕·피자·육개장…밥에 진심인 윤석열 식사 정치’ 등의 기사들이 쭉 나왔다. 대선이 네거티브로 흐르면서 이 사람의 공약·정책은 뭘까라는 궁금증과 우려들이 있었는데, 그런 쪽을 더 신경썼으면 한다.

민영

민영

▶민영 고려대 교수=대선 당일 1면 칼럼은 수업할 때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했다. 3월 10일자에 ‘광화문 대통령 꼭 지킨다’는 단독 보도를 중앙일보가 게재했다. 광화문 이전 준비에 돌입하고, 삼청동 총리 공관이 관저로 유력하다는 기사였다. 그런데 며칠 후에 또 단독 보도로 ‘용산에 대통령 집무실을 만든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선인의 정책·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일 수 있겠지만, 단독이라는 건 사실 검증을 그만큼 충실히 했고 우리가 내세울 만한 기사라는 의미인데 며칠 만에 180도 바뀌었다. 독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지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산불 보도가 부족하지 않나 생각을 했다. 신문에 산불 속보를 다루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사후에 분석하는 기사에 대한 관심도 적은 것 같다. 지역에서 난 사고는 중앙 언론이 덜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정 이슈는 분명히 부각시켜줬으면 좋겠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용산 보도와 관련해서 어떤 기사는 ‘청와대 이전’이라는 표현을 쓰고, 또 어떤 기사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중요한 정치적 메타포(은유)가 깔려 있는 만큼 통일성을 갖췄으면 한다. 대선 이후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허니문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선거 끝나고 집권한 여당에 허니문 보도를 한다는 게 올드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또 허니문이라는 게 승리한 자에게만 돌아가는 전리품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패배한 사람들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돼 자성의 시간을 좀 줘야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상훈

박상훈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3월 14일자 ‘리셋코리아’ 연금개혁 관련 기사를 평가할 만한 기사로 꼽고 싶다. 연금이라는 주제가 갖는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안의 무게감에 기사 내용이 눌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쟁점을 다룬 것이 좋았다. 사안의 중요성, 기자의 취재력, 전문가의 균형 있는 조언이 잘 조합된 좋은 기사로 손색이 없었다. ‘나는 고발한다’ 코너는 언론이 ‘대자보 제공 기능’을 해도 좋은지, 특정 정파에 대한 야유성 글을 정제하지 않고 내보내는 게 좋은지 등을 생각해 보게 한다.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3월 16일자 6면에 권성동 의원의 김오수 검찰총장 거취 관련 발언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이 시점에 총장을 교체하면 새 총장은 대통령 당선인 쪽에 편향된 인사라는 선입견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김오수 총장이나 또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거취에 대해 법조계 내부의 인식과 우려를 심도 있게 다루는 기사나 칼럼이 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검찰 인사의 양상을 결정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의 문제 제기에 따라 숙고의 과정을 거칠 거란 생각이다.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전쟁상황,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중심으로 기사를 많이 싣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기사를 조금 더 실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러시아산 수산물이 수입되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내 거주 러시아인·우크라이나인들은 어떤 동향을 보이는지 등 현실감 있는 기사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보도를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3월 8일자 ‘똑똑하고 온순했던 아들, 10년째 방에서 안 나와’ 기사는 정말 보도했어야 할 기사고, 새로 발굴한 기사라는 점에서 너무 좋았다. 후속 보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1일자 1면과 12면에 실린 연금개혁 기사도 정말 필요한 기사다. 발굴 보도 같은데 정말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기사다.

홍지혜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3월 3일자 ‘백화점, 외국은 문 닫는데 한국은 사상 최대 매출’은 객관적 정보, 시각 자료, 인사이트 삼박자가 잘 이뤄진 좋은 기사였다. 제목을 보고 “정말 그럴까” 의문을 갖고 기사를 읽었는데, 시기별 매출 데이터를 그래프로 만들어 제공해 신뢰도가 상승했다. 반면 3월10일자 ‘20대 남성 59%가 윤석열, 20대 여성 58%는 이재명 찍었다’ 기사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내용을 보고 힘이 좀 빠졌다. 20대 남녀의 온도차에 대해 왜 그러한지에 대해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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